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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나는 권세연의 날 선 경고를 무시한 채 냉장고에서 샌드위치와 우유를 꺼내 조용히 식탁에서 먹었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2층으로 올라갔다.

이 집에 더 머물러야 할 이유는 이제 단 하나도 남지 않았다.

나는 캐리어를 열고 내 것이라고 할 수 있는 물건들만 차곡차곡 담기 시작했다.

옷, 신발, 가방, 노트북, 그리고 추억이 담긴 오래된 사진들.

그러고는 화장대 앞으로 갔다.

보석함을 열자 단 하나의 생각만 머릿속을 꽉 채웠다.

'엄마의 목걸이만은 반드시 가져가야 한다.'

빨간 실 끈에 달린 그 펜던트는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 나를 위해 맞춤 제작해 준 것이었다. 어디에 있든 나를 지켜주는 행운이 될 거라며 손수 건넸던, 결혼 후에도 단 한 번도 내 곁을 떠나지 않은 가장 소중한 물건이었다.

그런데 없었다.

나는 굳어버린 채 보석함을 다시 뒤지고 또 뒤졌다.

하지만 작은 귀걸이들과 흩어진 반지들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보석함의 내용을 몽땅 침대 위에 쏟아 올려 하나하나 확인했지만, 목걸이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가슴에서 불이 번지듯 불안이 퍼져 나갔다.

서랍을 뒤지고, 침대 밑을 살피고, 캐리어까지 들어 올리며 집착적으로 찾았지만, 마음속에서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이 방에 드나드는 사람은 나와 강재현 말고 단 한 명뿐이었다.

나는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거실 소파에는 강재현과 권세연이 앉아 작은 목소리로 뭔가를 속삭이고 있었다.

내가 나타나자 둘은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나는 얼어붙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놔."

강재현이 짜증 섞인 어조로 반문했다.

"뭘 또 그래. 임서라, 괜히 소란 피우지 마. 별것도 아닌 걸로...!"

"내 목걸이."

나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목소리는 떨렸지만 단단했다.

"빨간 끈에 펜던트 달린 거. 엄마가 나한테 만들어준 그거. 어디 있어, 권세연."

그때였다.

권세연의 옷깃 사이로 붉은 끈이 살짝 비쳐 나왔다. 너무도 익숙한 색.

나는 눈이 뒤집혀 그대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강재현이 나를 붙잡고 어깨를 세게 움켜쥐어 막아섰다.

"임서라! 미쳤어? 지금 뭐 하는 거야!"

"저년이… 우리 엄마 목걸이를 하고 있어!"

나는 거의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다.

"엄마가 나한테 남겨준 거야! 그 애가 무슨 자격으로 그걸 차?!"

권세연은 겁에 질린 척 눈을 크게 떴다.

"나… 난 모르겠어… 재현 오빠가 줬어요… 내가 요즘 우울해 보인다고… 예쁜 걸 하면 기분이 나아질 거라고 해서…"

"거짓말하지 마!"

나는 떨리는 손을 쥐어짜며 소리쳤다.

"그 목걸이 뒷면에는 내 이름이 새겨져 있어! 벗어서 확인해볼래?"

강재현의 얼굴에 잠깐 망설임이 스쳤다. 그리고 마침내 권세연을 보며 말했다.

"세연아, 서라가 확인하게 해."

"하지만… 그건 오빠가 준 거잖아…"

권세연은 흐느끼며 강재현에게 매달렸다.

"오빠가… 주웠다고 했잖아…"

강재현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세연이가 훔칠 리가 없어. 이건 그냥 오해야. 진정해, 임서라. 고작 목걸이 하나 가지고."

그리고는 덧붙였다.

"원하면 더 사줄게. 아니, 열 개라도."

그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 목걸이는 단순한 액세서리가 아니라, 엄마가 내게 남긴 가장 소중한 기억이었다는 걸. 그 더러운 손으로 감히 그걸 건드렸다니!

내가 한 발도 물러서지 않자, 강재현도 결국 권세연에게 다시 말했다.

"세연아, 벗어."

권세연은 겁먹은 척 두 손을 떨며 목걸이를 잡았다. 한참을 망설이더니, 마침내 잠금장치를 풀었다.

그리고 그것을 내게 건네려는 순간 그녀의 손끝이 삐끗 움직였고 목걸이가 바닥으로 퍽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콰직—

붉은 끈에 매달린 펜던트가 그대로 두 동강 났다.

순간, 공기가 모두 죽은 것처럼 방 안이 정적에 잠겼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목걸이를 바라보았다. 마치 얼음 구덩이에 처박힌 것처럼 온몸에서 온기가 빠져나갔다. 그건 단순한 장신구가 아니라, 엄마가 남겨준 유일한 유품이자, 모든 기억과 사랑을 담고 있던 존재였다. 그리고 권세연이 그걸 부쉈다.

고개를 들자, 권세연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올라가 있었다.

고의였다.

분노가 심장 깊은 곳에서 폭발하듯 치솟았다.

나는 강재현의 손을 뿌리치고 권세연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권세연은 충격받은 얼굴로 뒷걸음치며 뺨을 감싸 쥐었다.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내가 아직 분노에서 벗어나기 전, 바로 다음 순간 강재현이 거칠게 내 어깨를 움켜잡고 몸을 돌려 내 뺨을 후려쳤다.

얼굴이 한쪽으로 확 돌아갔고, 두 발이 휘청이며 비틀거리다가 간신히 버텼다.

얼굴 전체에 타는 듯한 통증이 번졌고, 귀에서는 윙 하는 소리가 맴돌았다.

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강재현이 소리쳤다. "다시는 세연이한테 손대지 마! 그깟 목걸이 따위가, 그녀랑… 우리 아이만큼 가치 있진 않아!"

우리 아이.

'강선우의 아이'도 아니고, '의붓여동생의 아이'도 아니고, 그의 입에서는 분명히 우리 아이라고 흘러나왔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차가운 식은땀이 등에 흘러내렸다.

박현규의 의심이, 시계추처럼 내 머릿속에서 흔들렸다.

나는 강재현을 바라봤다. 한때 사랑했고, 그를 위해 내 인생을 통째로 바꿨던 남자. 그 얼굴은 이제 낯설고 잔인했다. 그의 눈에는 나에 대한 연민도, 책임도 없고 오직 다른 여자를 지키려는 광기만 있었다.

나는 부어오른 뺨을 만졌다.

그리고 바닥에 산산조각 난 엄마의 목걸이를 내려다봤다.

텅 빈 목소리가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강재현… 우린 끝이야. 정말로 다 끝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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