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나는 간신히 침을 삼키며, 안토니오의 위험한 눈빛을 마주보다가 어색하게 웃음을 흘리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오해예요…….”
안토니오는 냉소를 지으며 무표정하게 나를 차 안으로 밀어넣을 뿐이었다.
“제발, 제발요. 제가 잘못했어요…….”
나는 겁에 질려 술이 반쯤 깬 상태로, 두 손으로 차 문을 붙잡고 늘어졌다.
“제 핸드폰이 떨어졌어요.”
그 말에 안토니오가 동작을 멈추고 뒤돌아 핸드폰을 찾으려 했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곧바로 차 안에서 뛰어나와 전력으로 도망쳤다. 그러나 몇 발자국을 내딛기도 전에 나는 그의 강철 같은 팔에 붙잡혔다. 공포에 질린 채 비명을 지르며 그를 할퀴고 발로 차보기도 했지만 벗어날 수는 없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전에 그는 나를 어깨에 들쳐 업고 다시 차 안으로 던져 넣었다. 넥타이를 풀어 바르작거리는 나를 제압한 뒤 두 손을 등 뒤로 묶었다. 그가 총을 꺼내 내 머리에 겨누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착하게 굴어, 시에나.”
“제발…….”
너무 두려운 나머지 목소리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제발 살려주세요.”
“당연히 살려둘거야. 아직 너한테 박아보지도 못했으니까.”
“뭐라고요? ……아!”
안토니오가 앞좌석으로 넘어가 운전석에 앉더니, 곧바로 엑셀을 밟아 차를 출발시켰다. 평범한 세단을 마치 레이싱카처럼 밀어붙이며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엔진소리가 요란했지만, 나는 뒤쪽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총성을 몇 번 들은 것도 같았다.
세상에! 나는 목구멍에서 터져 나오려는 비명을 간신히 삼키며 속으로 외쳤다. 안토니오는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도대체 날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 거고? 날 죽이려는 건 아니겠지? 끝도 없이 몰려드는 공포와 온갖 상상들이 내 기력을 다 갉아먹었다. 사라졌던 취기가 다시 올라오면서 나는 수마에 빠져들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꾸벅꾸벅 졸던 고개가 갑자기 아래로 확 꺾였다. 안토니오가 나를 다시 어깨에 들쳐맨 것이었다.
그의 단단한 어깨에 내 배가 짓눌렸다. 술만 잔뜩 들이켰던지라 이 자세를 견디기가 힘들었다. 공포를 제대로 느낄 겨를도 없이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혹시 안토니오가 지금 나를 아무데나 데려다가 죽여서 묻어버리려는 건 아닐까?
“안 돼, 내려주세요. 토할 것 같아……그만! 엉덩이 좀 그만 때려요!”
“닥쳐.”
안토니오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는 짜증이 가득한 기색으로 내 엉덩이를 두어 번 더 때리면서 이를 악문 채로 경고했다.
“만약에 내 몸에다가 토하면 다시 다 네 입에 쑤셔넣을 줄 알아.”
그 말을 듣고 나는 끝까지 참아냈다. 두어 번 정도 진짜 헛구역질을 하긴 했지만 말이다.
어느새 안토니오는 푹신하고 커다란 침대에 나를 데려가 그 위에 던져놓았다. 몸이 살짝 튕겨오르자마자 나는 그를 밀치고 욕실로 달려들어가 구토하기 시작했다.
아, 죽을 것 같다. 다시는 술 안 마시고 만다.
나는 변기통을 부여잡고 온갖 것을 쏟아내며, 아직 흐릿한 머리로 또 언제 이렇게 진탕 술을 먹었었던가를 기억해냈다. 아마도 니코와의 3주년 기념일이었을 것이다. 나는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그때 누군가가 나를 바닥에서부터 번쩍 안아올렸다. 눈을 간신히 뜨고 보니 안토니오가 어두운 표정으로 내 앞에 서 있었다.
“니코가 누구지?”
내가 대답하지 않자 그가 내 귀를 물었다.
“아파요!”
아파서 얼굴을 잔뜩 찌푸렸음에도 안토니오는 도리어 강하게 내 귀를 물고 놓아주지 않았다. 정말이지, 도대체 왜 다들 날 이렇게 괴롭히는 거지?
“이 나쁜 놈아, 꺼지라고!”
