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한국어
챕터
설정

2화 어떻게 그렇게 뻔뻔하니

이별이가 이혼을 결정했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 이별이의 절친 배두연은 십 분 동안 주연준을 격렬하게 욕했다. 그리고 나서야 겨우 진정하며 말했다.

"그 개자식이 진짜 너한테 한 푼도 안 줬다고? 밖에서 어린 모델들한테는 돈을 펑펑 쓰면서, 정작 자기 아내한테는 그렇게 쩨쩨하게 군다고?"

"쩨쩨하다고는 못 하지. 나도 지난 3년 동안 그한테 꽤 많은 돈을 받았어. 그걸 다시 돌려달라고 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지."

"아니, 그렇게 생각하면 안 돼! 너희는 부부잖아? 그 자식 돈은 네 돈이고, 네 돈도 네 돈이야! 게다가 그 인간, 매일 공짜로 널 먹잖아. 네가 그 자식 돈을 좀 쓴들 뭐 어때!"

이별이는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며 말했다.

"제발 단어 좀 바꿔 줄래?"

배두연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겨우 진정했다.

"미안, 너무 감정이 북받쳐서."

이별이는 소파에 몸을 기댄 채 한참을 참다가 결국 터져 나오는 화를 억누르지 못하고 말했다.

"오늘 내가 이혼하자고 했더니, 그 개자식이 첫마디로 뭐라고 한 줄 알아? 이번엔 또 얼마가 필요해? 라고 하더라. 이혼 서류는 쳐다보지도 않았어. 마치 내가 큰돈 요구할까 봐 벌벌 떠는 것 같더라니까?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배두연은 팔짱을 끼고 생각하다가 말했다.

"근데 너 왜 이혼하는 거야? 그냥 버티고 있지 그래. 누가 먼저 지쳐서 포기하나 보면 되지."

그 말에 이별이는 차분히 대꾸했다.

"아, 서서아가 임신했대."

서서아, 요즘 떠오르는 신인 모델. 그리고 최근 들어 주연준과 유독 가까이 지내던 여자. 누가 봐도 그들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별이는 주연준과의 결혼생활 3년 동안, 그가 자신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한 달에 두 번 집에 오는 것도 그가 견딜 수 있는 최대한의 인내였다.

그들의 관계는 의무적인 부부 생활에 불과했다. 그에게서 애정이라곤 조금도 느낄 수 없었다.

그녀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듯했다.

사실 서서아가 주연준의 곁에 나타난 최초의 여자는 아니었다. 그래서 이별이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일주일 전, 결혼 3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들뜬 마음으로 선물을 고르고 있던 그녀 앞에, 서서아가 느닷없이 찾아왔다. 그리고 임신 확인서를 내밀며 거만한 태도로 말했다.

"나 임신했어. 이제 너는 주연준의 부인자리에서 내려올 때가 됐어"

그 순간, 이별이는 지난 3년 동안 스스로를 속이며 살아왔다는 사실을 거부할 수 없는 현실로 맞닥뜨리게 되었다.

모든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그녀를 비웃듯 날카롭게 되돌아와 마치 자기자신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이별이, 넌 지금 그 여자가 역겹다고 생각하지? 그런데 말이야, 너도 바로 이 방법으로 주연준을 붙잡았잖아. 뱃속의 아이를 핑계로 결혼을 강요했잖아, 기억 안 나? 너도 마찬가지야. 주연준에게 역겨운 존재라는 점에서, 똑같다고."

이제 단지 누군가가 그녀가 했던 방식을 그대로 반복했을 뿐이었다.

배두연은 화가 나서 참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그게 어떻게 같아? 네가 주연준이랑 결혼할 때 그는 싱글이었어! 근데 서서아는 네가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당당하게 끼어든 거잖아! 그냥 뻔뻔한 불륜녀라고!"

"뭐, 상관없어. 다 거기서 거기지."

이별이는 담담하게 말했다.

"사실 주연준과 결혼한 지난 3년 동안, 난 단 하루도 편히 잠든 적이 없어. 어찌 됐든 간에, 그는 원치 않는 결혼을 강요받았고, 이혼하는 게 차라리 나아. 이제 난 그에게 아무것도 빚진 게 없어."

그러자 배두연은 다시금 열을 내며 주연준과 서서아를 향해 30분 동안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고 나서야, 이미 졸음에 겨운 이별이를 침실로 데려갔다.

"이제 여기서 살아. 어차피 내 남자친구도 없고, 이 집도 너무 커서 혼자 있으면 무섭단 말이야."

