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한국어
챕터
설정

10화 부인께서 그냥 삐치신 건 아닐까요?

"임신이면 좋은 소식 아니야? 임신..."

배두연은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주연준 그 개자식 애라고?"

"응."

"젠장! 그럼 어쩔 거야? 그사람한테 말할 거야?"

이별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어차피 우리 이혼할 거잖아."

배두연은 잠시 멈칫하더니, 조심스럽게 다시 물었다.

"그럼... 이 아이, 낳을 거야?"

이별이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처음 임신 사실을 들었을 때 그녀는 원래 없애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온 뒤 오랜 시간 고민했다.

이건 그녀와 주연준의 문제였다. 배 속의 아이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었다.

눈을 감으면, 마치 3년 전 그날의 감각이 다시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서서히 사라져 가던 생명의 기운, 그때의 고통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이 아이를 낳는다면...

이별이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몰라. 조금 더 생각해볼래."

배두연은 그녀가 더 이상 이 주제를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화제를 돌렸다.

"아, 맞다! 좋은 소식 있어! '첫사랑' 시리즈에서 목걸이랑 반지 완성본이 매거진 내부에서 엄청 좋은 반응을 얻었어. 벌써 내부 예약까지 들어오고 있어. 정식 출시하면 대박 날 거야!

이제 팔찌만 남았는데... 발표회까지 1주일도 안 남았잖아. 시간 괜찮겠어?"

"괜찮아. 3일이면 끝낼 수 있어."

배두연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행이다... 근데 너 지금 임신했잖아. 제작할 때 화학약품 같은 거 쓰게 될 텐데. 그냥 공장에 맡기는 게 낫지 않아?"

"괜찮아. 마스크랑 장갑 끼면 문제없어."

"아무튼 몸 조심해! 안 되겠다 싶으면 바로 말하고."

이별이는 가볍게 웃었다.

"알겠어. 걱정 마."

샤워를 마친 후, 이별이는 휴대폰을 집어 들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주연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벨이 몇 번 울린 후, 전화를 받은 건 뜻밖의 사람이었다.

서서아의 목소리가 거만하고 능글맞게 들려왔다.

"주 회장님 지금 나랑 같이 있어. 그러니까, 괜히 관심 끌려고 하지 마."

"...아."

이별이는 망설임도 없이 전화를 끊었다.

한편, 주연준이 화장실에서 나오며 서서아가 그의 휴대폰을 슬쩍 옷 속에 넣으려는 걸 목격했다.

그는 걸음을 옮겨 그녀가 감추려던 옷을 가볍게 빼앗았다. 그리고 냉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방금 전화 온 사람 있어?"

서서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 아뇨... 없어요..."

주연준은 휴대폰을 확인해, 1분 전 이별이의 통화 기록을 보았다.

그는 시선을 들어 차갑게 그녀를 훑어보았다. 그러자 서서아는 황급히 변명했다.

"이별이가 회장님이 어디 있냐고 묻길래, 당신이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걸 알고, 그냥 적당히 얼버무렸어요. 그 외에는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주연준은 그녀의 유치한 수작에 조금의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협력 업체 대표가 환한 얼굴로 다가왔다.

"주 회장님, 다행히 아직 안 가셨네요! 오늘 트와일라잇 클럽에 룸을 잡아 놨습니다. 함께 가서 즐기시죠!"

그러자, 주연준은 무심하게 대답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주인공은 서서아입니다. 난 빠질 테니, 즐겁게 보내세요."

서서아는 당황하며 그의 소매를 붙잡으려 했지만, 그는 이미 협력사 대표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떠났다.

주연준은 클럽을 나와 차에 올라탔다.

운전기사가 물었다.

"주 회장님, 아파트로 갈까요, 아니면 스탠리 맨션으로 가시겠습니까?"

그는 휴대폰을 내려다보며 아무런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스탠리 맨션."

"알겠습니다."

30분 후 스탠리 맨션에 도착해 막 차에서 내린 순간, 그의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이별이였다.

그는 전화를 받았지만, 상대방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그는 넥타이를 풀며 소파에 앉아 낮고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할 말 있으면 해."

잠시 정적이 흐른 후, 조심스럽고 머뭇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 끝났어요?"

이별이는 이 전화를 걸기까지 오랜 시간 고민했다.

하지만, 그녀가 계속해서 아무 말 없이 시간을 끈다면, 주연준은 분명 그녀가 또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고 확신할 것이었다.

