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오로지 주씨 가문에 들어가기 위해

"그래? 그래도 누군가의 가정을 깨려고 발버둥 치는 불륜녀보단 덜 추하지 않을까?"

이별이의 가볍게 내뱉은 한마디에 서서아는 몇 초간 멍해졌다. 이내 얼굴이 새하얗게 변하더니, 곧장 손을 들어 그녀를 때리려 했다.

하지만 이별이는 그녀의 손목을 단단히 붙잡았다. 그리고 주저 없이, 단번에 그녀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내가 그동안 너랑 엮이지 않은 건, 주연준의 아이를 가졌다는 게 네 능력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야. 하지만 그게 네가 임신을 핑계로 나한테 거들먹거릴 이유가 되는 건 아니지. 불륜녀 주제에 대체 무슨 우월감이라도 느끼려는 거야?"

이별이의 뺨이 울리는 소리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서서아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으락푸르락 변했다. 그녀는 손목을 빼내려고 했지만, 이별이의 힘을 이길 수 없었다. 결국 소리치듯 외쳤다.

"헛소리하지 마! 난 불륜이 아니야! 정말 뻔뻔한 건 너겠지! 아직도 회장님의 부인 자리를 놓지 않고 있는 네가 더 역겨워! 주연준은 널 혐오해! 넌 그가 가장 싫어하는 여자라고!"

이별이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좀 이상한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내가 뻔뻔하든 말든, 법적으로 주연준의 아내는 아직 나야. 그리고 네 덕분에 깨달았어. 네가 가진 그 애가, 그의 혼외 관계를 증명하는 완벽한 증거가 될 수도 있겠네. 이걸로 너희 둘을 고소하면, 주연준을 맨몸으로 내쫓을 수도 있지. 한번 해볼까?"

서서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너... 감히"

"해봐."

7, 8월의 무더운 여름이었지만,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마치 한겨울의 얼음장 같은 차가운 기운을 내뿜었다.

이별이는 잠시 멈칫했고, 붙잡고 있던 서서아의 손을 천천히 놓았다.

서서아는 곧장 주연준에게 달려갔다. 손으로 맞은 뺨을 감싸 쥔 채,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며 흐느꼈다.

주연준은 그런 그녀를 한 번 내려다보더니, 다시 이별이에게 차가운 시선을 던졌다. 그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갑고 날카로웠다.

"필요하면 변호사 소개해 줄까?"

이별이는 가볍게 웃었다.

"그럴 필요 없어요."

그녀는 시간과 힘을 들이고 자신까지 걸어야 하는 이런 소송을 할 돈이 없었다.

그냥 서서아를 겁주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주연준은 그녀에게 한 걸음 다가오더니, 고개를 살짝 기울여 조용히 말했다.

"그래서, 이혼 합의서에서 말한 깨끗이 손 털고 나간다는 게 이런 뜻이었어?"

이별이는 그의 까맣고 깊은 눈동자 속, 숨김없는 냉소를 발견했다. 그제야 그의 말뜻을 이해하고 반사적으로 변명하려 했다.

"아니, 그게 아니고, 난"

"돈으로는 네 야망이 충족되지 않는 거야? 네가 진짜 원하는 건, 주씨 가문 그 자체였나 보지?"

이별이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는 덧붙였다.

"아니면, 뭐? 대체 무슨 이유로 이런 유난을 떨면서 이혼 쇼를 벌인 거냐?"

주연준은 비웃음을 머금은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별이, 넌 네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같아. 내가 정말 서명하면, 넌 오히려 손해 보는 거 아니야?"

이별이는 그의 차가운 시선을 마주하며 가볍게 웃었다.

"그러니까, 주 회장님, 서둘러 서명해 주세요. 우리, 법원에서 보자고요."

주연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가 서명하고 나면, 넌 뭘 할 건데? 이혼 서류를 들고 가서 날 고소라도 할 생각이야?"

하지만 이별이는 여전히 미소를 유지한 채 말했다.

"진짜 너무 깊게 생각하시네요. 우리 그냥 깔끔하게 끝내는 게 서로한테 좋지 않을까요? 아, 만약 당신이 정말 걱정된다면, 서약서를 써 드릴 수도 있어요. 이혼 후에 어떤 이유로도, 어떤 명목으로도 당신에게 한 푼도 요구하지 않겠다는 서약서. 법적 효력도 있는, 확실한 문서로요. 이 정도면 됐나요?"

주연준은 예상 밖의 반응에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마치 그녀가 당장이라도 자신을 벗어나고 싶어 안달이 난 것처럼 보였다. 그가 미세하게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때, 서서아가 참지 못하고 다가왔다.

"주 회장님... 우리 가요. 저, 좀 몸이 안 좋아요."

