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박 회장님의 장례식

별장에서 박씨 저택까지는 한 시간 거리였다.

그 한 시간이 내게는 숨이 턱턱 막히는 고통의 시간이었다.

육수연의 임신, 박건태가 떠나기 전 나를 바라본 그 눈빛—이 모든 것이 나를 짓눌렀다.

속이 답답했다.

차가 저택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속이 울렁거렸다.

차에서 뛰어내려 화단 옆에 몸을 기대고 헛구역질을 반복했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어머, 몇 년이나 박씨 며느리 노릇을 하더니 사람 참 고상해졌네. 차 좀 탔다고 그렇게 속이 뒤집혀?”

저택 입구에서 들려온 날카로운 목소리.

누군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박건태의 할아버지, 박 회장님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다.

큰아들 박태준은 교통사고로 부부가 함께 세상을 떠났고, 그들의 외아들 박건태만 남았다.

둘째 아들은 박태현이었다.

지금 나를 비꼬는 사람은 박태현의 아내, 서혜림이었다.

재벌가에서는 갈등이 많다는 걸 익히 알고 있었기에, 나는 이런 상황에도 익숙해져 있었다.

속이 여전히 불편했지만, 나는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작은 어머니, 안녕하세요.”

서혜림은 늘 나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가난한 출신인 내가 박 회장님의 신임을 얻은 것이 못마땅했던 것이다.

게다가 회장님은 박건태에게 모든 것을 맡겼기에, 그에 대한 질투와 불만을 나에게 풀어냈다.

그녀는 차가운 시선으로 나를 훑어보더니, 차 안을 살폈다.

박건태가 없다는 걸 확인한 그녀는 냉소를 지었다.

“뭐야? 건태는 안 왔어? 회장님 장례식에 장남이 얼굴도 안 비추는 거야?”

오늘은 많은 사람이 올 예정이었다.

박건태가 없는 것은 확실히 예의에 어긋났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둘러댔다.

“건태 씨가 급한 일이 생겨서 조금 늦을 것 같아요.”

“후후.”

서혜림은 비웃음을 터트렸다.

“회장님이 그렇게 믿고 맡긴 사람치고 별거 아니네.”

재벌가에서 체면을 중시하기에 그녀는 더 이상 나를 곤란하게 만들지 않았다.

저택 안으로 들어가자, 박 회장님의 영정 사진이 거실 중앙에 놓여 있었다.

유해는 이미 화장되어 제단 뒤쪽에 안치되어 있었다.

거실은 하얀 국화로 장식되어 있었고, 향과 공물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조문객들이 하나둘 도착했다.

박 회장님은 명망 높은 인물이었기에, 오는 사람들도 대부분 지위가 높은 이들이었다.

박태현과 서혜림은 손님들을 맞이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나는 제단 옆에서 조문객들을 안내했다.

“심가영 씨.”

장희나 아주머니가 다가와 나를 불렀다.

“왜요?”

박씨 집안은 사람이 많지 않았다.

박 회장님은 조용한 걸 좋아해서 장희나 아주머니 한 명만이 그의 곁에서 생활을 돌봐왔다.

그녀는 내 손에 작은 상자를 건네며 안타까운 눈빛으로 말했다.

“이건 회장님께서 생전에 남기신 거예요. 잘 보관하세요.”

잠시 머뭇거리다 그녀는 덧붙였다.

“회장님은 가영 씨가 이혼을 원치 않으면 이 상자를 건태 도련님에게 주라고 하셨어요.

그가 이걸 보면 쉽게 이혼하지는 못할 거라고 하셨어요.”

나는 손에 들린 상자를 내려다봤다.

직사각형의 상자는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열쇠는요?”

“회장님이 이미 건태 도련님에게 주셨어요.”

그녀는 내 얼굴을 살피며 말했다.

“요즘 많이 수척해졌어요. 몸 잘 챙겨야 해요.

회장님께서는 가영 씨가 얼른 건강한 아이를 낳아 박씨 집안을 이어가길 바라셨잖아요.

이제 회장님도 안 계시니, 너희가 박씨 집안을 끊어서는 안 돼.”

‘아이’라는 말에 나는 잠시 멍해졌다.

힘없이 웃으며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장례식을 마친 후, 박 회장님의 유해는 묘지에 안장되었다.

이미 오후가 되도록 박건태는 나타나지 않았다.

묘지에서 돌아오는 길에 박태현은 서혜림의 팔을 낀 채로 나를 보며 말했다.

“가영아, 사람은 죽으면 돌아오지 않는 법이야.

집에 가서 건태랑 잘 이야기해.

회장님은 그에게 아무런 빚도 지지 않았다는 걸 알아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