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네가 무슨 1급 보물이야?

이별이는 그가 SG 주얼리 매거진과의 계약을 언급하는 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그냥 당신이 본 그대로예요. 어쨌든 저도 정식 직업이 있는 사람이니까요. 이제는 다시 원래 일로 돌아가는 것도 안 되나요?"

주연준은 낮고 무겁게 말했다.

"내가 그걸 물었겠어?"

이별이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뭘 묻고 싶은 건데요?"

"당신이 말한......"

그가 막 입을 떼려는 순간, 이별이는 갑자기 속이 울렁거려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러나 억누를 새도 없이 헛구역질 소리가 손가락 사이로 흘러나왔다.

이별이는 다른 한 손을 뻗어 그를 밀어내며 힘겹게 말했다.

"주 회장님, 좀 멀리 떨어져 주세요. 속이 좀 안 좋아서요."

그러나 그는 냉담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계속 연기해 봐."

그녀가 또다시 핑계를 대며 대화를 회피하려 한다는 걸 모를 리 없었다.

"정말 눈치 빠르시네요, 주 회장님. 그런데 당신은 도대체 뭘 물어보고 싶은 건데요? 아무 일도 아니면,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사실 그녀는 이틀 전부터 입덧이 심해져서 계속 헛구역질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방금 전에도 몇 번을 참았지만,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그러나 주연준은 그녀의 손목을 잡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 첫사랑, 그게 대체 뭐야."

이별이는 순간 멍해졌다. 그가 궁금해한 게 이거였다고?

"그냥... 첫사랑이죠."

그녀는 그를 올려다보며 진지하게 덧붙였다.

"주 회장님, 설마 이걸 따지러 온 건 아니죠? 지금 우리 관계에서 이런 얘기를 한다는 게, 당신도 웃기다고 생각 안 해요?"

그의 눈썹이 찌푸려졌고, 손목을 쥔 힘이 조금 더 강해졌다.

"지금 우리 관계가 뭐라고 생각하는데."

"이혼 대기 중이요."

그녀의 태연한 대답에 주연준의 얼굴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이별이, 내 인내심을 계속 시험하지 마."

이별이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조용히, 정당하게 이혼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게 왜 그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거지?

그녀가 반문하려던 순간, 다시금 속이 뒤집혔다. 그런데 이번에는 주연준이 그녀의 손목을 놓아주지 않았다.

급한 마음에 그녀는 옆에 있던 쓰레기통을 붙잡고 그 위로 토해버렸다.

주연준은 그녀를 피하려 했지만, 결국 소매에 몇 방울 튀고 말았다.

주연준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이별이!"

이별이는 토해낸 뒤, 물을 들고 입을 헹군 후 그에게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미안해요. 참으려고 했는데 못 참았어요."

주연준은 짙은 색의 수트를 벗어 한쪽에 던지고, 창문을 열어 방 안의 공기를 환기시켰다. 불쾌한 냄새를 없애려는 듯한 행동이었다.

"주 회장님, 다른 일이 없으면 전 이제 가볼게요. 아니면... 오늘 시간이 되면 이혼하러 가실래요? 두연이한테 말해서 잡지사 일 정리하고 바로 같이 가죠."

주연준은 그녀를 향해 돌아섰다. 표정은 더욱 차갑게 굳어 있었고, 눈빛 또한 아까보다 한층 더 냉랭해져 있었다.

이별이는 눈을 깜빡이며 속으로 생각했다.

'아니, 겨우 몇 분을 기다리는 것도 못 참는 거야?'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별이야, 얘기 다 끝났어? 임 편집장님이 찾으셔."

배두연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이별이는 곧장 대답했다.

"응, 금방 갈게."

그리고는 주연준을 향해 다시 말했다.

"주 회장님, 전 나가볼게요. 잠시만 밖에서 기다려 주세요."

대기실을 나서자, 배두연이 그녀의 팔을 잡고는 빠르게 뛰어가려 했다. 그러나 그녀가 임신 중이라는 사실이 떠올라 황급히 걸음 속도를 늦췄다.

이별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임 편집장님 어디 계셔? 아까 찾는다며."

배두연은 히죽 웃으며 대답했다.

