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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정말 안토니오였다.

방문은 복도로 활짝 열려 있었고, 거울은 그의 모습을 정확히 비추고 있었다.

그도 핑크 아일랜드에서 일하고 있는 걸까? 혹시 이곳의 호스트인가?

의문은 그를 알아본 순간의 운과 흥분에 묻혀버렸다.

구해줄 사람이 생겼다. 나는 이제 이곳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안토니오! 멈춰요! 안토니오, 잠깐만요, 문 닫지 말아요…”

나는 방 안에 어질러진 물건들을 밟으며 뛰어나가려 했지만, 수행원들은 뚱뚱한 남자의 지시에 따라 문을 닫아버렸다.

안토니오는 내 외침에도 돌아보지 않았다.

나는 뚱뚱한 남자에게 가로막혀 욕실 바닥으로 밀려났다.

초미니 드레스는 내 엉덩이를 가리지 못했다.

뚱뚱한 남자는 내 가슴을 음흉한 눈으로 훑으며 군침을 삼켰다.

“넌 참 곱게 생겼구나, 베이비.”

나는 그의 뺨을 힘껏 후려쳤다.

남자는 붉게 부어오른 얼굴을 감싸 쥐며, 흐린 회색 눈에 분노와 독기를 띠었다.

그는 즉시 나를 똑같이 때렸다. 강렬한 고통에 귀가 울리고 정신이 혼미해졌다.

나는 그의 손에 목이 붙잡힌 채 벽에 강하게 밀어서 눌렸다.

숨이 막히는 고통 속에서 나는 필사적으로 온몸을 휘저으며 발버둥 쳤다.

뚱뚱한 남자는 내 귀에 대고 욕설을 퍼부었다.

“이 씨발년이 감히 나를 때려? 벌릴 거야 말 거야, 어?”

살고자 하는 욕망에 나는 그의 머리를 두 손으로 움켜쥐고, 앞으로 들이받았다.

뚱뚱한 남자는 갑작스러운 충격에 거울에 머리를 부딪혔다.

거울은 흔들렸지만 깨지지는 않았다.

남자가 정신이 없는 사이, 나는 다시 한번 그의 머리를 거울에 힘껏 내리쳤다.

쨍그랑!

거울이 산산조각 났다.

깨진 유리 조각이 그의 뒤통수를 베었고, 벽에는 피가 흘렀다.

“이 씨발년!”

뚱뚱한 남자는 머리를 감싸 쥐며 고통에 찬 표정으로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너는 뒤졌어.”

나는 빠르게 깨진 거울 조각 하나를 집어 들고 그의 허벅지를 힘껏 찔렀다.

거울 조각은 내 손바닥을 베었고, 동시에 그의 다리에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

뚱뚱한 남자는 비명을 질렀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그의 얼굴에는 살덩이가 떨릴 정도였다.

그의 울음소리는 복도의 가드들을 놀라게 했다.

그들은 방으로 몰려 들어왔고, 욕실 안의 피투성이 광경에 깜짝 놀라 황급히 뚱뚱한 남자와 나를 떼어놓았다.

“씨발! 저년 따먹게 해줘.” 뚱뚱한 남자는 상처를 감싼 채 발을 동동 구르며 욕설을 퍼부었다.

“쾅!”

방문이 거칠게 열렸다.

뚱뚱한 남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방으로 들어온 남자를 보더니 막 욕을 내뱉으려다, 그 남자가 들고 있는 총구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

나는 들어온 사람이 안토니오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저 총알이 소음기 없이 발사되는 소리만 들려왔다.

“탕!”

총알은 내 위로 엎드린 수행원의 머리를 꿰뚫었다.

피와 함께 뇌수가 튀겨 내 얼굴을 덮었다.

나는 멍하니 내 위에 쓰러진, 반쯤 날아간 머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내 머릿속을 뒤덮었던 회색 악몽은 총성과 함께 한 줄기 빛으로 뚫리고 있었다.

나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공포도 잊었지만, 안토니오가 자신의 외투로 내 벌거벗은 몸을 감싸던 그 순간의 눈빛만은 잊을 수 없었다.

그 눈빛은 잔인했고, 살벌했으며, 어딘가 아픔이 서려 있었다.

“눈 감아.”

안토니오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

그러나 그의 말은 절망으로 얼어붙은 내 마음을 따스하게 녹였다.

나는 그의 품에 안겨 눈앞이 깜깜했지만, 마음은 따뜻했다. 안토니오의 거친 팔이 내 겨드랑이와 무릎 뒤를 감싸안아 들어 올렸다. 나는 수행원들의 두려움에 찬 숨소리와 뚱뚱한 남자의 분노에 찬 욕설을 들을 수 있었다.

뚱뚱한 남자가 다시 욕을 퍼붓자, 안토니오는 그를 발로 차 넘어뜨렸다.

