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우주가 그한테서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바로 철없는 꼬장을 부린다였다. 뭐 그의 소유욕이 너무 심해서 자신이 견디기가 힘들다고 늘 말했었다. 예전에 우주가 누군가가 태준한테 가까이 하기라도 하면 남녀불문하고 참지못해서 막 그들 앞으로 달려가서 ‘내 남자니까 넘볼 생각조차 하지 말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었다.
후에 우주가 돌이켜보면서 그때 자신이 대체 무슨 배짱으로 그랬나 싶었다, 그러다 아마 당시 자신의 아버지를 믿고 텃세를 부린 거라고 결론을 내렸다.
후엔 집이 쫄딱 망하고 남은 게 하나도 없고나니 그제서야 자신이 하찮고 보잘 것 없으며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또 차까지 압류를 당했다. 그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방태준의 명의로 만들어 버릴 걸하며 우주는 또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그래서 대체 왜 방태준이 그때하고 똑같은 차를 샀는지 영문을 몰랐다.
‘설마 예전에 치욕스럽던 역사를 항상 잊지말고 두고두고 마음속으로 잘 기억하고 있으라고 시시콜콜 자신한테 일침하려는 건가?’
우주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이것 외에는 기타 다른 이유가 생각나지가 않았다.
회식 장소에 도착하자, 우주와 다른 한 명의 동료가 먼저 차에서 내렸다. 동료가 방태준한테 감사하다고 말을 하였고 우주는 그를 따라 고개를 끄덕하고는 이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함께 온 동료는 인턴으로 들어온 여자였다. 그녀는 우주한테 말했다.
“방태준 대표님 너무 잘 생기셨고 너무 매력적이에요. 혹시 사귀는 사람 있을려나?”
“있겠지.”
“엥? 어떻게 알아요?”
이 말에 강우주는 멈칫했다. 방태준이 작년에 소셜 계정으로 그와 소지환이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을 올렸던 게 기억났다. 그래서 둘이 이제 사귀나보다 하는 생각에 아까 말을 한 거였다. 몇 초 정도 망설이다 다시 입을 열었다.
“... 대표님이 그렇게 빼어난데 좋아한다고 따라다니는 사람도 많을거 아니야, 어떻게 지금까지 솔로겠어?”
그렇게 빼어난 인간이 그의 전 남친이다.
예전에 방태준과 함께 한 평생을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었다. 그리고 우주는 죽은 후의 자신의 묘지명까지도 다 생각해놨었다- “방태준 애인의 묘”.
회식 장소에 들어서자마자 재빨리 의자 하나를 빼내고는 방금 그 여자 동료더러 방태준 곁에 앉으라고 하였다. 밥 먹는 내내 우주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부장이 건배를하자며 술잔을 들자 그도 상징적으로 따라 술잔을 들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건 동료들이 하나 둘씩 잇따라 방태준한테 가더니 그와 잔을 부딪치고 있었다. 방태준은 자신이 차를 운전해야 한다며 술 대신 주스로 마시겠다고 하였다. 마지막에 우주의 차례가 되었고 마지 못해하며 그의 얼굴마저도 쳐다볼 용기가 없어 그저 술잔에 시선을 놓여진 채로 입을 열며 말했다.
“대표님, 취임 축하드립니다.”
태준은 다른 사람들한테는 환한 웃음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하였지만 유독 강우주를 볼 때만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찬찬히 훑어보며 그를 관찰하는 듯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부장도 그의 이러한 태도에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 의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상황에 부장이 급히 나서서 한 마디 하였다.
“우주 씨, 차 갖고 오지 않았지? 그럼 대표님한테 한 잔 건네.”
술 한 잔은 강우주한테 아무것도 아니지만 방태준을 마주하고 있으니 뭔가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예전의 방태준도 자신 앞에서 이런 느낌이 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불쑥 튀어올랐다. 그리고 태준이 자신을 난처하게 만든다고 해도 뭔가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광경이 갑자기 지난 일 하나를 떠올리게 하였다.
당시 태준을 데리고 집으로 갔을 때, 자신의 아버지가 태준한테 맹위를 떨쳤던 게 기억이났다.
예전엔 항상 태준이 자신의 진심어린 감정에 감동을 받아서 그와 사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후에서야 자신의 아버지가 사적으로 태준한테 그의 고모 집안 사람들의 안전을 전제로 그한테 협박을 진행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태준이 조금이나마 자신을 좋아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감히 바라지도 못했다.
우주가 꼭 쥔 술잔을 그한테 내밀며 말했다.
“대표님, 한 잔 하시죠?”
말을 마치고는 바로 술을 한 모금 들이켰다. 태준은 그저 평온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지켜보더니 한 마디 뱉었다.
“재미 없네.”
회식의 거의 끝나 갈 무렵, 강우주는 더 이상 밥이 배에 들어가지 않았다. 약간 알콜 알레르기가 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이 막 간질거리는 느낌이 났다. 회식이 끝나고 각자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려 할 때, 강우주는 그 무리 속에서 벗어나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방태준은 강우주가 바로 검은 색의 일반 승용차로 올라가는 걸 빤히 바라보고만 있었고 서 부장 또한 그의 이러한 눈길을 눈치챘다.
“승용차 안에 있는 사람 누구죠?”
그러자 그들 중 어느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아아, 저 분은 강우주 씨 남자친구에요, 사이도 엄청 좋고. 남자친구 분이 저희 옆 회사에서 일하는 데 둘이 지금 새 집 마련할려고 돈을 모으고 있다던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