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구세주
옆에 있던 성남진도 놀라며 서둘러 물었다.
"선생님, 혹시 더 남아 있습니까? 있으시다면 판매해 주십시오. 얼마든지 지불할 수 있습니다."
'이 약이 있다면, 도련님이 그렇게 고통스러워하지 않아도 될 텐데…'
그러나 노인은 기가 막히다는 듯 피식 웃었다.
"자네는 이걸 배추 포기쯤으로 아나? 한 다스씩 살 수 있을 것 같나? 내가 희귀하다고 하지 않았나."
"그럼…"
뜻밖의 희망을 본 성남진은 쉽게 포기할 수 없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노인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저 우연이었을 뿐이야. 전에 우리에게 약재를 공급해주던 한 아가씨가 운 좋게 몇 뿌리를 얻었다고 하더군. 그때 나도 혹시 남은 게 있느냐고 물었지. 그녀는 없다고 했어."
성남진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반면, 여민혁은 얼굴에 별다른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의 눈빛은 어두워졌다.
그의 지병은 오랜 세월 그를 따라다녔다.
수많은 명의를 찾아다녔지만 완치할 방법은 찾지 못했다. 그저 연명할 뿐이었다.
오히려 박기웅을 찾아올 때만 약간의 완화 효과를 볼 수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로 효과가 있는 약재가 있었다.
이제 겨우 단서를 찾았다고 생각했지만, 희망은 다시 산산이 부서졌다.
그러나 여민혁은 이미 이런 실망에 익숙해져 있었다.
박기웅은 그들의 표정을 살피더니, 나지막이 위로했다.
"괜찮아. 비록 약재가 몇 뿌리밖에 없지만, 그걸로도 몇 달은 버틸 수 있을 거야. 적어도 그동안 고통을 덜 수 있겠지. 나중에 그 아가씨를 다시 만나면, 대신 한 번 더 물어보마. 그러니 너무 많은 생각은 하지 말고, 오늘 밤은 여기서 푹 쉬거라."
잠시 뜸을 들이던 박 노인은 결국 못 참고 꾸짖듯 덧붙였다.
"네 병을 치료하는 건, 내 의술로는 결국 한계가 있다.
만약 지금은 은둔했지만 '명의' 박홍남을 찾을 수 있다면, 완치의 가능성이 있을 거야.
하지만 그 사람을 찾기 전까지는, 제발 네 몸부터 좀 돌봐라. 너는 사람이야, 신이 아니라. 이렇게 무리하게 일하다가는 강철 같은 몸이라도 버티지 못한다."
여민혁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박홍남…'
그를 찾기 위해 이미 오래전부터 사람을 보냈으나 단 한 번도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
그는 이 세상에 정말 그런 사람이 존재하는지조차 의심스러웠다.
긴 시간 동안 희망을 품었지만, 지금은 기대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몸이 허약해진 탓인지, 여민혁은 다시 몽롱한 상태로 빠져들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그릇을 정리하던 고아름이 말했다.
"준아, 별아. 너희들은 집에서 증조할머니와 착하게 있어야 해. 돌아다니지 말고, 알았지? 엄마는 약초원에 좀 다녀올게. 곧 돌아올 거야."
두 아이는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앙증맞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았어요, 엄마."
모든 정리를 마친 후, 고아름은 앞치마를 벗고 집을 나섰다.
푸른 풀들이 무성한 약초원.
이곳에 자라는 식물들은 대부분 희귀한 약재들이었다.
이 약초들은 그녀의 스승, 즉 그녀에게 의술을 가르쳐 준 한의 선생이 남겨준 것들이었다.
몇 년 전, 그의 스승은 이 희귀 약초들을 직접 재배하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끝내 실패하고 떠나버렸다.
지금은 어디로 갔는지도 알 수 없었다.
올해 들어서야, 고아름은 일부 약초 재배에 성공했다.
그러나 약재가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않았고, 실패 확률도 매우 높았다.
그래서 지난번 약방 주인이 물었을 때, 그녀는 "없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고아름은 눈앞의 약초들을 바라보며 조용히 쪼그려 앉았다.
손가락으로 잎을 살며시 쓰다듬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설상가상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고까지 났다.
지금 이 약초들 외에는 정말 돈을 마련할 방법이 없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결심했다.
'내일 다시 약방 주인을 찾아가 보자. 이 약초들을 살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고,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길 바라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