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한국어
챕터
설정

제2화

나는 비틀거리며 사람들을 헤치고 그를 향해 다가갔다. 그가 필요했다. 그가 나를 범해주기를 바랐다. 이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자마자 욕구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 목구멍을 조여오고 몸이 들끓었다. 온 전신의 피가 끓어올라 마치 그를 원한다고 아우성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이 빌어먹을 술 때문에, 내 몸의 온 신경이 마비되고 균형감각마저 잃었다. 나는 의자에 걸려 휘청거렸다. 마치 주변의 모든 것들이 소용돌이처럼 돌고 있는 것만 같았다.

젠장, 진짜로 술에 취했군.

그렇지만 기껏 이런 걸로 포기할 순 없었다. 힘겹게 균형을 되찾고 고개를 들자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조금 당혹스러웠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그가 갈 만한 곳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술집은 무대 근처에 휴게실 하나가 마련되어 있었다. 호스트들이 손님을 받지 않을 때 대기하는 곳이었다. 내가 이 사실을 어떻게 아느냐 하면, 바로 그 휴게실에서 니코를 처음 만났었기 때문이다. 니코는 이 곳의 호스트였다. 그때 그는 열 일곱살이었고, 심한 괴롭힘과 구타를 당하고 있었다. 그때의 그를 구한 것은 나였는데, 지금 나를 배신한 것은 그였다.

그렇지만 이젠 상관없다. 곧 이 실수를 내가 바로잡을 테니까. 감정과는 상관없이 더 나은 남자를 찾아 지갑이나 두둑하게 채우면 그 뿐이다.

비틀거리며 군중 속으로 들어가, 앞을 막고 서 있는 사람들을 힘겹게 하나씩 밀치며 나아갔다. 야릇한 시선을 던지며 나를 어떻게 해 보겠다는 남자들의 시선이 얽혀들었다. 그들의 축축한 손이 내 둔부를 더듬어 오기도 했다. 나는 그 손을 세게 뿌리쳤다. 엉덩이를 훑던 남자가 내뱉은 욕설과 주변 여자들의 조소어린 시선을 동시에 받으며 나는 고개를 치켜들고선 그들을 지나쳤다.

휴게실 앞에 간신히 다다르자 역시나 그 호스트가 거기에서 나오는 것이 보였다. 바의 조명이 그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나는 흐릿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는 호박색이었다.

그의 쪽으로 한 발짝 발을 딛자 순간 발이 걸리며 그대로 그의 품으로 확 넘어지고 말았다. 짙은 우디 계열의 향수가 그의 체온과 뒤섞여 코끝으로 밀려들어왔다. 순간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당신 눈이 정말 예뻐요.”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손을 뻗어 그의 눈 쪽으로 갖다대려 했지만, 그가 내 손목을 붙잡아 멈춰세웠다.

“나 당신과 자고 싶어요.”

붙잡힌 손을 뿌리치고 다시 그의 가슴께로 손을 뻗었다. 아, 넓고 탄탄했다. 옷 아래 있을 근육이 탄탄하게 손끝에 얽혔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가 너무나 매혹적이어서 당장에라도 그의 셔츠를 벗기고 싶었다.

“당신과 잘래요.”

내가 다시 한번 말하자, 그가 내 턱을 붙잡았다. 동시에 고개가 들어 올려졌다. 조명이 그의 눈동자를 스친 순간 나는 그의 호박색 눈동자에 비친 거친 날카로움을 보았다.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그가 드러낸 위험함 때문이었다.

“그럼 준비는 됐겠지?”

그의 입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사람을 미치게 하는 술 향기가 맡아졌다. 그의 눈빛은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같았다. 그가 나를 붙잡고 있던 손에 더 강한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떨었다. 도망가고 싶었지만, 그에게 잡힌 내 허리는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한 채 그의 품 속으로 끌려들어갔다.

힘이 엄청났다. 그의 팔뚝에 솟아오른 굵은 근육은 내가 꿈꿔왔던 완벽한 곡선을 이루고 있었다. 그의 남성적인 힘이 나를 그야말로 영혼까지 미혹시켜 버린 탓에 더욱이나 어지러워졌다.

“아마도요…….”

그의 얼굴이 아래로 미끄러져왔다. 내가 거절할 틈은 주지 않겠다는 듯이 곧바로 그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아왔다. 머릿속이 순간 폭죽이라도 터진 듯 눈앞에는 온통 불꽃이 터진 것 같았다. 스스로 누군지도 모를 정도로 미혹당한 채, 그의 강한 힘에 발끝까지 들려 올라간 채로 그가 주도하는 격렬한 키스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니코 때와는 달리 지나치게 자극적이었다. 그가 갈구하는 무언가를 맞춰주기에 나는 너무 서툴렀다. 내 반응에 만족하지 못한 그가 혀를 뻗어 내 이 사이를 공략했다.

“으음…….”

그의 혀가 내 입 안을 깊숙이 파고들며 부드러운 혀를 감싸고 빨아당겼다. 조금 아프기도 하고 저릿하기도 했다. 미처 삼키지 못한 침이 우리의 얽힌 입술 사이로 흘러내렸다. 어떻게 될 것만 같았다. 그는 내 호흡마저 완전히 통제하고 있었다. 머릿 속이 하얗게 비워져갔다.

내 음부가 젖어들어갔다. 짓쳐오는 그의 넓은 어깨를 계속해서 밀어낸 것은 일종의 생존본능이었다. 그러나 내 반항은 그에게는 너무 하찮았는지, 마치 아기 고양이가 살살 긁는 것처럼 그를 오히려 자극시킨 것 같았다. 그의 손이 내 옷 속으로 파고들어 허리춤의 부드러운 살을 힘껏 주물렀다. 그의 손바닥은 매우 거칠어서 그가 쓰다듬은 곳은 전류가 흐르는 듯했다. 나는 온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그만…….”

