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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나의 그곳은 흥분으로 쉴새없이 물을 뿜었다. 자홍색의 굵고 단단한 것이 내 안으로 막힘없이 밀고 들어오며 클리토리스를 마찰했다. 더욱 깊숙이 짓치고 들어오자 나는 신음을 질렀고 안토니오도 숨을 헐떡이며 움직임을 잠깐 멈추었다.

그의 거친 숨소리에 내 몸은 더욱 심하게 떨렸다. 그의 것으로 가득 차버린 하체에서는 위협적인 이물감이 느껴졌다. 내 몸이 통제를 벗어난 듯이 수축하며 꿈틀거리며, 이미 몸 안에 들어와있던 안토니오의 것을 강하게 조여들었다. 그곳이 젖어들면 젖어들수록 안토니오가 밀어넣은 성기가 더욱 부풀어올랐다. 그에게 여지없이 딱 꿰인 꼴이었다.

“안토니오……”

격렬하게 숨을 내쉬며 그의 이름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 식은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잠시만, 잠시만 빼 봐요.”

그러나 안토니오는 한 손으로 내 다리를 들어올리고서는 그대로 허리를 구부리며 말했다. 그의 목젖이 위아래로 꿀렁이며 몸을 끓어오르게 했다.

“계속 할 거야, 시에나.”

말을 마치자 그는 허리를 세워 내 몸으로 강하게 짓치고 들어왔다. 그가 나를 완전히 꿰뚫었다. 내 몸이 덜덜 떨리고 허리가 저도 모르게 위로 솟구쳐올랐다. 목구멍에서는 나도 모르게 이상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는 마치 지금까지 남자 경험이 없던 사람처럼 서투르면서도 수줍었다.

그가 움직이는대로 나도 따라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이성을 반쯤 잃은 듯한 그의 광적인 움직임을 견뎌내는 통에, 신음소리마저도 덩달아 몇 번 끊길 정도였다.

“안토니오, 아, ……당신, 제발, 멈춰요, 으응…….”

안토니오는 내 위에 올라타 거세게 몸을 움직였다. 그의 흉악하고도 거대한 물건은 끝에서부터 끝까지 거세게 내 몸에 박혀들어왔다. 그럴 때마다 내 그곳에 찔러넣은 성기에서부터 질척한 물소리가 흘러나왔다.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며 몸부림을 쳐도 그의 손아귀에서는 도망칠 수가 없었다.

“아, 너무 좋아, 시에나.”

안토니오가 쾌감에 젖어 내뱉듯 말했다. 그의 거대한 물건은 계속 내 안에 들어와 있는 채 내 쾌락점들을 강하게 붙여올리고 있었다. 나는 격앙된 비명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그의 몸은 완전하지는 않았다. 무슨 말이냐면, 그의 몸에는 크고 작은 흉터들이 많았다. 가슴팍에는 언제 생긴 것인지 모를 상처들이 잔뜩 그어져 있었다. 흉터들은 강렬한 폭발력을 지닌 단단한 근육과 어우러져서는 야성미 강한 정복자의 그것을 방불케 했다.

나는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그의 야성을 쓰다듬었다. 두 손으로 그의 목덜미와 등을 감아올려서 그의 맹렬한 움직임을 더욱 깊이 받아들였다.

수백 번의 피스톤질로 내 아랫배에는 불이 붙는 듯했다. 몸 안에 잔뜩 남은 감각이 극에 달했을때, 안토니오의 거대한 성기가 내 자궁 안에 거세게 밀려들며 안을 빠짐없이 꽉 채웠다. 그가 토해내는 정액으로 내 안이 전부 씻겨내려가는 것만 같았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진정한 섹스였다. 아주 좋았다.

“아!”

나는 눈을 뜨고 천장을 노려보다가, 익숙한 전화 벨소리를 들으며 어느새 수마에 빠져들었다.

***

핸드폰 알람이 울렸다. 그 소리에 깬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어젯밤의 미친 섹스를 머릿속으로 되짚었다. 전신이 시큰거렸고 그가 드나들었던 구멍은 아직도 뜨겁게 부어올라 있었다. 나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얼굴이 울그락푸르락하며 서서히 질려갔다.

술집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랑 잤다고? 내가 진짜 미쳤구나.

샤워실에서 물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반투명 유리문 너머로 안토니오의 그리스 조각상처럼 완벽한 몸매가 어렴풋하게 드러났다. 건강한 피부 톤, 솟아오른 근육선과 치골 라인, 그리고 심지어는 몸 곳곳의 흉터까지도, 모두 그의 미관을 해치기는커녕 오히려 강렬한 남성미를 더해주고 있었다.

어떤 여자라도 그의 야성미에 넘어가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안토니오는 그야말로 정말 대단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어젯밤의 총성이었다. 아직도 그게 귓가에 생생했다. 그는 아주 위험한 남자라고 내 직감이 끊임없이 속삭이고 있었다. 여기서 빨리 도망치지 않으면 정말로 위험해진다.

