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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뒷걸음질 쳤다.

가슴은 무언가에 짓눌린 듯 갑갑했고, 눈앞에 깜깜해지며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 같았다.

아빠가 정말 8천만 달러를 빚졌다고?

어떻게 하지? 나는 그런 돈이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머릿속에서 팽팽하게 긴장되던 신경이 갑자기 끊어졌다.

내가 왜 그랬는지 설명할 수 없었지만, 반응하기도 전에 나는 몸을 숙이고 빚문서를 낚아챘다.

그리고 찢고 찢어 조각을 낸 후 발밑에 내던지고 마구 밟아 여기저기 흩뿌렸다.

빚문서는 이제 없다, 이걸로 정말 끝난 걸까?

여자 뒤에 서 있던 수행원들이 나를 제지하려 다가왔지만, 여자가 손을 들어 멈춰 세웠다.

그녀는 아름다운 여자였다. 불꽃 같은 붉은 곱슬머리가 하얗고 매끄러운 어깨 위로 흘러내렸다.

그 모습은 붉은색은 더 붉게, 흰색은 더 희게 만들어 사람의 시선을 강탈했다.

차갑고 매혹적이어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녀는 한 손에 담배를 낀 채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정말 재밌네.”

그녀는 비웃듯 나를 흘겨보더니 간단하게 내 생각을 꿰뚫어 보았다.

“네가 이 빚문서를 찢으면 8천만 달러가 사라질 줄 알았어? 순진하긴.”

그녀의 냉혹한 비웃음에 나는 얼굴이 상기됐고, 메마른 목구멍으로 침을 삼키며 고개를 뻣뻣이 세우고 그녀의 비웃음을 들었다.

여자가 가볍게 손뼉을 치자, 그 신호에 따라 수행원들은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한 뒤, 방을 나갔다. 곧이어 그들은 코가 멍들고 눈이 부어오른 한 남자를 끌고 들어왔다.

그 남자는 들어오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

바닥에 넘어져도 울었고, 여자를 보자 무릎을 꿇고 기어가면서도 울었다.

“알레시아 님, 제발 저를 놔주세요. 부탁입니다. 저는 정말 더 돈이 없어요. 제 딸한테 가보세요. 제 딸은 돈이 많아요, 게다가 얼굴도 예뻐서 큰돈을 벌어다 줄 거 에요…”

“아빠…”

나는 땅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감싸고 우는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의 흐느낌 섞인 애원은 마치 칼날처럼 내 가슴을 찌르며 상처를 냈다.

현실은 잔혹했다.

아빠가 도박으로 돈을 잃고 빚더미에 오르더니 이제는 나를 팔아 그 빚을 갚으려 한다니…

아빠의 울음소리가 멈췄다. 그는 어깨를 웅크린 채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조심스러운 그의 태도에 나는 그가 나와 눈을 마주치는 것이 두려워 미안해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눈이 마주친 순간, 그의 흐릿했던 눈빛은 금세 생기가 돌았다.

“시에나, 나 좀 구해다오, 아빠 좀 도와줘.”

“알레시아 님 제 딸을 보세요, 얼굴이며 몸매며 클럽에 있는 여자들보다 훨씬 낫지 않습니까? 제 딸을 데려가세요, 이 아이라면 당신에게 엄청난 돈을 벌어다 줄 거에요. 딸을 넘길 테니 이거로 빚을 탕감해 주시는 게 어때요? 괜찮은 제안 아닌가요?”

나는 믿을 수 없었다.

이런 비열하고 비정한 말이 아빠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나는 비명을 지르며 그를 붙잡고 때리기 시작했다.

“당신 같은 인간이 어떻게 아빠야! 어떻게 딸을 이렇게 팔아넘길 수 있어!”

그러나 아빠는 내 손을 움켜쥐었다.

그의 눈동자에는 미친 듯한 광기가 서려 있었다.

“시에나, 무서워하지 마. 그냥 남자랑 잠을 자는 거야, 누워 있기만 하면 돈을 벌 수 있는데 안 할 이유가 어딨니? 얼른 착하게 알레시아 님을 따라가, 아빠가 돈을 따면 다시 너 데리러 갈게, 알겠지?”

나는 울면서 아버지를 향해 욕을 퍼부었다.

“인간쓰레기!”

알레시아는 냉정하게 수행원들에게 우리를 떼어놓으라고 지시했다.

아빠는 끌려 나갔고, 나는 다른 방으로 끌려갔다.