화가 치밀어올라 손을 세우며 그의 얼굴을 할퀴려고 버둥거렸다. 안토니오의 얼굴색은 더 굳어졌다. 그는 나를 샤워기 쪽으로 끌고가 내 몸에 찬물을 마구 뿌려댔다. 갑작스러운 찬물 세례에 정신이 조금 드는 듯했다. 나는 얼굴의 물을 닦아내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아, 제기랄!”
안토니오는 내 얼굴을 감싸더니 고개를 숙여 내 입술을 물어왔다.
“아파……으응…….”
안토니오가 내게 숨쉴 틈을 주지 않는 탓에 한 줄기 남은 내 이성조차 질식해 사라질 것만 같았다. 나는 결국 본능에 굴복하여 그의 단단한 공세에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그와 맞닿은 입술 틈으로 간신히 호흡하며 키스를 이어갔다. 차가운 물이 내 나신을 흐르는 것을 느끼자 그제서야 어느새 안토니오가 내 옷을 전부 벗겼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우리 이제 그만…….”
가슴을 짓쳐 누르듯 주무르는 그의 손을 밀어 뿌리쳤지만, 그의 거친 손가락은 아랑곳하지 않고 내 젖꼭지를 애무했다. 마치 구슬을 가지고 놀 듯 나의 것을 만져댔다.
“아!”
저도 모르게 신음이 새어나왔다. 형언할 수 없는 이상한 느낌이 내 몸에 전류처럼 흘렀다.
“너무, 너무 이상해요. 그만…….”
분명히 처음 본 사이인데도 안토니오는 내 예민한 지점 하나하나를 아주 능숙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의 손아귀에 주물러지는 몸 전체가 전율로 흥분하고 있었다. 확실히 니코보다 훨씬 나았다. 너무 좋아서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 그만, 우리 이제…….”
아, 거부해야 하는데, 그런데……
안토니오가 거친 숨을 내쉬며 내 허리를 꼬집었다.
“내가 누군데?”
“당신은……”
나는 그의 판판한 가슴을 매만졌다. 순간적으로 입이 바싹 말랐다.
“안토니오. 당신은 안토니오야.”
“그래, 앞으로도 잘 기억해야 할 거야, 시에나.”
안토니오가 샤워 스위치를 끄고선 나를 가볍에 들쳐 업고 욕실에서 나왔다. 그는 나를 침대에 눕혔다. 실크처럼 부드러운 침구가 내 몸을 감싸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그만, 그만요. 잘못했어. 나 안 할래…….”
나는 그로부터 벗어나려고 몸을 쉴새없이 바르작거리며 기어갔다.
“어딜 가려고, 시에나.”
안토니오가 다시 나를 거꾸로 돌려놓자 바로 눈 앞에 다리 사이에 묵직하게 놓인 그의 거대한 물건이 보였다. 아니, 이건 커도 너무 크지 않나? 니코는 이제껏 자기 것이 다른 남자들과 비교하면 가장 크다고 자랑했었는데, 지금 안토니오의 것과 비교한다면 니코의 것은 무슨 가늘고 짧은 당근 같았다.
안토니오는 한 손으로 내 양 손목을 제압해 머리 위로 들어올려 고정시켰다. 또 다른 손으로는 내 예민한 지점들을 건드렸다. 간지럽고 짜릿한 감각에 나는 계속해서 아아, 하는 신음을 흘렸다. 생리적인 눈물이 눈에 차오른 탓에 안토니오의 얼굴 표정이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역시 걷잡을 수 없는 정욕에 휩싸여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몸을 숙여 내 목을 한 입 크게 베어물었다.
“아, 안토니오, 그만…….”
마치 표범에게 물린 먹잇감처럼 헛되이 몸부림쳤다. 나는 온 몸을 떠는 채 그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지만, 이미 감각에 잔뜩 취해버린 안토니오를 저지할 수는 없었다. 그의 축축하고 뜨거운 성기가 내 작은 배를 한 번 쓸더니, 곧장 다리 사이로 밀고 들어와 음부 바깥에 자리잡았다. 선단은 당장이라도 내 것에 짓쳐들어갈 듯이 움찔거렸다.
“넣을게, 시에나.”
안토니오는 붉게 달아오른 눈으로 뜨거운 숨을 내 쇄골에 뿌렸다. 몸이 미친듯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말, 말하지 말아요.”
나는 발버둥치며 그의 다리를 걷어찼다. 그에게 틀어쥐인 양 손목이 허우적거렸지만 잡히는 것은 없었다. 이상하리만치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온 몸의 감각이 민감해졌다. 그의 굵은 성기가 조금씩 나의 부드러운 살을 헤치고 밀려들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