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많이 컸다 이거냐?
결국 그 결과는 혼자만 난처할 뿐이다.
김백두는 그녀의 말에서 어딘가 모를 의미를 듣기도 했다. 마치 자신을 얘기하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자신과는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 같기도 했다. 혹시 자신이 오해한 것일까?
간서영은 더 이상 그와 대화를 계속하고 싶지 않았다. 감정을 제어하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
어제부터 그녀는 끊임없이 자신에게 상기시키고 있었다.
‘간서영, 더 이상 기대하지 마, 계속해서도 안 돼. 결코 그는 나를 사랑하지 않아, 모든 노력과 헌신은 보이지 않는 희망일 뿐이고, 어쩌면 나의 노력과 헌신이 그를 짜증나게 할지도 몰라.’
그녀는 무심코 깊은 숨을 들이쉬었고, 그러자 내면의 감정이 서서히 안정되었다.
......
두 사람은 저녁이 되어 차를 타고 김씨 가문 고택에 도착했다.
김씨 고택은 북성의 산자락에 위치한 별장으로,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북성의 첫 번째 세대 상류층들이다.
간서영은 김백두의 팔을 끌어안고 대청마루로 들어갔고, 이미 할아버지 김승제는 그곳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승제는 간서영의 얼굴을 보자마자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서영이 왔구나, 얼른 와서 이 할아버지한테 얼굴 좀 보여다오. 안 본 사이에 많이 마른 것 같은데 어디 좀 보자. 백두는 잘해주고 있니?"
간서영은 김백두의 팔을 놓고 빠르게 할아버지 곁으로 다가갔다. 그의 어깨를 주물러 주며 귀엽게 장난을 치듯 말했다.
"할아버지,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은 오히려 살이 좀 쪄서, 다이어트해야 할 정도예요."
할아버지는 눈을 크게 뜨고는, 가식적으로 엄한 목소리를 냈다.
"무슨 소리야, 어디 살이 쪘다고? 다른 사람들처럼 다이어트하면서 밥 안 먹는 거 이 노인네는 허락 못 한다!"
간서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할아버지 말씀대로 할게요. 할아버지도 건강 잘 챙기세요, 알겠죠?"
"하, 이 녀석, 이렇게 오래 안 오더니, 이 늙은이를 어떻게 생각했냐?" 할아버지가 불만을 표현하자, 간서영은 재빨리 사과했다. "보름 정도밖에 안 됐어요, 할아버지. 사실 자주 올 수 없어서 죄송해요."
하지만 할아버지는 진지하게 화를 낸 것은 아니었고, 그녀가 그를 달래면서 웃는 모습을 보며 행복해했다.
김백두는 그 광경을 보며 잠시 그들의 모습을 지켜봤다.
저녀석, 정말 사람 다루는 법을 잘 알구나. 할아버지를 이렇게 웃기다니...
그는 사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상업계에서 수십 년을 넘게 활동한 할아버지가 모든 사람에게는 위엄 넘치게 대하지만, 간서영에게는 유난히 온화하고 자애롭다. 심지어 그 자신의 친손자보다도 그녀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는 것 같았다.
그가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다음에는 그냥 서영이만 데려오라고 하세요. 저는 굳이 여기까지 오지 않아도 될 것 같네요. 어차피 할아버지에게는 저보다 서영이가 더 반갑지 않을까요?"
김승제가 미소를 거두고, 불쾌한 눈빛을 김백두에게 보냈다. "뭐? 이제 많이 컸다 이거냐? 이 늙은이는 신경 쓸 필요도 없다고?"
"그럴 리가요."
"그럼, 좀 컸다고 이 할애비한테 대드는 거냐?"
간서영이 이 모습을 보자, 평소처럼 재빨리 분위기를 풀어주기 위해 말을 꺼냈다. "할아버지, 화내면 주름 생겨요. 할아버지는 화내지 마세요."
김승제는 웃으며 말했다. "너 이 녀석, 나를 놀리는 게 재미있구나."
"할아버지, 저는 진짜로 진심으로 말하는 거예요."
"이 녀석,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너도 그 녀석 도와주지 말고, 괜히 자꾸 네가 그를 감싸면 그만큼 너도 괴로워질 거다."
김백두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조용히 대답했다. "할아버지, 제가 어떻게 감히 그러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내가 용서하지 않겠다."
김백두는 눈을 살짝 좁히며, 할아버지의 말 속에 숨어 있는 암시를 자연스럽게 알아챘다.
간서영 덕분에 분위기가 조금 누그러졌고, 잠시 후 그의 부모도 집으로 돌아오자, 간서영은 공손하고 예의 바르게, 또 차분하게 인사를 하며 그의 부모님을 맞이했다.
그렇게 모두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승제가 젓가락을 들지 않자, 모두가 기다리고 있었다.
원래 부드럽고 매력적인 인상을 주던 김승제가 갑자기 굳어진 표정으로 냉담해졌다. 그의 굵고 깊은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백두야, 서영이 부모님이 말하길, 너희가 이혼한다고 들었는데, 그게 사실이냐?"
결국 피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순식간에 분위기는 무거워졌다.
세 사람의 시선이 간서영과 김백두를 향했다.
간서영은 입술을 가볍게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백두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깊고 짙은 눈빛으로 할아버지의 눈을 마주했다. "할아버지, 이 문제는 저와 서영이의 일입니다. 제발 간섭하지 말아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