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강재현은 언성이 높아지는 소리에 나와 우리를 보며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그의 시선은 나를 스치고 곧장 눈가에 눈물이 맺힌 권세연에게 가 닿았다.
권세연은 고개를 숙인 채 강재현의 셔츠 단추를 허둥지둥 잠그며 억울하다는 듯 흐느끼고 있었다.
강재현이 말했다.
"이번엔 또 왜 이 난리야?"
나는 차갑게 웃으며 권세연이 입은 파란 셔츠를 가리켰다.
"저 셔츠 안 보여? 내가 당신한테 기념일 선물로 사준 그 셔츠잖아."
강재현은 잠시 멈칫했지만 곧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임서라, 세연이는 임신했어. 좀 그만 소심하게 굴어. 이해 좀 하면 안 돼?"
이전에도 늘 그랬다.
내가 권세연의 선 넘는 행동을 지적하려 하면 그는 항상 같은 말로 내 입을 막았다.
'임신했잖아.' 그 말 하나로 책임과 동정과 보살핌을 모두 도덕적 우위로 포장해, 나를 인정머리 없는 악인처럼 만들어버렸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더는 참을 생각이 없었다.
"이해? 그럼 영화도 둘이 보고, 요리도 둘이 하고, 당신 티셔츠 입고 소파에서 자는 것도 이해하라는 뜻이야?"
나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당신은 내 남편이지 그 애 남편이 아니야. 난 더는 이 '셋이서 사는 일상'에 지쳤어."
강재현의 얼굴은 완전히 검게 질렸다.
"목소리 좀 낮춰.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그만 하고."
그는 권세연을 돌보는 걸 의무라고 했다.
"세연이는 내 의붓 여동생이야. 내가 챙겨야 하는 게 당연하지. 너도 이해해야 해."
나는 비웃음을 터뜨렸다.
"의무? 그게 같이 자고, 머리 말려주고, 새벽까지 악몽 달래주는 것까지 포함이야?"
강재현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
나는 그가 아무 말도 꺼내기 전에 계속해서 몰아붙였다.
"어제는 몇 시에 방에 들어왔어? 그 전날은? 지난주는? 샤워하고 나오면 세연이가 계속 욕실 앞에서 기다리게 했지? 그날은 세연이가 당신 잠옷까지 입고 있었어."
한 문장, 한 문장이 강재현의 가식적인 방어막을 정확히 꿰뚫었다.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고, 그렇게까지 내가 알고 있을 줄은 예상도 못한 듯했다.
그 순간 권세연이 앞으로 나서 강재현의 팔에 손을 올렸다.
"재현 오빠… 서라 언니한테 화내지 마. 다 제 잘못이에요. 두 분 사이에 끼어들 생각도 없었고… 민폐만 끼쳐서 죄송해요…"
권세연의 눈물이 여린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 목소리는 역겹도록 부드러웠고, 그녀는 완벽하게 피해자였으며, 나는 임신한 여자를 몰아내려는 악처가 되어 있었다.
강재현은 즉시 권세연의 어깨를 감싸 안고 끌어안았다.
"세연아, 어디도 가지 마. 여기가 네 집이야."
나는 목구멍이 타들어갈 듯한 억누른 감정 끝에 결국 말했다.
"…이혼하자."
강재현은 코웃음을 쳤다.
"이혼? 서라야, 좀 작작해. 또 뭐가 필요한데? 돈? 가방? 보석? 사줄게. 불평 좀 그만하자."
그 말은 무딘 둔기로 가슴을 내려치는 듯했다.
결국 그에게 나는 돈으로 달랠 수 있는 사람, 불만은 사치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에 불과했다.
늘 그랬다.
돈만 주면 나는 계속 참고, 계속 옆에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둘을 냉정하게 바라봤다.
그러자 권세연이 바로 틈을 노려 나지막이 말했다.
"오빠… 다 제 잘못이에요… 저… 진짜 나가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두 분이 부부잖아요…"
강재현은 곧장 그녀를 붙잡았다.
"아니야, 나가지 마. 임서라는 지금 감정이 격해진 거야. 금방 괜찮아질 거야."
그는 끝까지 나를 보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