이별이는 하품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 자."

다음 날 오후, 이혼 합의서가 주연준의 책상 위에 던져졌다. 마지막에 남겨진 그녀의 서명은 마치 그를 향한 도발처럼 거칠고 선명했다.

비서 임남철은 주연준의 점점 더 싸늘해지는 표정을 보며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주 회장님, 아까 스탠리 맨션 쪽에 확인해 보니, 부인께서는 어젯밤에 이미 이사를 마치셨습니다. 개인 물품 외에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으셨습니다."

주연준은 이혼 서류를 덮고 무심하게 한쪽으로 던졌다.

"깨끗이 손 털고 나가겠다? 아무것도 안 챙기고? 넌 어떻게 생각하냐, 이게 또 무슨 술수일 것 같아?"

임남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이건 자기 아내도 아닌데, 대체 왜 그들의 싸움에 끼어들어야 하는 거지?

주연준은 그에게서 별다른 답변을 기대하지도 않았다.

"나가 봐."

임남철은 발길을 돌리다가 다시 멈춰 섰다.

"아, 주 회장님. 파리에서 주문한 목걸이가 도착했습니다. 이제 그건..."

그건 원래 주연준이 결혼 3주년을 기념해 이별이에게 주려고 했던 선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필요 없어진 물건이었다.

"버려."

차갑고 무미건조한 두 글자.

"네, 알겠습니다."

임남철이 사무실을 떠나자, 주연준은 다시금 이혼 합의서를 집어 들었다. 그녀의 서명에 시선을 고정한 채, 비웃음이 흘러나왔다.

이별이, 과거에 너는 나를 붙잡기 위해 자신의 몸까지 내던지며 한바탕 쇼를 벌였지. 트와일라잇 클럽에서 내 옷깃을 붙잡고 매달렸고, 임신을 핑계로 나를 결혼식장으로 몰아넣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잔인하고 교활한 여자.

그런 네가 갑자기 변했다고?

말도 안 돼.

그저 또 다른 목적이 생겼을 뿐이겠지.

주연준은 손에 쥐고 있던 서류를 구겨 쓰레기통에 던졌다.

이별이는 며칠 동안 집에서 기다렸지만, 주연준에게서 아무런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다. 보낸 메시지 역시 언제나처럼 아무런 답장도 없었다.

첫째 날, 너그럽고 배려 깊은 태도로, 온순하고 다정하게 문자를 보냈다.

"이혼 합의서 받았어요? 난 이미 서명했어요. 시간 되면 알려줘요, 같이 가서 이혼 절차 마무리해요."

둘째 날, 조심스럽게 떠보며, 확실한 대답을 요구하며 문자를 보냈다.

"Hello? 내 메시지 봤어요? 이혼 합의서에 불만 있는 거예요?"

셋째 날, 절제된 인내심으로 끈질기게 설득하며 문자를 보냈다.

"주 회장님, 바쁘신 거 알지만, 시간 좀 내서 이혼해 주실 수 있나요?"

넷째 날,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듯, 인내심이 소진된 듯 문자를 보냈다.

"주연준, 도대체 뭐 하는 거예요? 이혼 하나 하는 데 왜 이렇게 질질 끄는 건데요? 정말 나랑 안 보려면 빨리 서류 정리하고 끝내요! 두 번 다시 엮일 일 없게. 감사합니다."

다섯째 날.

[상대방과 친구가 아닙니다. 먼저 친구 요청을 보내세요. 상대방이 승인한 후에 채팅할 수 있습니다.]

"...하."

개자식.

이별이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 트와일라잇 클럽으로 향했다.

그러나 운이 나빴다. 주연준을 잡아내기는커녕, 그의 다음 부인을 먼저 만났다.

서서아는 원래 친구들과 저녁 식사를 하려고 이곳을 찾았다. 그러다 입구에서 이별이를 발견하고, 즉시 비웃음을 지으며 높은 굽을 또각거리며 다가왔다.

그녀는 일부러 조롱하듯 말했다.

"설마 아직도 미련 못 버리고 주연준 찾으러 온 거야?"

이별이는 그녀를 무심하게 한 번 훑어보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서서아는 더욱 기고만장해졌다.

"진짜 뻔뻔하네. 내가 임신했다고 이미 말했지 않나? 그런데도 버티고 있겠다고? 네가 이렇게 질척거리는 거, 얼마나 추한지 몰라?!"

지금 앱을 다운로드하여 보상 수령하세요.
QR코드를 스캔하여 Hinovel 앱을 다운로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