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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이혼 축하해요

"결혼 3주년 축하해요. 내가 깜짝 선물을 준비했으니까 오늘 일찍 들어와요. 당신이 분명 마음에 들어할 거예요."

문자를 보내고 나서, 이별이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 가스레인지 불을 살짝 줄이고 다시 채소를 썰며 신나게 저녁 준비를 했다.

마치 이 메시지가 아무런 답장이 없어도 그녀의 기분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은 듯했다.

곁에서 지켜보던 가사 도우미가 말했다.

"아가씨, 제가 도와드릴까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오늘은 제가 직접 만들어주고 싶어서요."

가사 도우미는 부러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부인과 사장님은 정말 금슬이 좋으세요."

이별이는 살짝 미소를 지었지만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녀와 주연준, 정말 금슬이 좋은 걸까?

금슬이라고 하기보다는, 그저 서로에게 맞춰가는 연극에 가까웠다.

저녁 7시, 주연준이 집에 도착했다. 가사 도우미는 분위기를 읽고 조용히 자리를 떴다.

막 식탁에 수저를 놓으려던 순간, 뒤에서 남자의 뜨거운 숨결이 느껴졌다. 그녀의 턱이 단단한 손에 붙잡혔고, 곧 거칠게 그의 입술이 내려왔다. 순간적으로 멈칫한 이별이는 곧장 손을 뻗어 그를 밀어냈다.

그러나 주연준은 긴 팔로 그녀의 허리를 감싼 채, 그녀의 턱을 쥐고 차갑게 말했다.

"나를 특별히 부른 이유가 이거 아니었어?"

이별이는 조용히 말했다.

"그런 게 아니라, 오늘이 결혼 3주년이잖아요. 정말 선물을 준비했어요."

주연준은 그녀를 놓아주고, 헝클어진 셔츠를 정리하며 무심하게 말했다.

"선물은 필요 없어. 너가 주는 깜짝 선물은 늘 놀랍기만 했지, 기쁜 적은 없었으니까."

이별이는 입가를 살짝 올리며 반박하지 않고 주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지막 요리가 식탁에 올려졌다.

이별이는 주연준과 마주 앉아 그의 잔에 와인을 따르고, 자신의 잔에도 따랐다.

이별이가 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우리의 결혼 3주년을 축하하며, 건배."

은은한 조명 아래, 주연준의 날카로운 이목구비가 더욱 두드러졌다. 깊고 차가운 눈빛, 매끈한 턱선, 오똑한 콧날, 그리고 살짝 굳어진 입술이 이 조촐한 기념일 만찬에 대한 그의 불만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이별이는 쓴웃음을 지었다. 처음부터 그에게서 어떤 반응을 기대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묵묵히 와인 잔을 들어 올려, 고개를 젖혀 단숨에 들이켰다.

한 잔을 마신 후, 다시 와인을 따랐다.

한 잔, 또 한 잔.

그렇게 몇 잔을 연거푸 마신 끝에, 이별이는 점점 취해갔다. 테이블에 엎드린 채, 맞은편에서 내내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하는 남자를 바라보며 길게 늘어진 목소리로 물었다.

"연준 씨, 오늘 같은 날조차, 나한테 한 번도 웃어주지 않는 거예요?"

"대체 어떻게 하길 바라는 거지? 너랑 같이 미쳐주길 바라는 거야, 아니면 이런 지독하게 지루한 기념일을 즐기길 바라나?"

"어떻게 지루할 수가 있어요, 인생에 결혼기념일이 몇 번이나 있겠어요? 어쩌면 이게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

주연준은 마치 우스꽝스러운 말을 들은 것처럼 코웃음을 쳤다.

"네가 그렇게 만들진 않겠지."

이별이는 와인잔을 흔들며 잔 속의 붉은 와인을 멍하니 바라봤다. 은은한 조명이 그녀의 눈동자를 촉촉하게 적셨다.

"아마도...... 그렇지 않을 거예요."

주연준은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2층으로 올라갔다.

짜증이 난 듯 헐겁게 맨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 던지고, 재킷을 벗었다. 막 셔츠 단추를 풀려던 순간, 부드러운 두 팔이 그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술 냄새가 온몸을 휘감았다.

이별이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렇게 서두르지 마요, 아직 선물을 안 줬잖아요......"

주연준은 돌아서서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말없이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와인의 기운이 오른 이별이의 두 뺨은 발그레했고, 촉촉한 눈동자는 순진무구하게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매혹적인 모습이었다.

주연준은 한 차례 목을 넘기며 침을 삼켰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녀는 분명 아름다웠다. 남자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할 만큼의 매력도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도 그녀에게 휘둘리지 않았을 것이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와인에 젖어 붉게 물든 그녀의 입술이 눈에 들어왔다. 붉고 선명하게 빛나는, 당장이라도 맛보고 싶을 것 같은 유혹적인 색을 띄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이 천천히 그의 셔츠 안으로 파고들었다.

