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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우리 이혼해

"내가 널 어떻게 믿으라는 거야? 유리를 미행한 것도 모자라 찾아가서 이 소란을 피우다니……"

"나 아니야, 먼저 손댄 건 그 여자야. 나를 밀어서 계단에서 떨어뜨린 건 김유리라고!"

"아직도 변명이야? 별장에 있던 가정부들이 다 봤어. 네가 김유리를 밀었다고! 김유리가 착해서 고소 안 한 거지. 아니었으면 넌 벌써 감옥이야!"

하남경은 관자놀이가 욱신거렸다. 여자의 발악하는 듯한 목소리는 그를 극도로 짜증나게 만들었다.

민희진이 소란만 피우지 않았더라면, 그들의 아이는 한두 달 후면 태어났을 것이다. 그날 술에 취해 그녀에게 그런 짓을 한 것에 대해 술이 깬 후 꽤 후회했다. 그래도 다행히 아이는 강했기에, 하남경은 스스로 반성했다. 아무리 민희진이 밉더라도 아이에게까지 화풀이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게 끝이었다. 이 여자가 자신이 애써 붙잡고 있던 마지막 인내심마저 산산이 부숴버렸다.

"거짓말을 하는 거야. 그때는 나와 김유리 단둘이었어. 김유리가 나를 밀었어. 그녀가……"

"그만해!" 그는 준비해 둔 이혼 서류를 민희진 앞에 내던졌다.

"민희진, 나 이제 더는 못 참겠어. 우리 이혼하자. "

민희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

'이혼협의서' 네 글자가 눈을 찔렀다. 얇디얇은 종이 몇 장이었지만, 그것은 거대한 파도처럼 그녀를 집어삼켰다.

"한 번 읽어봐. "

그의 목소리는 아무런 감정도 없이, 마치 남의 일이라도 되는 듯 담담했다. 민희진은 몸을 앞으로 내밀더니, 협의서를 거칠게 빼앗아 들고 미친 듯이 찢어버렸다.

그의 차가운 시선이 꽂힌 채로, 손을 높이 들어 올리자 잘게 찢긴 종잇조각들이 눈처럼 흩날렸다.

"하남경, 나 절대 이혼 못 해. 죽어도 너랑 그 악독한 여자 둘 잘되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

눈물과 분노로 얼룩진 얼굴로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내가 살아 있는 한, 너희 둘 다 절대 행복할 수 없어!"

그녀의 일그러진 얼굴은 마치 광기에 사로잡힌 사람 같았다. 하남경의 눈빛에서 마지막 남은 연민이 깨져버렸다. 차가운 얼굴로 그는 말했다.

"그럼 네 마음대로 해. 후회하지 마. "

그는 그렇게 등을 돌려 냉정히 떠나버렸다.

"하남경, 당신과 김유리는 절대로 잘될 수 없을 거야. 나 민희진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하남경은 꽤 멀리 걸어갔는데도 민희진의 발악하는 듯한 외침이 뒤에서 들려왔다.

하남경은 짜증이 밀려와 걸음을 더 빨리 옮겼다.

정신을 놓고 있던 민희진은 장 아주머니의 다급한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민희진은 부은 눈을 간신히 떴다. 시야가 흐릿했다.

"작은 사모님, 친정 아버님께 일이 생기셨어요. 얼른 일어나서 가보셔야 해요. " 장 아주머니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장 아주머니의 다급한 외침에 그녀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버지…

장 아주머니의 부축을 받으며, 민희진은 수술실로 향했다.

수술실 입구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고, 모두 심각한 표정이었다.

"여긴 왜 와? 우리 집을 이 꼴로 만든 것도 모자라 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 가장 먼저 그녀를 발견한 사람은 초췌한 얼굴의 민오영이었다.

"고모, 저는……" 민희진은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 "저희 아빠는 어떻게 되셨어요?"

"너 같은 딸을 둔 덕분에 지금 안에서 응급 처치 중이셔. 얼른 돌아가! 괜히 또 아빠를 화나게 해서 병원에 오게 만들지 말고. "

"저……"

민희진의 시선이 허공을 맴돌다 마침내 구석에 서 있는 남동생 민오제를 찾았다.

"오제야, 아버지…… 아버지 많이 안 좋으셔?"

그 말에 민오제가 폭발했다.

그를 붙잡는 친척들의 손길을 뿌리치며 분노로 치를 떨었다.

"민희진, 당장 꺼져. 멀리 사라지라고. 난 당신 같은 누나 둔 적 없어. 민 씨 집안에는 당신 같은 배신자는 없어. "

민오제의 목소리엔 분노와 증오가 가득했다.

"오제야, 나……"

"당장 네 하 씨 집으로 꺼져! 다시 내 앞에 나타나면 그땐 진짜 가만 안 둬. "

오제의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렸다. 정말로 주먹을 쓰더라도 누나를 정신 차리게 하고 싶었다.

"미안해…… 나 정말 미안해…… 그럴려고 한 게 아닌데……" 민희진은 변명을 할 수 없었다. 민희진은 흐느끼며 연이어 용서를 구했다.

결국 장 아주머니와 몇몇 사람들의 도움하에 민희진을 끌어낼 수 있었다.

"희진아, 네 동생 탓하지 마라. 그때 네가 하남경이랑 기어이 결혼하겠다고, 민씨 그룹 문서를 훔쳐서까지 하남경을 돕지만 않았으면 회사가 이 지경까진 되지 않아. 오늘 채권자들이 회사에 몰려와 네 아빠에게 빚을 갚으라고 협박했어, 그래서 네 아빠가 화로 그만 쓰러지신 거야. "

고모는 결국 조카의 눈물에 마음 약해졌다. 원래는 하씨 그룹 장남 하동화와 혼담이 오가던 사이였으나, 이 조카가 하남경에게 첫눈에 반해버렸다. 그 일로 아버지가 쓰러질 지경이었고, 부녀 관계는 원수처럼 틀어졌다.

하남경이 민희진에게 무슨 약이라도 먹였는지, 그를 돕기 위해 심지어 친정 집 회사까지 팔아먹고,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기어코 친정과의 관계를 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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