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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육수연이 임신했다

"육수연 씨, 변신하는 속도가 꽤 빠르네."

나는 그녀를 힐끗 바라본 뒤 가방을 챙겨 박씨 저택으로 갈 준비를 했다.

박건태가 가지 않더라도, 나는 꼭 가야 했다.

현관에 도착하자마자 육수연이 나를 가로막았다.

박건태가 없자 그녀는 더 이상 순진한 척하지 않았다.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이혼 서류는 언제쯤 사인할 거야?"

나는 순간 멍해졌다가 피식 웃었다.

"육수연 씨, 지금 당신이 제삼자의 입장에서 이혼을 강요하는 거야?"

"제삼자? 너야말로 제삼자야!"

그녀는 그 말을 몹시 싫어하는 듯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심가영, 너만 아니었다면 이 집의 주인은 나였을 거야.

이제 박 회장님도 돌아가셨고, 널 지켜줄 사람도 없어.

내가 너라면 조용히 이혼 서류에 사인하고, 건태 오빠가 주는 돈이나 받고 멀리 사라졌을 거야."

나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안타깝게도 난 당신이 아니네요."

그녀의 공격적인 말에 신경 쓰지 않고, 그녀를 피해 계단을 내려가려 했다.

박건태가 아니면 세상 누구의 말도 나를 상처 입힐 수 없었다.

그러나 육수연은 나를 그냥 보내주지 않았다.

나를 세게 붙잡으며 소리쳤다.

"심가영, 양심 좀 있어라. 건태 오빠는 널 사랑하지도 않잖아.

그 옆에 붙어 있어봤자 뭐가 달라지는데?"

나는 뒤돌아 그녀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가 나를 마음에 두지 않는다는 걸 아는 네가 왜 그렇게 초조해하지?"

"너…!"

육수연은 얼굴이 빨개지며 말을 잇지 못했다.

나는 그녀 가까이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비웃듯 말했다.

"내가 그 옆에 있는 이유?

내 ‘실력’이 너무 뛰어나서 아닐까?"

"심가영, 너 정말 뻔뻔해!"

육수연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나를 세게 밀치려 했다.

내 뒤에는 계단이 있었다.

본능적으로 몸을 피했는데, 뜻밖에도 육수연이 균형을 잃고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아악!"

홀에 그녀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나는 순간 얼어붙었다.

그녀가 바닥에 쓰러진 걸 확인하자, 등 뒤에서 강한 기운이 나를 밀쳐냈다.

곧이어 박건태가 번개처럼 계단을 내려갔다.

육수연은 바닥에 웅크린 채 창백한 얼굴로 배를 감싸 안고 있었다.

목소리는 희미하고 떨렸다.

"아이… 내 아이…"

그녀의 아래에는 피가 번져가고 있었다.

나는 충격에 얼어붙었다.

뭐야… 임신한 거야?

박건태의 아이?

"건태 오빠, 아이가… 아이가…"

육수연은 박건태의 소매를 붙잡고 계속해서 울먹였다.

박건태는 굳은 얼굴로 땀방울을 흘렸다.

무섭도록 냉혹한 얼굴이었다.

"걱정 마. 아이는 괜찮을 거야."

그는 그녀를 안아 올려 빠르게 문을 향해 걸어갔다.

문 앞에 이르렀을 때, 그는 갑자기 멈춰 서서 나를 향해 돌아봤다.

차가운 눈빛, 불타는 분노.

"심가영, 잘했어."

짧은 몇 마디였지만, 냉소와 혐오, 분노가 모두 담겨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따라가서 해명할 생각 없어요?"

낮고 무거운 목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정이호가 서 있었다.

그가 언제부터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속의 불안감을 꾹 누르며 담담하게 말했다.

"무슨 해명을 하란 거죠?"

그는 눈썹을 올리며 말했다.

"그녀를 가영 씨가 밀쳤다고 오해할까 봐 걱정 안 돼요?"

나는 눈을 내리깔고 씁쓸하게 말했다.

"제가 밀쳤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그의 수연이’가 다쳤다는 거죠.

결국 누군가는 그 책임을 져야 하겠죠."

"가영 씨는 참 생각이 깊네요."

정이호는 의료 가방을 들고 별장을 나섰다.

육수연을 따라 병원에 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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