방 안에는 두 명의 하녀가 기다리고 있었다. 러시아인 같은 얼굴을 가진 이들은 알레시아의 수행원들만큼 키가 크고 거칠었다.

그들은 나를 욕실 바닥에 눕혀 옷을 모두 벗기고, 샤워기의 강한 물줄기를 내 몸에 쏘아 댔다.

그 물줄기는 나에게 강한 불쾌감과 고통을 안겨줬다.

“그만해! 아파!”

나는 물을 두 번이나 들이마시고 기침하며 욕실의 차가운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꼼짝도 하지 못했다.

하녀들의 거친 손길이 내 몸을 문질렀고, 어젯밤 안토니오가 남긴 흔적들은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보아하니 흔적이 꽤 진하네, 아주 뜨거웠나 보지?”

알레시아는 팔짱을 낀 채 욕실 문가에 기대어 서 있었다.

그녀는 하녀들이 내 몸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씻기는 모습을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

“아래쪽 구멍도 잘 씻어줘, 중고여도 우리 고객님들께는 깨끗하게 드려야지.”

나는 입술을 꽉 깨물며 몸을 떨었다.

그 수치심과 굴욕을 견디며 복수의 다짐을 되새겼다.

“너희들…절대 용서 못 해, 반드시 죽여버리겠어.”

거울 속에는 울분에 가득 찬 여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여자는 바로 나였다.

피부가 벗겨지는 고통 끝에 알레시아는 나를 풀어줬다.

하녀들은 나를 욕실에서 끌고 나가서 얇은 슬립 드레스를 입혔다.

그 드레스는 너무 얇아 속옷을 입지 않은 내 몸이 그대로 드러났다.

가슴에 붉은 유두와 아래에 음모마저 선명하게 드러날 정도였다. 나는 몸을 가리기 위해 옷을 찾았지만, 방 안에는 몸을 가릴 만한 천 한 장도 없었고, 침대 시트조차 없었다.

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하지?

나는 방 안을 이리저리 뒤지며 몸을 가릴 무언가를 찾아다녔다.

침대 위에도, 책상 위에도, 옷장 안에도 없었다.

문손잡이를 돌려봤지만, 문은 잠겨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해. 제발 누가 나를 좀 구해줘!

딸깍

문에서 소리가 났다.

나는 공포에 질려 문을 노려보았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끝났어, 이제 다 끝났어.

방 안을 재빨리 살폈다.

지금 내가 숨을 수 있는 곳은 단 한 곳, 욕실뿐이었다.

방문이 열리는 순간, 나는 재빨리 욕실로 몸을 숨겼다. 문을 닫고 잠근 뒤, 욕실의 가장 안쪽에 몸을 웅크리고 숨었다. 밖에서는 남자가 욕설을 퍼부으며 욕실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나는 어깨를 잔뜩 움츠리며, 점점 거칠어지는 욕설을 들으며 욕실 안에서 호신용 도구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욕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샴푸, 린스, 드라이기 같은 물건들은 전부 치워져 있었고, 분리형 샤워기도 없었다. 욕실은 그저 텅 빈 상태로 이미 정리되어 있었다.

마침내, 내 시선은 욕실의 전신거울로 향했다.

벽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큰 거울은 강철못으로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내 힘으로는 절대 뗄 수 없을 거야…

거울을 바라보며 생각이 멍해질 즈음, 밖의 남자는 더 이상 참지 못했는지 수행원을 불러 욕실 문을 발로 차서 열었다.

욕실 문은 수행원의 강한 발길질에 순식간에 산산조각 나 내 눈앞에서 부서져 버렸다.

공포가 비명을 삼켜버렸고, 나는 이를 악물고 혀를 깨물었다.

극심한 고통과 피비린내가 밀려오고 나서야 겨우 비명을 삼킬 수 있었다.

“씨발, 이 개 같은 년, 핑크 아일랜드 클럽에 들어왔으면 인제 그만 복종하는 척이라도 좀 해라! 당장 끌어내!”

욕실 밖에서 남자가 화를 내며 소리쳤다.

그는 뚱뚱한 중년 남자였고, 보기만 해도 역겨움이 밀려왔다.

수행원들이 위협적인 태도로 나를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보며 나는 참기 힘든 혐오감을 억누르고 겁먹은 척하며 외쳤다.

“잠깐만, 잠깐만요!”

“저, 저…”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더듬으며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살짝 시선을 돌려 욕실의 전신거울을 보며 거울을 깨뜨릴 계획을 마음속으로 세웠다.

그 순간, 거울에 익숙한 그림자가 비쳤다.

안토니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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