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나는 납치를 당한 것이다.
소리를 지르려고 입을 열었을 때, 한 남자가 내 입을 틀어막았다.
“읍…읍읍!” 내 입에서 나오려던 욕은 목구멍에서 밖으로 나올 수 없었다. 그들은 내 팔을 잡아채어 뒤쪽에 검은 차로 끌고 갔다.
너무 아프고 무서웠던 나는 입을 벌려 입을 막은 손바닥을 세게 깨물었다. 곧바로 입안에 끔찍한 피비린내가 흘러 들어왔다.
“아악!” 남자가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손을 뗐다.
나는 피 섞인 침을 뱉으며 두 다리로 발버둥 쳤다.
“너희 누구야? 왜 나를 납치하는 거야! 이거 놔! 놓으라고!”
“이런 썅!”
“빨리 잡아! 꽉 잡아, 놓치지 마!”
그들은 내가 이렇게 필사적으로 저항할 줄은 몰랐는지 실수로 나를 놓쳐버렸고, 나는 그 틈을 타 도망쳤다.
하지만 그들은 계속 욕을 하며 다시 나를 쫓아왔고, 결국 나는 그들에게 또다시 입이 막힌 채 끌려갔다.
“이 씨발년아, 어디 계속 도망쳐봐!” 내가 물어뜯은 남자는 화가 난 듯 내 팔을 뒤로 꺾었다. 팔이 부러질 것만 같았다.
“이 개새끼들!” 나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두 다리를 버둥거리며 상체를 있는 힘껏 흔들었지만, 온몸이 땀에 젖을 정도로 발버둥 쳐도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결국 내 두 손은 뒤로 묶였고, 눈도 검은 안대로 가려졌다.
눈이 보이지 않으니 다른 감각이 더욱 예민해졌다. 나는 그들이 차 문을 세게 닫는 소리, 앞쪽에서 운전사가 시동을 거는 소리를 들었다. 차는 나와 납치범들을 태우고 어디론가 떠났다.
나는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풀어헤쳐진 머리카락이 목 옆에 달라붙어 간지러웠고 알 수 없는 공포가 더욱 나를 옥죄어왔다.
“혹시…혹시 니코가 사주한 거야? 아니면 리비아?” 나는 최대한 몸을 웅크리고 양옆에 앉은 남자들을 무시하려 애썼다.
나는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누가 사주했든 간에, 결국은 돈이 목적 아니야?” 나는 최대한 마음을 가다듬고 그들과 협상하려 했다.
“얼마가 필요해? 내가 줄게, 풀어줘.”
내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두 남자는 서로를 힐끗 보더니 비웃었다.
“얼마든 줄 수 있다고?”
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사실 그럴 수 없었다.
우리 가족은 한때 부유했었다. 10여 년 전에 이 지역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주택단지에서 이 층짜리 단독주택을 살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아버지가 도박에 빠진 이후로 우리 집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학비와 생활비는 항상 밀렸고, 내가 나이를 먹어 이곳저곳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게 되고 장학금을 받으면서 간신히 상황을 무마할 수 있었다.
그동안 내가 번 돈은 거의 다 니코와 학비에 쓰였고, 남은 건 얼마 없었다.
하지만 내 사정을 들키면 안 됐다. 나는 꾹 참고 말했다.
“그래, 나 돈 있어. 나… 아악! 아파! 놔! 너무 아프다고!”
남자는 내 거짓말에 화가 나서 머리채를 쥐고 고개를 강제로 들게 했다.
“돈이 있으면 네년 애비가 널 팔아넘겼겠냐고.”
“하긴, 빈스는 병신이지만 얼굴은 꽤 반반하지. 딸도 가슴 크고 엉덩이도 큰 게, 좋은 값에 팔리겠네.”
남자가 내 가슴을 움켜쥐었다. 나는 순간 몸을 떨며, 눈에 씌워진 검은 안대 아래에서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
날 팔아넘긴 사람이 누구라고? 아빠?
내 정신은 팽팽하게 긴장한 상태였고, 흘러가는 시간이 고통스러웠다. 억겁의 시간이 지난 것 같은 기분이 들 무렵, 달리던 차가 마침내 멈췄다.
운전사는 차 문을 쾅 닫고는 앞좌석에서 내려 나를 끌어내고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
강한 싸구려 향수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나는 참지 못하고 재채기를 두 번이나 했고, 그때 운전사가 말했다.
“씻기고, 상처에 약 발라주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혀. 그리고 3번 방으로 데려가.”
나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끼고 몸을 반쯤 웅크렸다.
“안 가! 안 간다고! 이거 납치야, 범죄라고! 이거 놔! 안 갈 거야!”
나는 미친 듯이 몸부림치며 소리를 질렀다. 누군가 또 나를 잡으려 하면 그 사람을 물어뜯으려고 했다.
아마 내 난동에 짜증이 났는지, 싸구려 향수를 뿌린 한 여자가 다가오더니 내 뺨을 후려갈겼다.
“지랄하지 마, 여기 핑크 아일랜드 클럽에 들어온 이상, 네깟 년이 무슨 대단한 처녀라도 되는 줄 알아?”
“핑크 아일랜드 클럽? 그게 뭐 하는 곳인데, 난 몰라, 모른다고! 난 납치된 거야, 안 가, 이거 놔!”
“네 이름 시에나 코세티, 아빠는 빈스 코세티 맞지?”
여자는 내 턱을 잡아들고는 내 얼굴에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나는 강한 담배 냄새에 눈물이 쏟아졌고 기침했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물음에는 끝내 답하지 않았다.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아빠가 대체 무슨 짓을 저질렀기에 이런 사람들과 엮이게 된 것일까.
대낮에 사람을 납치하고, 핑크 아일랜드 클럽이라니, 인신매매랑 다를 게 없었다.
결론은 하나였다.
이들은 마피아인가?
“네 애비가 우리 보스한테 빚을 졌어.”
여자는 내 침묵에 아랑곳하지 않고 말도 안 되는 금액을 말했다.
“8천만 달러야.”
나는 숨을 몰아쉬며 충격을 받았다.
8천만 달러?
그건 나를 팔아넘긴다 해도 갚을 수 없는 천문학적인 금액이었다.
“말도 안 돼, 믿을 수 없어!”
나는 소리쳤다. 내 안의 영혼이 끊임없이 비명을 질렀다. 이 거대한 빚을 내가 떠안는 일은 절대 없어야 했다.
분명 거짓말이었다. 이들은 인신매매범, 나를 속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사기꾼! 너희 전부 사기꾼이지!”
나는 소리치며 부정했다.
“난 인신매매범과 강간범 말 따위 믿지 않아. 당장 날 풀어주지 않으면 신고할 거야! 반드시 경찰에 신고할 거야!”
“신고한다고?”
여자는 매우 우스웠는지 몇 차례 깔깔 웃더니, 내 눈을 가린 안대를 벗기고는 내 얼굴에 문서 한 장을 들이밀었다.
“봐봐, 네 애비가 직접 쓴 차용증이야. 여기 사인이랑 지장 보이지?”
눈앞이 한순간 밝아졌다.
나는 갑작스러운 불빛을 참으며 차용증의 내용을 하나하나 읽었다.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몸이 떨렸고, 결국 문서 맨 아래에 사인과 지문을 보았다.
빈스 코세티라는 이름 위에는 붉은색 엄지 지장이 찍혀 있었다.
그 지장에는 한 가닥 굵은 흉터가 있었다, 그 흉터는 엄지손가락의 지문을 가로질러 선명한 여백을 남겼다.
나는 그게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건 아빠 오른손 엄지에 있는 오래된 흉터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