이별이는 고개를 돌려 서서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마치 진심 어린 조언이라도 해주듯 덤덤히 말했다.

"서서아 씨, 앞으로는 너무 높은 하이힐 신지 마세요. 화장도 너무 진하게 하지 말고, 향수도 그렇게 독하게 뿌리지 마시고요. 그렇게 치장해서 득을 보는 건 돈 밝히는 남자들뿐이에요. 고생하는 건 당신과 당신 뱃속의 애고요."

"……"

...이 말은, 누구를 저격하는 거지?

그렇게 말한 이별이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 듯 당당하게 시선을 돌리고, 유유히 그들보다 먼저 자리를 떠났다.

이별이가 사라지자, 지금까지 조용히 구경만 하던 서서아의 친구들이 곧바로 몰려와 아첨을 늘어놓았다.

"와, 서서아, 주 회장님이 너 진짜 잘 감싸주더라! 아까 그 여자 표정이 정말 장관이었어!"

"맞아, 맞아! 주 회장님 너무 멋있어! 너 정말 부럽다, 이렇게 든든한 남자친구도 있고"

"내가 봤을 땐, 서아 네 말이 백 번 맞아! 그 여자 진짜 뻔뻔해. 네가 임신까지 했는데도 이혼을 안 해주려 하다니!"

그 순간, 주연준이 천천히 시선을 거두더니 차갑게 그들을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

"...너희들, 다들 제정신이야?"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순간 얼어붙었다.

그는 이별이를 싫어할지언정, 결혼 생활 중에 딴 여자를 끌어들여 추잡한 불륜남이 될 생각은 없었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 심지어 서서아마저도 당황하며 그의 눈치를 살폈다. 무슨 말이 그를 화나게 했는지 모른 채, 숨을 죽였다.

그리고 이어진 그의 한 마디.

"임신? 그 얘기, 좀 설명해 볼래?"

그의 싸늘한 시선이 서서아에게 정확히 꽂혔다.

서서아는 긴장한 듯 두 손으로 치맛자락을 꽉 쥐었다. 한참을 머뭇거리다 결국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저... 저는 그냥... 주 회장님이 그 여자를 정말 싫어하신다고 들어서... 그래서 그냥... 핑계를 하나 만든 거예요. 그녀가 빨리 포기하고 떠나게 하려고..."

주연준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그는 그녀의 말을 단칼에 잘라냈다.

"네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지 내가 모를 것 같아? 이런 수작으로 결혼을 강요하는 사람은 이별이 하나로 충분해."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에 담긴 경고는 단호했다.

"다음에 또 이런 말이 들려오면, 그땐 어떻게 될 지 잘 알고 있겠지?"

서서아는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더 이상 감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주연준이 떠나자, 그녀 주변에 있던 친구들이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곧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서아야, 근데 주 회장님 네 남자친구 맞아? 그런데 왜 그렇게 차갑게 말하는 거야?"

서서아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동안 주연준이 그녀를 데리고 여러 공식적인 자리에도 참석했고, 외부에서 둘의 관계에 대한 소문이 퍼질 때도 그가 전혀 부인하지 않았었다. 그 덕에 그녀는 자연스럽게 그가 자신을 받아들였다고 믿었다.

그래서 자신감 있게 이별이를 찾아가 자리를 내놓으라고 요구했고, 그를 확실히 붙잡기 위해 임신 확인서까지 위조했다.

그런데... 방금 주연준의 반응을 보면... 모든 게 그녀만의 착각이었던 걸까?

그날 밤, 서서아는 어렵게 정보를 모아 주연준과 이별이의 결혼에 관한 이야기를 알아냈다.

처음부터 두 사람의 결혼은 정상적인 혼사가 아니었다.

과거 이별이의 아버지가 거액의 사채를 졌고, 채권자들이 그녀를 트와일라잇 클럽에 팔아넘겼다. 그녀는 간신히 그곳에서 도망쳐 나오다가 주연준과 마주쳤고, 그에게 매달리며 자신을 구해달라고 애원했다.

그리고 두 달 후, 이별이는 임신 확인서를 들고 주씨 가문의 문을 두드렸다. 주씨는 명문가로, 체면을 매우 중요시했다. 이런 스캔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더군다나 그녀가 아이를 가졌으니 해결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결국, 주연준은 이별이와 결혼했다.

하지만 결혼 후 두 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아이는 사라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게 이별이가 짜놓은 한 편의 연극이었다.

트와일라잇 클럽에서 그녀가 약을 먹고 쓰러진 것도, 주연준을 우연히 만난 것도, 그 후 가짜 임신을 빌미로 결혼까지 이끌어낸 것도 모두 그녀의 계획이었다.

그녀의 목적은 오직 하나, 주씨 가문에 들어가기 위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