제24화 최강원에게 찔러준 5만원
문아영이 대놓고 대답을 하지 않자, 최강원은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이혼하고 나서 그녀는 성격이 정말 많이 변했다. 감히 자신을 대놓고 무시하다니!
기본적인 예의조차 없는 건가?
그리고 그들이 과거에 부부였다는 사실을 떠나서라도, 그의 위치와 권력으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그녀를 발붙이기 힘들게 만들 수도 있다는 걸 모르는 걸까?
참 어리석군.
역시 사회에서 제대로 부딪혀 본 적 없는 사람이라 그런지, 가장 기본적인 생존 법칙도 모르는 모양이군! 저런 성격으로는 앞으로 어디에서 일을 하든 고생길이 훤히 보이는데, 결국 힘들어지면 울며 후회하게 될 것이다. 최씨 가문의 며느리 자리를 스스로 포기했던걸!
그는 그녀에게 사랑을 제외한 모든 것을 주었다. 그녀와 그 무능한 아버지, 오빠는 평생 아무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최강원은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과거 문아영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이혼을 요구하며 자신의 체면을 짓밟았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때 느꼈던 굴욕과 분노가 다시 불길처럼 치솟자, 그의 발은 무의식적으로 엑셀을 더욱 깊게 밟았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문아영이 점점 빨라지는 차 속도를 감지하고,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당신, 왜 이렇게 빨리 달려? 사고라도 나면 어쩌려고!”
문아영의 한마디가 최강원을 약간 진정시켰다. 그는 이내 속도를 서서히 줄였지만, 여전히 마음속에는 억누르기 힘든 감정이 뒤엉켜 있었다. 그러다 그가 비웃듯 차갑게 말했다. “그렇게 죽는 게 무서워?”
그러나 문아영은 그의 말에 전혀 흔들리지 않고 태연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당신처럼 재산도 많고 권력도 있는 사람이 겁도 안 내는데, 내가 뭐가 두려워?”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인 뒤, 살짝 비꼬는 듯한 어조로 이어 말했다. “하지만 나랑 같이 죽으면 아쉽지 않겠어?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랑 함께 죽는 게 더 의미 있지 않겠어?”
문아영의 말은 간신히 가라앉았던 최강원의 분노를 다시 끌어올렸다. 그녀가 팔을 다치지 않았더라면, 그는 당장이라도 그녀를 차에서 내쫓았을 것이다.
불편한 침묵 속에서 두 사람은 병원에 도착했고, 최강원은 문아영을 데리고 바로 허훈을 찾았다.
허훈은 최강원의 친구이자, 업계에서도 유명한 외과 의사였다.
그는 두 사람이 함께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놀란 표정으로 소리쳤다. “아영 씨?”
허훈은 손우석과 마찬가지로 최강원과 문아영의 과거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혼한 두 사람이 동시에 자신의 사무실에 나타난 상황이 몹시 당황스러웠다.
문아영은 이런 허훈의 반응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허 선생님. 제 상처 좀 봐주세요. 뜨거운 커피에 데었거든요.”
허훈은 그제야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며 서둘러 대답했다. “아, 네, 바로 봐드릴게요.”
그는 문아영의 하얀 손목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보며 진찰을 시작했고, 한참을 살핀 후에야 입을 열었다. “큰 문제는 없습니다. 다행히 커피가 열기가 많이 식은 상태라 피부 속까지는 데지 않았네요. 물집이 생기거나 흉터가 남을 걱정은 없어요. 하지만 며칠간은 붉게 남아 있고 따끔거릴 겁니다.”
허훈의 설명에 문아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옆에서 지켜보던 최강원은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연고를 처방해드릴게요. 바르면 따끔거리는 통증이 완화될 겁니다.”
허훈은 진료 내내 굉장히 전문적인 태도로 문아영의 상처를 살폈다.
문아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하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네, 감사합니다.”
허훈이 처방을 마치자, 문아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고 했다. 옆에서 묵묵히 서 있는 최강원을 완전히 무시한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문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가던 그녀가 문득 멈춰 섰고, 잠시 생각하더니 가방에서 5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꺼냈다.
그리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최강원 앞으로 다가가 그의 셔츠 주머니에 지폐를 넣으며 말했다. “최 회장님, 병원에 데려다주셔서 고마워요. 이건 차비인데, 거스름돈은 필요 없어요.”
그녀의 태연한 행동에 허훈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그녀를 바라보았고, 최강원의 얼굴은 눈에 띄게 굳어갔다.
문아영은 말을 마치고, 허훈의 입이 떡 벌어진 표정과 최강원의 어두운 얼굴을 전혀 개의치 않은 채 그대로 돌아서서 걸어 나갔다.
그녀는 최강원이 자신의 돈을 절대 받지 않을 걸 알고 있었기에, 아예 강제로 그의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깔끔하게 상황을 정리하고 싶었다.
문아영은 단 1%도 최강원에게 빚지는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허훈은 두 사람 사이의 이 묘한 긴장감을 멍하니 지켜보다가,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1년 만에 다시 본 문아영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예전의 문아영은 온화하고 따뜻한 인상을 주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에게서는 차가운 기운과 확연한 거리감이 느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