나는 흐트러진 침대에서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내 몸은 깨끗하게 씻겨져 있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입고왔던 옷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가방은 다행히 그대로 있었다. 가방 안에는 안토니오의 출장비용을 결제할 만큼의 돈뿐만 아니라, 호텔 옷장에서 여벌의 옷을 하나 살 만큼의 돈도 들어있었다.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나서, 나는 욕실의 물소리가 끊기기 전에 재빨리 호텔 방을 빠져나왔다.

호텔을 나서자마자 호텔 직원은 물론이고 길거리를 걷는 행인들의 놀란 듯한 시선이 내 쪽으로 쏟아졌다. 내가 걸치고 있던 남성용 와이셔츠와 정장바지 때문인 듯했다. 옷이 너무 커서 소매와 바짓단을 접어 올렸음에도 크기가 맞지를 않아 어색했다.

숙취를 가시게 해 줄 커피 한 잔이 절실했다. 우선 집에 돌아가 샤워를 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에 푹 자고 싶었다. 안토니오가 나를 데려갔던 호텔이 고급 호텔이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두고 온 현금이라면 그런대로 어젯밤의 비용을 충분히 치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곧장 손을 치켜들고 택시를 잡았다.

다시 생각할수록 정말 미쳤다.

머리는 여전히 어지러웠지만, 어제 벌어졌던 모든 일들이 처음부터 생생하게 기억이 났다. 학교에서 사진 전시 준비로 정신없이 보낸 뒤, 서둘러 학교에서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 니코에게 깜짝 선물을 주려고 했었다. 다만 니코가 리비아와 함께 도리어 내게 깜짝 선물을 주었었지.

그리고 그 이후에 일어난 일들이 뒤이어 떠올랐다. 안토니오의 탄탄한 맨 몸과 복근, 그리고 그의……. 여기까지 생각을 하자 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밑이 다시 젖어들어갔다. 아, 더는 생각 그만 하자, 시에나! 그냥 원나잇 한 것뿐이야, 원나잇이라고!

***

하루가 지나고 새로운 날이 밝았다. 쓰레기 같은 연놈들이나 안토니오 같은 것은 일단 잊어버리고, 다시 새로운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거다!

차 안에서는 리한나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멜로디가 내 흐트러진 생각을 현재로 되돌려놨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화면에 떠오른 낯선 번호를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어젯밤에도 이 번호로 전화가 왔던 것 같은데.

나는 한쪽 머릿속으로는 졸업 작품을 어떻게 구상하면 좋을지를 생각하면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시에나니?”

낯설지만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순간 몸이 굳어버렸다. 아까까지 생각하고 있던 졸업작품의 구상이 단번에 날아가버렸다.

“엄마?”

“그래, 엄마다.”

엄마의 목소리는 온화하긴 했지만, 오랜만에 연락하는 딸을 대하듯 약간의 망설임과 어색한 웃음이 섞여있었다.

“네 아빠랑 같이 필라델피아로 와 주지 않을래, 시에나? 발렌티나가 곧 결혼하는데 둘이 결혼식에 와 줬으면 한단다.”

발렌티나 데이비스는 내 여동생이었다. 부모님이 이혼한 이후 그녀는 엄마를 따라 줄곧 필라델피아에서 살았다. 그런데 그녀가 결혼을 한다고? 지금 발렌티나가 몇 살이지? 눈물이 찡하게 솟아오르기도 전에 갑자기 들은 그녀의 결혼소식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믿을 수가 없었다. 발렌티나는 나보다 몇 살이 더 어렸다. 아마 올해 스무 살이 채 되지 않았을 텐데 결혼을 한다고? 그럼 학교는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엄마, 이거 너무 갑작스러운 거 아니예요?”

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창 밖을 내다보았다. 이미 주택 단지의 회색 지붕이 시야에 들어왔다.

“누구랑 결혼하는 건데요?”

“루치아노 가문의 후계자야.”

엄마의 목소리는 들뜬 듯 경쾌했다. 아마 발렌티나의 결혼 상대를 상당히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였다. 그렇지만, ‘루치아노 가문의 후계자’라니, 마치 무슨 엄청난 집안의 아들같이 들렸다.

사실 우리 집은 그저 평범한 집안일뿐인데, 만약 발렌티나가 그런 집안으로 결혼해 들어간다면 잘 살 수 있을까? 정말로 본인이 원해서 그 후계자이니 뭐니 하는 사람과 결혼하려는 건 맞을까?

“발렌티나 걔, 대학 졸업은 했어요?”

가장 걱정이 되는 문제를 먼저 짚고 넘어가야 했다.

“그러니까, 아직 걔는 너무 어려요. 학업도 결혼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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