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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임유리는 나와 같은 인터폴 소속이었고, 내게는 후배였다.

매번 작전 종료 보고나 브리핑 평가가 있는 날이면 늘 내가 최고 점수를 가져갔고, 임유리는 그럴 때마다 내 쪽을 똑바로 노려봤다. 눈빛에는 숨기지도 않는 도발이 가득했다.

"선배, 다음엔 제가 더 빨리 사건 해결할 거예요."

입버릇처럼 그렇게 말했지만, 실전 평가만 들어가면 교관들이 고개를 젓는 게 먼저였다. 누구나 알고 있었다. 임유리의 실력은 나를 못 따라온다는 걸.

그래서 더 미워했을지도 모른다. 나를, 죽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만큼.

그날, 팀장이 나를 사무실로 불렀다.

책상 뒤에 앉은 팀장은 두 손을 포개 책상 위에 올려둔 채로 한참이나 임무 파일만 내려다보고 있었고,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이 들어가 있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천천히 고개를 들더니 나를 바라봤다. 잔주름 사이로 지워지지 않는 걱정이 박혀 있었다.

"아린아. 본부에서 네게 임무를 하나 맡기려 한다."

목소리는 살짝 쉰 듯했고, 그는 코끝에 걸린 돋보기를 손가락으로 밀어 올렸다.

"이 임무는… 위에서도 오래 두고 논의했다."

팀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등만 봐도 무게가 느껴졌다.

"요즘 조직이 너무 커졌다. 가온시까지 뿌리 내린 판이 국가 안전을 흔들 정도다. 그래서 내부에서부터 무너뜨릴 잠입 요원을 하나 넣기로 했다."

그가 말하는 동안 오른손이 무의식적으로 왼손목의 오래된 흉터를 쓸고 있었다. 스무 해 전, 그도 잠입을 했던 흔적이었다. 한때는 양손에 권총을 쥐고도 흔들림이 없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왼손으로 총을 들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팀장이 갑자기 돌아섰다. 눈빛에 마음 아픈 기색과 어쩔 수 없는 체념이 동시에 떠올랐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가고 싶다."

그의 목젖이 한 번 크게 움직였다.

"너는 아직 너무 젊잖아."

"제가 갈게요."

나는 팀장의 말을 끊었다.

"수사팀에 들어온 첫날부터, 언젠가 그런 임무를 맡을 거라고 생각하고 준비했어요."

팀장은 길게 숨을 내쉬더니 책상으로 돌아와 서랍을 열었고, 두툼한 크라프트 봉투 하나를 꺼냈다.

"최신형 초소형 위치 추적기다."

손가락이 봉투 표면을 두 번쯤 천천히 문질렀다.

"48시간마다 배터리를 갈아야 한다. 기억하냐."

나는 팀장의 늙어버린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책상을 돌아 내 앞으로 오더니 내 셔츠 깃을 조용히 정리해 줬다. 아버지가 자식의 옷매무새를 만져 주듯, 너무 자연스러워서 더 마음이 서늘해졌다.

"반드시 살아서 돌아와."

목소리가 순간 걸렸지만, 그는 금세 다시 단단해졌다.

"나도… 우리도 기다리고 있을 거다."

그 마지막 말은 아주 낮았는데 이상하게 무겁게 박혔다.

"돌아오면 상부에 요청해 줄게, 다음 팀장은 네가 하는 거다."

그날, 나는 내 신분과 이름을 버렸다. 도시 외곽을 떠도는 무직자로,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으로 변했다.

내가 사라지고 나서 임유리는 드디어 팀 내 여자 요원들 사이에서 '에이스'라는 말을 듣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칭찬을 당당히 받아먹었다. 그 몇 년 동안 임유리는 화려하게 빛났다.

그런데 고작 3년 만에, 나는 임무를 끝냈다.

그날은 누구도 임유리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따위는 궁금해하지 않았다. 모두가 내 안전만을 걱정했다. 평소엔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국장조차 그날만큼은 밤새 잠을 설쳤다.

"아린이가 돌아오면, 그 애는 전국민이 기억할 영웅이다! 내가 반드시 제대로 맞이해 줄 거야."

하지만 체포 작전을 치기 불과 사흘 전, 내 신분과 동선이 새어 나갔다.

사고가 난 날, 나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버려진 창고 안에 숨어 떨리는 손가락으로 긴급 연락망에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로 임유리의 애교 섞인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그 사람은 그냥 두죠, 우리 어렵게 휴가 나온 거잖아요."

곧이어 조기민의 무심한 대답이 이어졌다.

"그래, 못 받은 걸로 하자."

통화는 그대로 끊겼고, 어두운 창고 안에서 삐- 하는 신호음만 유난히 날카롭게 울렸다.

이후 계획은 거대한 구멍이 뚫린 채로 무너졌고, 우리는 참혹한 피해를 입었다. 그때 끝을 붙잡아 끌어올린 건 추무현이었다. 그는 기세를 되돌려 적의 거점 하나를 통째로 털어 버렸고, 그 한 번으로 이름을 날리며 최연소 장성이라는 타이틀까지 쥐었다.

그리고 내 휴대폰은 누군가에 의해 완전히 파손됐다. 통화 기록조차 남지 않게.

나는 당연히 임유리가 손을 쓴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추무현이 직접 지웠을 가능성이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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