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박건태의 아침을 먹을 수 있다니 행운이네

내 말을 듣자, 육수연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커다란 눈동자에 어둠이 스쳤고, 그녀는 박건태의 소매를 살며시 잡으며 조그맣게 말했다.

"건태 오빠, 어젯밤에 내가 너무 제멋대로 굴었어. 가영 언니랑 오빠 시간을 방해해서 미안해. 오늘 아침 같이 먹게 해주면 안 돼? 내 사과로 받아주면 좋겠어."

나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나, 어떤 사람들은 그저 애교와 약한 모습만으로도 남들이 애써 얻을 수 없는 것을 쉽게 얻어낸다.

박건태는 처음에 내 존재를 아예 무시하는 듯했다.

하지만 육수연이 입을 열자 그는 나를 힐끗 보며 냉정하게 말했다.

"같이 먹어."

명령조의 차가운 말투였다.

익숙하다.

억지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박건태를 나는 끝까지 거절할 수가 없었다.

한 번 마음에 들어온 사람은 평생 잊기 힘들다는 말이 맞았다.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박건태가 차려준 아침을 먹게 되었다.

계란 프라이와 녹두죽—평범한 메뉴였지만 내겐 특별했다.

박건태 같은 남자는 신이 특별히 선택한 사람 같았다.

그의 손은 세상을 다스리기 위해 태어난 손인 줄만 알았다.

"가영 언니, 건태 오빠가 구운 계란 한 번 먹어봐요. 정말 맛있어."

육수연은 내 그릇에 계란을 하나 올려주며 말했다.

"우리 같이 있을 때, 자주 이렇게 해줬어."

그러고는 박건태에게도 계란을 하나 건네며 환하게 웃었다.

"건태 오빠, 오늘 남강에 꽃 보러 가기로 한 거 잊지 마."

"응."

박건태는 우아하고 기품 있게 아침을 먹으며 짧게 대답했다.

그는 원래 말이 적었지만, 육수연에게만큼은 묻는 말에 모두 대답하고, 그녀의 부탁을 절대 거절하지 않았다.

정이호는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아무렇지 않게 아침을 먹고 있었다.

그의 태도는 마치 이 모든 상황과 상관없는 방관자 같았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속이 답답해졌다.

오늘은 할아버지의 장례식이었다.

박건태가 육수연과 함께 가버리면, 박씨 저택에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이 불편한 아침 식사는 누구도 편히 즐길 수 없었다.

나는 몇 입만 먹고, 박건태가 식사를 마치고 위층으로 올라가자 곧장 따라갔다.

침실.

박건태는 내가 따라오는 것을 눈치채고는 무심하게 말했다.

"무슨 일이야?"

그는 아무렇지 않게 옷을 벗기 시작했다.

탄탄한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고,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늘은 할아버지 장례식이야."

그는 옷을 갈아입으면서도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가면 돼."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박건태, 그분은 네 할아버지야."

박씨 집안의 장남인 그가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는다면, 가족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뻔했다.

"장례는 진수열에게 맡겼어. 자세한 건 그와 상의해."

그의 목소리에는 감정이라고는 없었다.

그저 아무 상관없는 일을 전하는 듯했다.

그가 서재로 향하려는 순간, 나는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박건태, 너한테 가족은 아무 의미도 없는 거야? 육수연 빼고는 다 필요 없는 존재야?"

그는 걸음을 멈추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박씨 집안 일에 네가 끼어들 자격 없어."

그리고는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너한테 그런 자격 없어."

그의 말은 마치 차가운 물을 끼얹은 듯 내 온몸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가 걸어 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허탈하게 웃었다.

'자격 없다.'

나는 그를 사랑하기 위해 2년을 바쳤다.

하지만 차가운 마음은 끝내 따뜻해지지 않았다.

"나는 네가 그냥 뻔뻔한 줄 알았는데, 참견도 좋아하네?"

비웃는 목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육수연이 팔짱을 낀 채 문에 기대어 있었다.

이미 순수하고 귀여운 모습은 사라지고, 차가운 표정만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