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5년 전, 고아름은 약혼자와 의붓여동생의 계략에 빠져 낯선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는 굴욕을 당했다. 그 일로 어머니는 목숨을 끊었고, 아버지는 그녀를 가문의 치욕이라며 내쫓았다. 5년 후, 고아름은 쌍둥이 남매 데리고 화려하게 귀환했다. 비범한 의술로 ‘신의(神医)’라 불리며, 상류 사회가 그녀를 선망하기 시작했고, 그녀를 둘러싼 끝없는 구혼 경쟁이 펼쳐졌다. "내 손자와 혼인해 두 아이와 함께 우리 가문에 들어오시오!" "고 신의님, 오래전부터 당신을 흠모해 왔습니다. 제게 기회를 주신다면, 당신의 두 아이를 제 친자식처럼 소중히 키우겠습니다." 하지만— 여씨 가문의 절대적 존재가 나서 단 한마디로 모두를 제압했다. "그녀는 내 아내다. 그리고 쌍둥이들은 내 핏줄이니까 목숨이 아깝지 않다면, 한번 빼앗아 가 보시든가!"
제1화 명예 실추
고아름은 자신의 앞에 안개가 낀 것처럼 시야가 가려진 느낌이었다.
손을 뻗어도 다섯 손가락이 보이지 않았고, 오직 감각만 선명했다.
마치 불꽃이 온몸을 감싸고 있는 듯했고, 열기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귓가에서는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남자의 참을 수 없는 낮은 신음 소리였고, 강한 지배욕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상대방을 보기 위해 눈을 힘껏 떴지만, 눈꺼풀이 마치 천근만근인 것 같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폭풍우가 멎고 그녀는 마침내 단단하고 우락부락한 남자의 가슴을 보았다. 왼쪽 가슴 부근에는 날개를 펴고 비상하는 검은 독수리가 있었다. 독수리의 눈은 날카롭고, 맹수처럼 사나운 기운을 풍겼다. 마치 죽음의 신의 눈빛 같아서 소름이 끼쳤다.
"으악—"
고아름은 비명을 지르며 꿈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식은땀을 흘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홉 달 된 임신한 배로 인해 그녀의 움직임은 어설프고 힘들어 보였다.
옆에서 자고 있던 강은주는 외손녀의 움직임을 느끼고 서둘러 일어나 물었다.
"왜 그러니, 아가? 또 악몽을 꿨어?"
고아름은 기운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부정하지 않았다.
강은주는 그녀의 창백하고 야윈 얼굴을 보며 가슴이 아팠고, 서둘러 위로하며 달랬다.
"그때 일은... 네 잘못이 아니야."
"정말요? 하지만 모두들 저를 비난하고 책망하고 있어요."
고아름은 초점을 잃은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아홉 달 전, 그녀는 고씨 집안의 딸이었고,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약혼자 진서준과 약혼을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약혼식 전 마지막날 밤, 친구들과의 술자리 때문에 우연히 순결을 잃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 날, 추문이 전체 인터넷을 휩쓸었다.
#충격. 해성 고씨 집안 딸 고아름, 약혼식 전날 클럽 남자와 호텔에서 뜨거운 밤 즐겨...#
그녀는 명예가 실추되었다.
어머니 강서연은 이 일 때문에 큰 충격을 받고 차에서 연탄을 키고 자살을 했다.
아버지 고경영은 수치스럽다며 그녀를 고씨 집안에서 쫓아내고, 더 이상 딸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진서준에 관해서는, 사건 발생 일주일 후에 약혼 취소를 선언하고 그녀의 이복동생 고하늘과 약혼하기로 했다.
그녀는 모두가 싫어하는 방탕한 여자, 불효녀가 되었다.
지금까지도, 아홉 달이 지났지만, 인터넷에는 여전히 그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녀는 매일 밤 악몽을 꿨다.
꿈속에는 어머니가 죽는 장면, 아버지가 그녀를 심하게 꾸짖는 얼굴, 그리고 얼굴을 볼 수 없는 그 남자가 꿈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고아름은 심신이 지치고 고통에 시달렸다.
그녀는 계속 이해할 수 없었다. 아홉 달 전 그날 밤, 자신이 왜 낯선 남자의 방에 있었던 걸까?
그 당시 분명 술자리에서 진서준이 곁에 있었는데, 왜 자신을 지켜보지 않았을까?
왜 일주일 만에 그는 다른 사람과 약혼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어머니... 항상 강하고 자립적이었고, 당시 아버지와 이혼할 때도 당당하고 자연스럽게 행동했는데, 어떻게 이 일 때문에 갑자기 자살할 수 있었을까?
너무 많은 의문이 머릿속을 가득 채워 고아름의 머리가 아파왔고, 배까지 아파오기 시작했다...
강은주는 그녀의 안색이 여전히 좋지 않은 것을 보고 서둘러 물을 가져다주며 부드럽게 달랬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마. 할머니는 네가 그런 사람이 아니란 걸 알아. 자, 물 좀 마셔."
고아름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손을 뻗어 물을 받으려 했지만, 갑자기 다리 사이에서 뜨거운 액체가 흘러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빨간 피가 서서히 치마를 적시고 있었다.
...
두 시간 후, 고아름은 뱃속의 아이가 불안정해 조산이 되었고, 낙후된 도시 외곽의 오래된 병원에서 쌍둥이 남매를 낳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