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그녀가 임신을 한 거 같다?
심우리는 번호표를 뽑고 줄을 섰다. 그녀의 차례가 되자 자신의 증상들을 모두 의사에게 말했다. 그러나 의사는 이상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요즘 많이 졸리신가요?”
심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침에 양치할 때 속이 메스껍고 헛구역질이 나나요?”
심우리는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 소변이 자주 마려운가요?”
이 질문에 심우리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한참 생각하고는 이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의사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다시 물었다.
“생리 안 한 지 얼마나 되었죠?”
그 말을 듣고 심우리는 잠시 생각해본 후 대답했다.
“한 달 정도 된 것 같아요...”
말을 하고 나자, 그녀는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의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최근에 잠자리를 가진 적 있죠? 상태를 잘 살피세요. 일단 약은 처방하지 않겠습니다. 번호표를 다시 뽑고 자세한 검사를 받아보세요.”
우리는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로 병원을 나왔다.
번호표를 다시 뽑는 것이 두려워 그녀는 약국으로 가서 임신 테스트기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화장실 문을 잠그고 임신 테스트기를 꺼냈다.
오랜 기다림 끝에 결과가 나왔다.
임신 테스트기에 두 줄이 그어져 있었다.
원래 아파서 창백했던 그녀의 얼굴은 더욱 하얗게 질렸다.
우리는 고개를 숙여 평평한 자신의 배를 바라보며 여전히 믿을 수 없었다.
그때 일이 너무 갑작스러웠고, 난생처음 겪은 일이라 놀라서 황급히 집으로 도망쳤었다. 결혼까지 강요당한 상황에서 이 일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고, 피임약을 먹을 겨를도 없었다.
그런데 이제 그녀의 뱃속에 작은 생명이 생겼다니.
안 돼!
우리는 자신의 입을 막았고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
안 된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혹시 임신 테스트기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으니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그녀는 임신 테스트기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화장실을 나왔다.
임신 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우리는 마음이 몹시 불안해졌다. 혹시라도 재혁이 나타날까 사방을 살폈지만, 다행히 그는 하루종일 돌아오지 않았다.
저녁이 되자 심우리는 점점 불안해졌다. 서둘러 샤워를 마친 후 캐리어를 끌고 의자를 문 앞에 가져다 놓고 기다렸다.
황보재혁이 돌아왔을 때, 우리는 이미 문 앞 의자에 앉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
의사가 감기약을 처방해 주지 않았고, 그녀는 임신 가능성 때문에 하루종일 뜨거운 물만 마신 상태였다.
결국 감기에 걸렸고 약도 먹지 않았으며 휴식도 제대로 취하지 못했기에 감기는 더 심해졌다.
재혁은 문 앞에서 작은 모습을 하고 잠든 심우리를 보고는 잠시 놀랐다.
하루 종일 이곳에 있었던 건 아니겠지?
당연히 아니었다. 그녀는 옷을 갈아입었고, 스스로 깔끔하게 단장했으니 분명 그가 없는 사이 몰래 방에 들어가 쉬다가, 그가 돌아오기 전에 다시 문 앞에 나와 있었을 것이다.
흥, 꽤나 눈치는 빠른 편이군.
“도련님?”
윤성이 어리둥절한 듯 물었다.
“어떻게 할까요?”
“그냥 놔둬.”
“아, 네.”
윤성은 어쩔 수 없이 황보재혁을 방으로 밀고 들어갔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심우리는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머리가 무겁다.
너무 졸리고…
심우리는 미간을 누르며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주방에서 뜨거운 물을 따라 마셨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속이 울렁거려 컵을 내려놓고 서둘러 주방을 나왔다.
그때, 큰 회장 황보웅과 황보재영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이 할비는 네 능력을 믿으니까 이 일을 너한테 맡겨야만 안심이 되는구나.”
“네, 할아버지.”
심우리가 주방을 빠져나오던 순간, 큰 회장님과 눈이 마주쳤다. 큰 회장님의 눈빛은 엄격하게 변했다.
“심달리?”