“내 여자를 네깟 놈이 감히 건드려?”

안토니오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위층에서 난 소란을 듣고 알렌시아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이 광경을 보고 문틀을 붙잡고 겨우 균형을 잡으며 말했다.

“사장님, 그녀는 클럽에 새로 온 매춘부입니다.”

안토니오는 알 수 없는 깊은 눈빛으로 알렌시아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의 시선은 강렬한 위협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알렌시아는 입술을 깨물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사장님?

나는 안토니오의 품에 묻혀 얼굴이 창백해졌다.

안토니오가 알렌시아의 상사라면…

그는 핑크 아일랜드 클럽의 사장이라는 뜻이었다.

즉, 카지노의 사장이자…

안토니오는 마피아였다.

그리고 단순 조직원이 아닌 높은 지위를 가진 마피아였다.

세상에!

내 머릿속이 충격으로 새하얘졌다.

하룻밤 상대한 사람이 수준 낮은 호스트가 아니라 마피아라니!

내가 무슨 사람을 건드린 거지?

나는 마음속 공포와 당혹감을 누르려고 애썼지만, 안토니오의 품에서 나도 모르게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안토니오는 내가 떨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느꼈다.

그의 차가운 시선이 뚱뚱한 남자에게로 향했다.

뚱뚱한 남자는 안토니오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바로 겁을 먹었다.

“클럽에 온 손님은 즐기려고 오는 거지, 문제를 만들러 오는 게 아니죠. 사장님께서 저년을 원하신다면, 제가 어찌 토를 달겠습니까, 먼저 즐기십시오.”

나는 안토니오의 가슴에서 느껴지는 떨림을 감지했다.

그가 웃고 있었다.

그의 웃음은 낮고 차가운 울림으로, 조롱과 경멸이 담겨 있었다.

그는 뚱뚱한 남자를 다시 쳐다보는 것조차 귀찮아하며 알레시아에게 차갑게 명령했다.

“네 손님이니 네가 알아서 처리해.”

“알겠습니다, 사장님.”

알렌시아의 목소리는 원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내 몸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고, 날카롭게 날을 세운 칼처럼 나를 찌르는 듯했다.

안토니오는 나를 안고 어두운 복도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최상층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그의 걸음은 점점 빨라졌고, 그는 나를 욕실로 데려가 욕조에 던져 넣었다.

“내가 무섭나?”

안토니오는 나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나는 그가 벗어준 외투를 단단히 움켜쥐었다. 짙은 나무 향기가 나를 감싸안으며 마치 안토니오가 뒤에서 나를 꼭 안아주는 듯한 안정감을 느끼게 했다.

그러나 고개를 들어 그의 짙게 충혈된 눈가 마주친 순간, 두려움이 다시 가슴속 깊이 스며들었다.

그의 눈빛은 너무나도 날카로웠다.

나는 외투를 더 단단히 감싸안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발 보내주세요. 돈…돈은 꼭 갚겠습니다.”

8천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도박 빚을 떠올리며 나는 자신감이 바닥났지만,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안토니오는 차가운 얼굴로 팔을 들어, 내 머리 위의 샤워기를 틀었다. 따뜻한 물이 증기를 뿜으며 내 위로 쏟아졌고, 욕조는 순식간에 물로 적셔졌다.

나는 미끄러지며 다시 욕조 안으로 넘어졌고, 팔꿈치가 차가운 욕조에 부딪혀 통증이 느껴졌다.

그 순간 머리 위로 안토니오의 낮고 냉소적인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한 손으로 내 턱을 들어올려 강제로 고개를 들게 했다.

그의 황갈색 눈동자에는 나를 공포로 몰아넣는 어두운 빛이 스며 있었다.

“가겠다고? 뭐로 갚겠다는 거지? 네가 남기고 간 화대로?”

안토니오는 “화대”라는 강조하며 말했고, 그와 동시에 내 턱을 쥔 그의 손가락에 힘이 가해졌다. 나는 고통에 작은 신음을 흘렸고, 그는 엄지손가락으로 내 부은 입술을 눌렀다.

“부었네.”

매우 평온하고 차분한 말이었지만, 내 온몸의 소름이 돋게 했다.

나는 내 입술이 왜 부어올랐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 끔찍한 뚱뚱한 남자 때문이었다.

나는 안토니오의 손을 힘겹게 떼어내고 상처의 통증을 참으며 욕조 반대쪽으로 기어갔다.

지금 당장 이곳을 떠나야 했다.

하지만 내가 손을 뻗어 욕조의 가장자리에 닿으려는 순간, 뒤에서 출렁하는 물소리가 들려왔다.

안토니오였다.

그는 물속에서 내 등 뒤로 바짝 다가왔고, 뜨거운 손이 내 허리를 감싸며 부드러운 피부를 더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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