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절대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고아름은 정성껏 약초에 물을 주고, 쓸모없는 가지와 잎을 제거했다.
바쁘게 손을 놀리다 보니, 어느덧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졌을 때에야 그녀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이 약재들은 매우 귀중했다. 낮에 박 씨 노인에게 팔았던 것보다도 백 배는 더 비싼 것들이었다.
낮에 판매한 몇 뿌리는 400만 원이 넘는 가격에 팔렸는데, 이 어린 모종들이 완전히 자란다면, 그 가치는 훨씬 더 엄청날 것이다.
"시장에서도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지…"고아름은 땀을 닦으며, 기분이 한결 가벼워졌다.
특히 집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 두 아이들을 생각하니, 더욱 기분이 좋아졌다.
자신도 모르게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도구를 정리한 뒤, 약초원 문을 단단히 잠그고 집 방향으로 걸어갔다.
집에 도착하자 문을 여는 순간, 두 아이가 목욕 수건을 두르고 할머니와 장기를 두고 있었다.
옆에서는 두 고양이 ‘밥풀이’와 ‘동글이’가 흥분해서 주변을 맴돌고 있었고, 그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몽글몽글하고 평화로웠다.
"증조할머니, 또 지셨네요."
고여준은 팔짱을 끼고, 귀여운 작은 얼굴에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누구라도 그의 머리를 쓰다듬고 싶을 것 같았다.
"우리 여준이가 정말 점점 더 대단해지는구나."
강은주는 눈을 접으며 환하게 웃었다.
자기 집 아이는 정말 똑똑했다. 어린 나이에도 논리가 뛰어나고, 사고력이 성인 못지않았다.
이때, 고별이는 엄마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기쁘게 외쳤다.
"엄마! 돌아오셨어요!"
말과 동시에, 작은 몸이 날아가듯 고아름에게 달려왔다.
고여준도 앞으로 나와 사려 깊게 물을 따라주며 물었다.
"엄마, 피곤하세요? 목 마르세요?"
고아름은 마음이 녹아내릴 것 같았다.
두 아이를 품에 꼭 안으며, 가슴속이 사랑으로 가득 찼다.
‘이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아무리 많은 걸 내줘도 아깝지 않아.’
다음 날 아침.
고아름은 두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준 후, 곧바로 택시를 타고 박가 약방으로 향했다.
약방의 접수대에서 여직원 김리나가 컴퓨터에 정보를 등록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고아름이 들어오는 걸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고 선생님, 오늘 새 약재를 가져오셨나요?"
고아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셈이죠. 집에 있는 약재가 꽤 특별해서 팔려고 합니다. 박 선생님과 약속을 잡고 관련 사항을 논의하고 싶은데, 박 선생님이 시간이 있으실까요?"
김리나는 유감스러운 듯 말했다.
"죄송합니다, 고 선생님. 박 선생님은 오늘 아침에 회의가 있어서 지금 약방에 안 계세요. 아마도 오후에나 돌아오실 거예요. 혹시 오후에 다시 오실 수 있으실까요?"
"그렇군요…"
고아름은 약간 실망했지만, 겉으로는 예의 바르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오후에 다시 오겠습니다."
그녀가 몸을 돌려 막 떠나려는 순간—
‘쾅!’
휴게실 문이 갑자기 세게 열리자 예기치 못한 소리에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고아름도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금테 안경을 쓴 키가 훤칠한 남자가 서둘러 접수대로 뛰어왔다.
그의 목소리에는 초조함이 가득했다.
"리나 씨! 박 선생님 오셨나요? 도련님 상태가 이상합니다. 빨리 도와주세요!"
김리나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여 도련님께 무슨 일이 있으세요? 박 선생님은 오늘 일정이 있으셔서 아침부터 약방에 안 계세요. 점심쯤 돼야 돌아오실 거예요."
남자의 얼굴이 순간 새파래졌다.
‘박기웅 어르신이 안 계시다니… 이걸 어쩌지?’
그는 서둘러 말했다.
"빨리 박 선생님께 연락하세요! 여기 상황이 긴급하다고 꼭 전해 주세요. 가능한 한 빨리 돌아오시라고요!"
"알겠습니다!"
김리나는 즉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그녀의 표정은 단단히 굳어 있었다.
이 여 도련님은 이곳의 단골 환자였을 뿐만 아니라, 그의 신분 또한 고귀하여 일반인과는 차원이 달랐다.
게다가 박기웅과 여민혁의 할아버지는 과거 생사를 함께한 친구였다.
즉, 그에게 무슨 일이 생겨서는 절대 안 됐다.
그러나,
‘뚜뚜…’
전화기에서는 계속 통화 중 신호음만 들리고 상대방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김리나는 얼굴이 점점 더 굳어졌다.
"성 비서님, 박 선생님이 전화를 받지 않으세요. 이걸 어쩌죠?"
그녀는 초조한 표정으로 성남진을 바라보았다.
성남진의 표정도 점점 어두워졌다.
‘이대로라면… 병원으로 가야 하나?’
그가 입을 열어 말하려던 순간—
‘쨍그랑!’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컵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였다.
성남진과 김리나는 놀란 듯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둘 다 동시에 휴게실로 달려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