우리는 놀라서 얼른 자세를 바로 하고 당황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방에서 재혁이를 돌보지 않고 여기서 뭐하고 있느냐?”
“저는…”
우리는 말이 나오지 않았고, 망설이던 순간 황보재영이 대신 말했다.
“제가 듣기로 제수씨가 방문 앞에서 잠을 잤다고 하던데요. 안색도 안 좋아 보입니다. 어디 아픈 건 아닌가요?”
“뭐라고?”
황보웅의 얼굴이 굳어지며 물었다.
“방문 앞에서 잠을 잤다고? 이게 무슨 일이냐?”
우리는 머릿속이 하얘지며 아래입술을 깨물었다.
어떡하지?
황보재영이 왜 이 일을 큰 회장님께 말한 걸까? 만약 황보재혁이 큰 회장님께 야단을 맞고, 홧김에 자신의 진짜 신분을 말해버리면 어떻게 하지?
우리는 급히 손을 저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그런 게 아니에요. 어젯밤에 제가 너무 피곤해서 방문 앞에서 잠이 들어버린 거예요. 사람들이 저를 발견하지 못한 거고요. 다행히 깨어나고 나서 다시 방으로 들어갔어요.”
황보웅의 눈은 혼탁했지만 매우 날카로워, 마치 사람의 마음속 생각까지 꿰뚫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잠시 후, 황보웅은 크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얘야,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 재혁이가 어떤 아이인지 이 할아버지가 더 잘 안다. 시집 온 네가 오히려 고생이 많구나.”
심우리는 갑작스러운 관심과 따스한 말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할아버지가 매우 엄격하고 대화조차 나누기 어려운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자신을 위로해줄 줄은 몰랐다.
“가자, 나랑 함께 재혁이를 만나러 가자.”
황보웅은 지팡이를 짚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우리는 순간 얼굴이 굳어졌고, 빠르게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
“안 돼요, 할아버지!”
황보웅은 발걸음을 멈추고 물었다.
“왜 안 된다는 거냐? 그럼 계속 밖에서 잠을 자겠다는 거냐? 하인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싶은게야?”
황보재영도 나서며 말했다.
“맞아요, 하인들의 웃음거리가 되는 것도 문제지만 제수씨가 계속 밖에서 잘 수는 없잖아요. 몸이 견디기 힘들 겁니다.”
심우리는 아래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저었다.
“저 정말 괜찮아요. 어젯밤엔 진짜로 제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거예요. 오늘 밤엔 꼭 방에 들어갈 거니까, 할아버지께선 저희 사이를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황보 집안으로 시집 온 이상, 그이를 잘 보살필게요.”
우리가 이렇게 말하자, 황보웅은 오랜 침묵 끝에 아무 말 없이 돌아섰다.
황보웅이 떠난 후, 재영은 어쩔 수 없다는 듯한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제수씨,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요?”
우리는 그를 한 번 쳐다보고 말했다.
“저 정말 괜찮아요.”
그렇게 말하고는 방으로 올라갔다.
재혁은 다리에 장애가 있었지만, 잘생긴 외모와 더불어 일 처리가 철저하고 깔끔해서 휠체어에 앉아 있어도 사람들은 그의 능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여태껏 여자가 한 명도 없었기에 이번 결혼은 황보웅이 암암리에 강제로 추진한 것이었다. 결혼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로 집 안에서 그의 모습이 자주 보이지 않았기에 황보 집안의 하인들은 우리가 그다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자연스레 뒷담화를 피할 수 없었다.
심우리가 계단을 오르려 할 때, 하인 몇 명이 스쳐 지나갔다.
그 중 한 명은 악의적으로 그녀의 어깨를 밀쳤고, 심우리는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다행히 난간을 잡아 몸이 휘청거리지 않았다.
“저기...”
“죄송해요, 작은 사모님. 제가 방금 사모님을 잘 못 봤네요. 멀리서 봤을 때는 하인인 줄 알았어요. 죄송합니다. 제가 부축해 드릴까요?”
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 하녀는 전혀 부축할 생각이 없어 보였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