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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나는 펜트하우스 문을 밀어 열었다.

최혜나가 부엌에 맨발로 서 있었다. 권준오의 헐렁한 흰 티셔츠 하나만 입은 채였고, 옷깃은 한쪽 어깨에서 흘러내려 있었다. 다리는 그대로 드러나 있었고, 팬에서는 기름이 튀고 있었다.

그녀는 나를 보는 순간 얼어붙었다가, 억지로 순진한 놀라움을 얼굴에 얹었다.

"가영 씨, 여기 왜 오셨어요?"

붉게 달아오른 볼은 단순히 불 앞에 서 있어서만은 아니었다.

소파에는 권준오가 왕처럼 편안히 기대앉아 있었다. 팔짱을 끼고 있었고, 눈빛은 싸늘했으며, 일어날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문자라도 했으면 됐잖아."

그가 턱을 들며 말했다.

나는 그의 시선을 그대로 받아냈고, 온기 없는 미소를 그렸다.

"이제 내 집에 들어오는 것도 허락받아야 하는 거야?"

즉시 최혜나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속눈썹이 젖고, 겁먹은 사슴 같은 연기가 완벽하게 연출되었다.

"그런 게 아니에요. 저희는 그냥 대본을 보고 있었어요. 준오 씨가 배고프다고 해서 제가…"

"그런 옷차림으로 대본을 봤다고?"

나는 그녀의 말을 가차 없이 끊었다.

시선이 벽으로 향했다.

우리 사진이 걸려 있던 액자는 텅 비어 있었다.

나는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우리 사진 치운 것도 네 업무에 포함되는 거야?"

최혜나의 손가락이 티셔츠 밑단을 비틀었고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다.

"저는… 두 분이 끝난 줄 알았어요. 바로 다시 걸어둘게요."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고, 나를 훔쳐보는 눈빛 속에 숨겼다고 생각한 우쭐함이 번뜩였다.

그 순간 권준오가 무심한 듯 앞으로 나와 그녀 앞을 가로막았다. 보호하듯 몸으로 내 시선을 막아섰다.

"가영아, 여기는 내 집이기도 해. 누구든 내가 초대할 수 있어."

"그랬었지."

내 목소리는 단단하게 벼려 있었다.

"하지만 오늘부로는 아니야."

그의 미간이 크게 찌푸려졌다. 처음으로 그의 평정심이 무너졌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는 몰랐다. 이 저택이 자신의 명성과 '인맥' 덕에 존재한다고 믿어온 그가. 진실은, 이곳은 처음부터 나의 공간이었다는 것이다.

나는 더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침실로 향했다.

그가 나를 막으려 움직였지만, 최혜나가 그의 소매를 잡고 성녀처럼 속삭였다.

"하지 마요. 가영 씨가 뭐라고 할 거예요."

그는 즉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달래기 시작했다.

"걱정 마. 내가 있어."

침실 문을 열자마자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도자기 파편들이 원목 바닥 위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어머니의 가보인 꽃병이었다.

그냥 깨진 게 아니라, 가루처럼 부서져 있었다. 누군가 여러 번 반복해서 밟아 으깬 것처럼.

머릿속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내 목소리는 낮고 떨렸으며, 분노로 흔들렸다.

"누가 한 거야?"

최혜나가 권준오 뒤에서 따라 들어왔다. 입술이 떨리고, 마치 이미 내가 그녀에게 손이라도 댄 것처럼 온몸이 잔뜩 움츠러들어 있었다.

"가영 씨, 미안해요… 준오 씨 정리 도와주다가 그만 손이 미끄러졌어요. 제가 새 걸로 사드릴게요. 제발 준오 씨를 탓하지 마세요."

"새로 산다고?"

내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갑고 단단했다.

"그게 대체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녀가 쭈그려 앉아 파편을 집으려 손을 뻗는 순간, 날카로운 조각이 손가락을 베었다. 피가 즉시 돋아났다.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눈물을 쏟았다.

"보세요… 제가 다시 붙일게요. 준오 씨는 탓하지 말아주세요. 이건 제 잘못이에요…"

권준오가 번개처럼 달려와 그녀를 끌어올렸다. 그의 눈에는 분명한 공황이 번쩍였다. 그는 그녀를 의자에 앉히고 서랍을 뒤져 구급상자를 꺼낸 뒤, 손이 떨리는 채로 거즈를 감아주었다. 마치 그녀가 깨질 유리인형이라도 되는 양.

처치가 끝난 뒤 그는 숨을 몰아쉬며 나를 돌아봤다. 눈은 얼어붙었고, 그 밑에서 뜨거운 분노가 치밀었다.

"가영아, 그냥 꽃병이야. 이렇게 하찮은 걸로 이성을 잃을 필요는 없잖아? 혜나는 어려. 네가 소리 지르는 걸 감당 못 해. 내일 김민재 보내서 더 비싼 걸 열 개라도 사오게 할게. 이제 그만해."

수년간 눌러 왔던 분노가 마침내 터져 나갔다.

나는 최혜나의 손목을 잡아 옷장 쪽으로 내동댕이쳤다.

그녀의 눈이 공포에 크게 뜨였지만, 여전히 억지 눈물을 흘리며 연기에 매달렸다.

"저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니—"

권준오가 뛰어들어 소리쳤다.

"가영아! 미쳤어? 놓아!"

나는 놓지 않았다.

그녀의 옷깃을 움켜쥐고 머리를 캐비닛 문에 세게 들이박았다.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그녀의 뺨이 금세 부어올랐고, 입가에서 피가 한 줄 내려왔다.

"가영아, 그만해!"

권준오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최혜나는 더 크게 흐느끼며, 그 상황에서도 여전히 연기처럼 말을 이어가려 했다.

"저를 미워하시는 건 괜찮아요… 하지만 이렇게 하면 준오 씨 평판이 망가져요. 업계에서—"

나는 그녀를 다시 밀쳐 말을 끊었다.

"그의 평판이 남든 말든 그딴 건 내 관심사가 아니야."

권준오가 그녀를 껴안듯 끌어안았고, 얼굴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

"김가영, 끝이야. 나가. 내 집에서 당장 나가!"

나는 생각할 틈도 없이 손바닥을 들어 올렸다.

날카로운 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그의 머리가 옆으로 돌아갔고, 뺨에는 선명한 붉은 자국이 피어났다.

"이건 이별이 아니야."

나는 낮고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내 사랑에 침을 뱉었어. 그리고 너는…"

나는 바닥의 파편을 가리켰다.

"어머니의 유산을 부쉈어. 오늘, 내가 너희 둘을 갈기갈기 찢어놓지 않으면 나는 김가영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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