그가 숨을 토해내는 짧은 틈을 가서 나는 힘겹게 간청했다.

“살살요, 제발…….”

그는 한 손으로 내 치마를 걷어올리고서는 팬티 속 내 엉덩이를 틀어쥐었다. 그리고서는 전혀 힘들이지 않고 내 몸을 확 받쳐 올렸다. 갑자기 시야가 확 높아지자 나는 취기에 현기증을 느꼈다. 머리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목이 휘어졌다. 순간적으로 나는 그의 이마에다 대고 술 냄새가 감도는 트림을 뱉어냈다.

남자가 웃기 시작했다. 아마 조금 짜증이 났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는 내 엉덩이를 한 차례 세게 꼬집더니 말했다.

“이름이 뭐지?”

정말로 정신없이 취해있었기 때문에, 나는 일말의 거리낌도 없이 바로 이름을 말해버렸다.

“시에나요. 당신은요?”

“안토니오. 네 남자 이름이야.”

그의 기세등등한 말투에 호승심을 느낀 나 역시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시에나, 당신 여자 이름이에요.”

안토니오는 잠시 멈칫하다가 갑자기 코웃음을 쳤다. 그의 날선 반응이 나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는 몸을 기울여 내 귓가에 뜨거운 숨결을 내뱉으며 말했다.

“네가 분명 그렇게 말한 거다?”

순간 당황해서 나는 어쩔 줄을 몰랐다. 갑자기 아래가 서늘해지는가 싶더니, 이미 그가 내 팬티를 아래로 벗겨내려 복사뼈에 걸려 있었다. 바의 무대에 설치된 조명이 계속해서 번쩍거리다 이따금씩 내 몸위로 떨어졌다. 멀지 않은 곳에서는 화끈한 차림의 아가씨들이 매혹적으로 허리를 튕겨대며 스트립 댄스를 추고 있었다. 그녀들의 요염한 미소와 거기에 달라붙는 남자들의 끈덕진 색정들이 그녀들의 풍만한 가슴을 주무르려 질척하게 달라붙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과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나는 허리춤께로 말려 올라간 치마 아래로 두 다리를 내보인 채 안토니오의 단단하고 얇은 허리 사이에 갇혀 있었다. 그의 물건이 머리를 꺼떡거리며 마치 위협하듯 나의 비밀스러운 부위를 문질러댔다.

“아니, 잠깐…….”

찬 바람을 한 차례 들이마쉬자 취기에 마비되었던 수치심이 순간적으로 확 되살아났다.

“여기서는 말고, 우리……우리 제발 안으로 들어가자. 여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난…….”

젠장, 나 지금 뭐라고 하는 거지?

두 다리 사이에서 점점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남자의 그것을 보고 있자니 내 호흡이 점점 거칠어져갔다. 열이 확 오름과 동시에 내 젖꼭지가 단단하게 일어섰다. 안토니오가 나를 벽으로 확 밀었다. 차가운 벽면에 등이 닿자 그는 나를 더욱 압박하듯 다가왔다. 그의 눈빛은 정욕이 들끓어 아주 위험해 보였다.

그의 손가락이 내 다리 사이로 파고들어왔다. 몸을 떨자 그는 내 반응에 아주 만족한 듯했다.

“나는 네가 애무받고 박히는 꼴을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주길 원하는 줄 알았는데, 시에나.”

“아니에요.”

그의 한 마디가 나를 긴장시켰다. 지금 우리가 있는 이 곳은 그다지 은밀한 곳이 아니었다. 댄스 플로어에서 가까운 곳이라 사람들이 조금만 시선을 돌린다면 내 벌거벗은 하체를 아주 분명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의 끈적한 시선이 내 다리 사리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모습을 상상하자 덜컥 겁이 났다. 나는 안토니오의 몸을 더 확 끌어안아 내 몸 쪽으로 밀착시키며 경고하듯 말했다.

“호스트라면 일단 고객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안토니오의 눈빛이 갑자기 무섭게 변했다. 그가 눈썹을 찡그리며 되물었다.

“호스트?”

“이봐, 안토니오!”

그 순간, 갑자기 안토니오의 이름을 부르는 어떤 목소리가 들렸다.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려 했지만, 안토니오가 내 뒷통수를 전부 감싸며 내 머리를 그의 가슴팍으로 밀어넣어 숨겼다.

그리고 총성이 한 발 울리고, 시끌벅적했던 바에 아주 잠시 정적이 내려앉았다. 도망치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곧이어 날카로운 비명소리와 울음소리, 총소리, 의자와 테이블이 쓰러지며 내는 소리들이 한데 뒤섞여들기 시작했다.

취기가 다 가신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이 상황이 그저 다 악몽같았다. 안토니오는 나를 끌어안은 채 우왕좌왕하는 사람들 사이로 섞여들었다가 곧장 바의 뒷문으로 달려나갔다.

“어디로 가는 거예요?”

그가 드디어 나를 놓아주었다. 그러나 내 다리는 다 드러난 채로, 아까 벗었던 팬티만 간신히 올려입은 상태였다. 신었던 하이힐은 손에 들자, 나는 다시 안토니오에게 붙잡힌 채 어딘가로 빠르게 끌려가듯 달리기 시작했다. 그의 손에는 총 한 자루가 쥐어져 있었다.

총?

그제서야 나는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안토니오가 단순한 호스트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지금 앱을 다운로드하여 보상 수령하세요.
QR코드를 스캔하여 Hinovel 앱을 다운로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