주연준은 별다른 망설임도 없이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리며 거칠게 입술을 삼켰다. 깊숙이 파고들며 단숨에 그녀의 숨결을 앗아갔다.

이별이는 놀란 듯 신음하며 몸을 떨었다.

침대에 도착했을 때쯤, 그녀의 눈은 이미 흐릿하게 풀려 있었다. 다만, 그의 목을 감은 팔만이 그를 더욱 가까이 끌어당길 뿐이었다.

주연준은 그녀 위로 손을 짚고 몸을 지탱하며, 눈꼬리를 살짝 올렸다. 비웃음이 서린 듯한 시선으로 그녀를 내려다봤다.

"아까는 원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나?"

이별이는 숨을 헐떡이며 그를 바라보다, 천천히 미소 지었다.

"설마 모르는 거 아니죠? 여자가 싫다고 할 때는, 사실 좋다는 뜻이라는 걸."

주연준은 비웃음 섞인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다시금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이별이는 오늘 밤 유난히도 적극적이었다. 거칠게 포개진 입술 사이, 그녀의 이가 그의 입술을 깨물었다. 금세 비릿한 피 맛이 입안에 퍼지며, 두 사람의 숨결 속에 강렬한 쇠 냄새가 섞여들었다.

이건 단순한 키스가 아니었다. 마치 서로를 지배하려는 치열한 싸움 같았다.

주연준이 침대 옆 협탁으로 손을 뻗으려던 순간, 이별이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입을 열었다.

"연준 씨, 우리 이혼해요."

그녀 위에 몸을 지탱하고 있던 주연준이 순간적으로 멈춰섰다.

"지금 뭐라고 했어?"

그가 분명히 들었을 텐데도, 이별이는 또박또박 같은 말을 반복했다.

"우리 이혼해요."

그 말이 끝나는 순간, 주연준의 눈빛에서 모든 흥미가 사라졌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한층 차가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엔 또 얼마가 필요해?"

언제나 그랬다. 그녀는 돈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계속 새로운 수법을 썼다.

"한 푼도 필요 없어요."

이별이는 베개 밑에서 한 장의 서류를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이혼 합의서에요. 확인해 보고 문제 없으면 서명해요."

주연준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이별이, 장난도 정도껏 해. 난 네 유치한 게임에 시간 낭비할 여유가 없어."

그녀는 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기울였다.

"아까 말했잖아요. 오늘 깜짝 선물을 준비했다고. 이건 축하할 만한 일 아니에요? 온 세상이 함께 기뻐할 만큼."

주연준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의 미소가 묘하게 눈부셨다.

그러다 그녀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이혼 축하해요."

그는 입술을 다물고, 몇 초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짧고 단호하게 물었다.

"진심이야?"

이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때요, 이제 기쁨만 있고 놀라움은 없죠?"

"좋아. 후회하지 마."

그는 단 한 마디만 남긴 채, 무정하게 자리를 떴다.

문이 쾅 닫히는 소리가 밤공기를 강하게 갈랐다.

이별이는 고개를 숙여, 주연준이 단 한 번도 쳐다보지 않은 이혼 합의서를 내려다보았다. 오랫동안 가만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별이, 너도 이혼 축하해.

그날 밤, 이별이는 모든 짐을 정리했다.

하지만 그녀의 모든 짐이라 해봐야, 단 하나의 여행가방에 전부 들어갈 정도였다.

그녀는 주연준이 사준 보석, 가방, 구두, 옷들은 단 하나도 챙기지 않았다. 어차피 그가 진심으로 선물한 적 없는 것들이었다. 겉보기엔 화려했지만, 이혼과 함께 아무 의미 없는 허울뿐인 물건이 되어버렸다.

그녀에게는, 전혀 필요 없는 것들이었다.

집을 나서기 전, 이별이는 차가운 유리 테이블 위에 놓인 이혼 합의서를 한동안 바라봤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그것을 집어 들었다.

거실을 지나치며 식탁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준비했던 저녁, 주연준이 앉았던 자리. 그의 앞에 놓인 식기들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역시나, 이 결혼기념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환영받지 못한 날이었다.

하지만 괜찮다. 이제 결혼기념일에 이혼기념일까지 더해졌으니까.

언젠가 주연준이 이 날을 떠올릴 때, 짜증을 내다가도 피식 웃어버릴지도 모른다.

아마도, 이 결혼 생활 내내 그녀가 그에게 해준 일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일이 아닐까.

택시 뒷좌석에 앉아, 이별이는 차창 밖을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문득, 묘한 해방감을 느꼈다.

3년 동안의 재벌가 사모님이라는 가짜 페르소나를 벗고, 이제 다시 원래 그녀가 있어야 할 곳, 빈민촌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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