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모든 책임을 지다
"엄마, 저랑 동생은 괜찮아요."
고여준이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아름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이었다. 아이들에게 아무 이상이 없었다.
아마도 상대방이 제때 브레이크를 밟았던 것 같았다.
그제야 그녀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얘들아, 엄마가 내려서 무슨 일인지 보고 올게. 너희들은 얌전히 차 안에 있어."
그녀는 아이들에게 당부한 뒤, 안전벨트를 풀고 문을 열어 밖으로 나섰다.
뒤차의 운전기사도 내렸다.
그는 차 상태를 살펴보더니 얼굴에 약간의 불쾌한 기색을 띠며 따져 물었다.
"어떻게 운전하시는 거예요? 멀쩡히 가다가 갑자기 도로 한가운데 멈춰 서다니!"
"정말 죄송합니다. 제 차가 갑자기 고장 난 것 같아요."
고아름은 자신의 잘못임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차를 살펴보았다.
뒷부분이 심하게 찌그러져 있었다.
그녀는 곧장 상대방의 차로 시선을 옮겼다.
순간, 얼굴이 창백해졌다. 눈앞의 차량은 마이바흐, 그것도 전 세계 한정판이라는 걸 단번에 알아보았다.
최저 가격만 해도 몇십, 아니 몇백 억대.
고아름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이 사고의 책임은 명백히 그녀에게 있었고,
당연히 수리 비용도 그녀가 부담해야 했다.
‘이걸 다 배상해야 한다고…?’
그녀의 마음이 가라앉았다.
지난 2년 동안, 집에서는 할머니의 병환으로 경제적으로도 힘든 상황이었다.
모아둔 저축도 거의 없는 상태였다.
보험조차 들지 않았으니, 이번 사고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배상 비용이 최소 몇 억 원 이상 나올 게 분명했다. 그런 돈을 도대체 어디서 마련해야 한단 말인가?
고아름은 순간적으로 손이 떨렸다.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녀는 다시 몸을 숙여 거듭 사과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오직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운전기사는 허리에 손을 얹고 거친 숨을 내쉬며 눈살을 찌푸렸다.
"사과만 하면 다인가요? 저는 정상적으로 주행하고 있었어요. 이건 당신이 배상 책임을 져야 합니다. 경찰과 보험회사에 연락해서 배상 문제를 논의하죠."
고아름은 그의 말에 순간 조급해졌다.
그녀는 두 손을 비비며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 저는 그렇게 많은 돈이 없어요."
운전기사는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설마 배상 안하려는 건 아니겠죠?"
고아름은 손을 휘저으며 부인했다.
"아뇨! 그런 뜻이 아니에요!"
그때, 차 안에 있던 두 아이가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다가 급히 차 문을 열고 나왔다.
"엄마!"
아이들은 짧은 다리로 허둥지둥 달려와 고아름의 옷자락을 꼭 잡았다.
그들의 눈에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고아름은 아이들을 안심시키려고 그들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고는 눈을 들어 운전기사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기사님, 저는 배상을 안 하려는 게 아니에요. 제 잘못이라는 거 인정합니다. 하지만… 한꺼번에 그렇게 큰돈을 마련할 수가 없어요. 혹시 좀 융통성 있게 조정해 주실 수 있을까요?"
그녀는 입술을 꽉 다물었다.
최대한 예의를 갖추며, 자신의 태도를 명확히 하고 자신의 사정을 솔직하게 설명했다.
"연락처를 남겨주시면, 분할로 드리는 건 어떨까요?"
운전기사는 순간 고민하는 듯 눈썹을 찌푸렸다.
그 모습을 본 두 아이가 재빨리 엄마를 도와주려 애원했다.
"아저씨, 우리 집은 정말 그렇게 큰돈이 없어요. 제발 호의를 베풀어 주세요. 우리는 배상을 피하지 않을 거예요."
고별이는 더 나아가 두 손을 모으고 애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발요… 제발요."
운전기사는 두 아이의 간절한 눈빛을 보며 잠시 흔들렸다.
그의 표정이 약간 누그러졌지만, 그 역시 결정권이 없었다.
결국 한숨을 쉬며 말했다.
"기다리세요."
그는 뒷좌석으로 다가가 몸을 숙여 차창을 두드렸다.
차창이 천천히 내려갔다.
운전기사는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
"도련님…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