"거짓말이야. 지금 엄청 바쁘셔서 VIP들이랑 응대 중이셔. 내가 그렇게 안 하면 널 그 개자식 손에서 빼내올 수 있겠어?"

"......"

하긴, 틀린 말은 아니었다.

호텔 입구에 도착했을 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별이야."

이별이와 배두연은 동시에 걸음을 멈췄다.

결국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어 있었다.

호텔 입구, 두 사람은 한동안 침묵을 유지했다. 결국 참지 못한 듯, 이현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별이야, 잘 지냈어?"

이별이는 살짝 입술을 깨물다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응, 잘 지내."

"난 보름 전에 돌아왔어. 네 소식을 찾으려고 했는데, 아무도 네 소식을 모르더라."

이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3년 전, 그녀는 이현진과의 연락을 끊었을 뿐만 아니라, 알고 지내던 모든 사람들과도 인연을 끊었다.

이별이는 자신이 겪은 일들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녀도 사람이었다. 그리고 최소한의 남은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다.

잠시 후, 그녀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나중에 또 나가는 거야?"

이현진은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별이야, 나......"

"현진 오빠!"

갑자기 어디선가 주안희가 뛰쳐나와 강제로 두 사람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이별이는 갑작스러운 충격에 뒤로 휘청였다. 다행히 뒤에 벽이 있어 가까스로 버티고 섰지만,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그녀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주안희!"

주안희는 그녀를 돌아보며 노골적인 적개심을 드러냈다.

"이별이, 목소리 크면 다야? 내 사촌 오빠가 안에 있는데, 감히 대낮부터 다른 남자 꼬시는 거야? 부끄럽지도 않아?"

그녀의 말에 이별이의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굳어버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별이는 이현진에게 자신이 결혼한 사실을 숨기려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이런 타이밍에 들키게 될 줄은 몰랐다.

늘 온화했던 이현진도 이번만큼은 분노를 숨기지 못한 채 주안희의 손목을 거칠게 밀어냈다.

"주안희, 대체 무슨 짓이야?"

예상치 못한 반응에 그녀의 눈이 붉어졌고,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난 오빠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 저 여자가 내 사촌 오빠랑 결혼하기 위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기는 해?"

이별이는 차분하게 맞섰다.

"난 숨길 생각도 없고, 부정할 것도 없어. 하지만, 주안희."

그녀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내가 분명히 경고했었지? 계속 이딴 식으로 굴면, 직접 걸음걸이를 가르쳐 주겠다고."

그러나 주안희는 이미 질투에 눈이 멀어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언제 한 번이라도 이현진이 자기에게 이렇게 다정하게 대해준 적이 있었던가? 그런데 그 대상이 이별이라고?

"뭐야, 네가 무슨 1급 보물이라도 돼? 손도 못 대게?"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이별이를 밀어버리려 했지만, 손이 닿기도 전에 이현진에게 단단히 붙잡혔다.

"주안희, 그만해."

"오빠, 내가 저 여자보다 못한 게 뭐야? 왜 날 안 믿고, 저 여자를 감싸는 건데!"

이현진의 표정이 단단히 굳었다.

"나와 별이는 3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야. 굳이 네가 나한테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줄 필요 없어."

주안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너희들..."

그때였다.

"그래요? 그럼 이현진 도련님 눈에는, 이별이가 어떤 사람으로 보이는거죠?"

차갑고 담담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이별이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건 대체 무슨 지옥 같은 상황이야.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주연준이었다.

그가 나타나자, 주안희는 순간 움츠러들었지만, 이내 기세를 올리며 더욱 뻔뻔하게 나섰다.

"연준 오빠, 저 여자가 지금 어떤 꼴인지 좀 봐! 완전히 막 나가고 있다니까!"

주연준은 아무런 감정도 없는 시선으로 이별이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현진은 그 눈길이 닿기도 전에, 본능적으로 그녀 앞에 나섰다.

주연준은 코웃음을 쳤다.

"이현진 씨, 지금 뭐 하는 거죠?"

이현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조차도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별이가 결혼했다는 사실도, 그리고 그녀가 결혼한 상대가 다름 아닌 주연준이라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