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이혼하자
그녀는 자신의 3년간의 인내가 무슨 의미가 있었는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알겠어." 문아영이 말을 마치고 화장실을 나섰다.
그녀의 뒷모습은 여전히 쓸쓸했지만, 어딘가 결연한 기색이 묻어났다. 최강원은 무의식적으로 한 발짝 앞으로 나섰지만, 곧 눈빛이 가라앉았다. 문아영이 자신에게 써먹은 수작들이 생각나자 차갑게 눈을 내리깔았다.
......
연회는 계속되었지만, 문아영은 더 이상 참여할 마음이 없었다. 화장을 고치고 감정을 정리한 뒤, 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리고 운전기사에게 바래다 달라고 했다.
차 안에서 그녀는 약간 멍했다. 이제 포기해야 하는 걸까?
김예지가 임신을 했으니, 최강원은 분명 자신의 아이가 사생아가 되는 걸 용납하지 않을 거고, 이혼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러니까, 여기서 멈추자. 좋은 시작과 그리 즐겁지 않은 끝, 이것으로 이 결혼에 마침표를 찍자.
집에 도착한 후, 그녀는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깊이 잠든 사이 누군가가 그녀의 입술을 거칠게 물었고, 남자의 움직임에는 욕정과 징벌이 함께 묻어났다.
익숙한 기운으로 최강원임을 알 수 있었다.
그가 돌아왔다고? 김예지가 오늘은 안 된다는 건가?
하긴, 임신했으니 조심하겠지... 문아영은 그 순간 몸 위의 남자를 세게 밀쳐냈고, 이어서 침대 옆 램프를 켜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손으로 어지러운 잠옷 깃을 여미며 맨발로 침대 아래 서서, 문아영은 얼굴색이 어두워진 채 침대에 반쯤 앉아 있는 최강원을 보며 쓸쓸하게 입을 열었다.
"최강원, 이혼하자."
"아직도 부족해?" 최강원의 잘생긴 얼굴에는 불쾌함과 짜증이 가득했다.
그는 며칠 동안 출장을 다녀왔고, 달아오른 욕망의 해소가 절실했다.
방금 전 문아영이 잠결에 그를 향해 보인 본능적인 반응이 그를 더욱 흥분시켰고, 지금 그의 몸은 참기 힘들 정도로 괴로웠다.
그녀의 거절은 그가 보기에 또 다른 수작일 뿐이었다.
문아영은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가슴 속의 쓰라림을 누르고, 다시 한번 아까 했던 말을 반복했다.
"진심이야, 이혼하자고."
최강원의 얼굴색이 순간 더욱 어두워졌다.
자세를 고쳐 앉으며 침대 머리에 기대어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보며 천천히 물었다.
"확실해?"
문아영은 입술을 깨물며 말없이 있었고, 침묵으로 모든 말을 대신했다.
최강원이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는데, 그 웃음은 너무나 조롱적이었다.
"문아영, 내가 상기시켜 줄까? 네 아버지와 그 한심한 오빠가 운영하는 회사가 늘 적자였잖아. 이 3년 동안 최씨 집안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진작에 파산했을 거야."
문아영의 몸이 흔들렸고, 얼굴은 최강원의 매정한 말에 부끄러움과 곤란함으로 빨개졌다.
그래, 당시 아버지와 오빠가 회사를 망칠 뻔해서 파산 직전이 아니었다면, 그녀도 아버지의 계략으로 최강원의 침대에 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 3년 동안 그녀는 계속 기회를 찾아 그에게 설명하려 했지만, 그는 전혀 들으려 하지 않았고, 그녀가 결백하다는 것도 믿지 않았다.
"상관없어. 내가 날 당신한테 3년 동안 팔아서 그 사람들을 3년 더 버티게 했으니, 그들한테는 내 할 도리를 다 한거야."
최강원의 눈 속에 순간 폭풍이 모였다.
"이 3년을 널 판 거라고 표현하는 거야?"
"그게 아니면?" 문아영이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고,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당신은 마음에 두는 사람이 있으면서 나랑 있을 때는 남녀 관계 말고는 아무 감정도 없었잖아. 그러니 내가 이 3년을 판 것과 뭐가 달라?"
"좋아! 아주 좋아!" 최강원이 이를 갈며 말했고, 그의 어조에는 섬뜩한 한기가 배어있었다.
"문아영, 그럼 너는? 지금의 호사스러운 생활을 포기할 수 있겠어? 사랑 빼고는 내가 다 줬잖아."
그의 경멸과 조롱이 문아영의 마음 속 고집을 자극했고, 그녀는 아름다운 얼굴을 들어 그의 섬뜩한 시선을 마주 보며 말했다.
"지적해 줘서 고마워. 난 손발이 멀쩡하니까, 쓰레기를 줍고 화장실을 청소하더라도 굶어 죽진 않을 거야."
문아영은 알고 있었다. 최씨 집안에서는 할아버지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녀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