그러면 이혼을 더욱 어렵게 만들 뿐이었다.

하지만, 이 전화가 그의 좋은 시간을 망쳐놨다면 그것도 나쁘진 않았다. 그 생각만으로도 속이 조금이나마 시원했다.

"무슨 바쁜일."

이별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더 이상 이 화제를 끌고 가고 싶지 않아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냈다.

"오늘... 미안해요. 갑자기 일이 생겨서, 일부러 안 간 건 아니에요."

주연준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난 너 때문에 한 시간을 기다렸다."

"정말 미안해요, 진짜 예상치 못한 일이었어요. 내일은 괜찮을까요? 시간은 당신이 정해요. 아니면, 내가 아침부터 법원 앞에서 기다릴게요. 당신이 언제 시간이 나면, 그때 잠시 오면 돼요."

"난 너처럼 한가하지 않아. 내일 벨기에로 출장을 가야 해."

그녀는 순간 조금 아쉬운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그렇군요. 그럼, 돌아오면 다시 이야기해요."

재벌 남편을 두면, 이혼도 예약제로 해야 하는 건가...

전화가 아직 끊어지지 않았을 때, 주연준이 갑자기 물었다.

"...초콜릿 먹고 싶어?"

이별이는 얼떨떨했다.

"...네?"

그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다시 반복했다.

"내가 벨기에 출장을 가는데, 초콜릿 먹고싶냐고."

그제야, 이별이는 과거의 일을 떠올렸다. 그가 벨기에 출장을 갔을 때, 현지 협력사가 특산물이라며 초콜릿 몇 박스를 선물로 줬다.

그는 그것들을 그냥 거실 테이블 위에 내팽개쳤었다.

주연준은 원래 단 걸 싫어했고, 간식 같은 건 아예 손도 대지 않았다.

하지만, 이별이는 초콜릿을 좋아했다.

그때, 그는 태연하게 말했다.

"어차피 버릴 건데. 네 입으로 들어가든,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든 같은 거 아냐?"

잠시 후, 이별이는 짧게 대답했다.

"아니, 필요 없어요. 고마워요."

그러자, 주연준은 코웃음을 치듯 짧게 숨을 내뱉더니, 바로 전화를 끊었다.

이별이가 막 잠자리에 들려던 순간,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숙취 해소제 어디 있어?"

"주방으로 가서 왼쪽에서 세 번째 찬장, 맨 위 칸에 있어요. 근데 그건 해장국이라 끓여야 해요. 만약 못 하겠으면..."

주연준의 숨소리는 일정했다. 마치 그녀가 이어서 무슨 말을 할지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이별이는 한 박자 쉬고 덧붙였다.

"가정부 깨워요."

그 순간, 그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별이는 입술을 삐죽이며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따뜻하나 했더니, 역시 술 때문이었군.

그는 술을 마시면 성격이 좋아지고, 말도 잘 통했다.

이별이는 이전에 그에게 욕을 먹고 억울한 일을 당할 때면, 그가 들어오기 전에 술을 몇 병 먹이고 싶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녀는 항상 그런 마음은 있어도 그런 용기는 없었다.

주연준은 가정부를 깨우지 않았다.

그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찬물 한 잔을 마신 뒤, 천천히 계단을 올라갔다.

옷을 갈아입으려 침실로 들어섰을 때, 옷장 한편에 가지런히 정리된 여자 옷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별이가 이 집을 떠난 지 거의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오늘 오후, 법원 앞에서 그는 임남철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여자가 이혼을 고집하는 이유, 돈 말고 다른 게 또 있을까?"

그는 솔직히 지쳐가고 있었다.

이별이는 처음부터 줄곧 돈은 필요 없다, 오직 이혼만 원한다 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그런 말은 말 그대로 허튼소리에 불과했다.

오늘 이윤복이 주씨 그룹 본사 앞에서 난동을 피운 것만 봐도, 그녀가 돈을 노리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오늘 같은 좋은 기회조차 이용하지 않았다.

그건 또 무슨 이유 때문일까?

임남철은 한참을 고민한 끝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주 회장님, 혹시... 부인께서 그냥 삐치신 건 아닐까요?"

그 말에 주연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되물었다.

"...삐쳤다고?"

지금 앱을 다운로드하여 보상 수령하세요.
QR코드를 스캔하여 Hinovel 앱을 다운로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