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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근데 전 당신의 아내잖아요

몇 잔의 커피를 탔는지 알 수 없었다. 심우리는 점점 머리가 어지럽고, 더 이상 견디기 힘들 정도로 지쳐 있었다. 커피를 들고 회의실로 돌아갔을 때는 이미 황보재혁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는 아무 말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녀가 그의 관문을 넘었는지 알 수 없었다.

심우리는 커피를 책상 위에 놓고, 밖으로 나왔다.

* * *

빌딩 아래로 내려왔을 때, 황보재혁이 전용차를 타고 황보 그룹을 떠나는 모습을 보았다.

또 이렇게 버려졌다는 생각에 심우리는 스스로가 너무 우스워졌다. 애초에 이런 일이 벌어질 걸 예상했어야 했다.

그녀가 길가에서 택시를 잡으려 할 때, 흰색 차량이 그녀 앞에 멈췄다.

“제수씨, 제가 데려다줄게요.”

차창을 내리자 황보재영의 부드럽고 잘생긴 얼굴이 보였다.

우리는 한참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만약 황보재혁이 이 모습을 본다면, 또 그녀가 남자에게 꼬리를 친다고 비난할 것이 분명했다.

“타세요. 제수씨도 몇 시간 동안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많이 힘들었을 텐데요.”

말을 마친 재영은 벨트를 풀고 내려 그녀가 차에 타도록 직접 문을 열어주었다. 그의 신사적인 모습에 거절할 수가 없었다.

결국 심우리는 그의 차에 올랐다.

“고마워요.”

“별말씀을요.”

재영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안전벨트 잊지 마세요.”

차를 타고 황보 집으로 향하는 동안, 그는 절대적인 침묵을 지켰고 심우리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집 문 앞까지 바래다주었다.

우리는 계단을 올라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을 때까지도 황보재영의 부드러운 태도에 감탄하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둘은 분명 형제인데, 성격은 왜 이렇게나 다를까?

* * *

방에 들어서자 우리의 발걸음이 멈췄다.

바닥에 널부러진 그녀의 캐리어가 마구 버려져 있었다.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던 심우리는 고개를 들어 방 안의 사람을 보았다.

“누가 네 마음대로 내 방을 바꾸라고 했어?”

심우리는 잠시 침묵하다가, 이내 다가가 캐리어를 끌어 올렸다.

“당신, 돌아오지 않는 줄 알았어요.”

신혼 첫날 밤, 그는 비서에게 휠체어를 밀고 나가라는 지시를 했기에, 그녀는 그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 이건 내 방이야.”

심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래입술만 꽉 깨물었다.

“그런데 전 당신의 아내잖아요.”

“네 동생 이름을 하고 내 아내라고?”

우리는 할 말을 잃었다.

재혁의 태도를 보니, 그녀를 이 방에 남기지 않겠다는 의지가 분명했다. 그의 언행 속에는 그녀에 대한 깊은 증오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심우리는 정말 이 방에서 나갈 수 없었다.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칠 때, 그녀는 재혁을 향해 간절한 눈빛으로 부탁했다.

“제발, 이 방의 작은 구석이라도 좋으니 저에게 남겨주시면 안 될까요? 많이 차지하지 않을게요.”

“안 돼!”

재혁의 단호한 말에 심우리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하지만 제가 나가면 할아버지께서 다 알게 되실 거예요.”

재혁의 명령에 윤성은 앞으로 나섰다.

“심 아가씨, 나가시죠. 안 그러면 제가 어떻게 할지 저도 모릅니다.”

심우리는 아래입술을 깨물었다.

“정말 더 이상 의논할 여지가 없는 건가요?”

황보재혁의 눈빛은 마치 사나운 늑대 같았다. 깊고 침울하며 날카로웠다.

서로 잠시 눈을 마주치다가, 심우리는 결국 말없이 몸을 돌려 캐리어를 끌고 나갔다. 그리고 문을 닫았다.

“도련님, 보아하니 이제 포기한 것 같습니다.”

재혁은 시큰둥하게 웃었다. 끈기가 얼마나 강한지 궁금했는데, 고작 이 정도에서 끝나다니?

참, 약하군.

“병원 쪽에는 사람을 시켜 알아보긴 한 거야?”

재혁이 갑자기 물었다.

윤성은 당황한 얼굴로 답했다.

“아, 아직 알아보지 못했...”

“뭐해? 아직도 서 있으면 어떡해?”

“바로 처리하러 가겠습니다.”

윤성은 서둘러 나갔다. 도중에 캐리어를 끌고 문 앞에 서 있는 심우리를 보자, 행운을 빈다는 눈빛을 보내며 사라졌다.

* * *

이튿날,

윤성이 황보재혁을 찾으러 왔을 때 문 앞의 광경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조심스레 방 안으로 들어가 황보재혁을 깨우고 씻기며 옷을 갈아입혔다.

모든 준비가 끝난 후, 참지 못한 윤성이 입을 열었다.

“도련님, 심 아가씨가...”

심우리가 언급되자 재혁은 이마를 찌푸렸고, 그의 몸에서 차가운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도련님, 제가 굳이 말씀드리고 싶지 않았지만, 심 아가씨께서...”

윤성은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계속해서 얘기했다.

“도련님께서 직접 문 앞에 가서 확인해보시는 게...”

“밀고 가.”

황보재혁은 문 앞에서 외투를 덮고 잠든 심우리를 보고 잠시 의아해했다.

우리는 캐리어를 옆에 두고 외투를 덮어쓰고 벽에 기대어 자고 있었다. 너무 깊이 잠든 탓에 몸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추운지 몸을 바들바들 떨며 외투 속으로 몸을 파묻고 있었다. 하얀 작은 얼굴만 드러난 채.

그녀의 피부는 하얗다 못해 빛이 날 정도였고, 머릿결은 특별히 관리받지 않았지만 매우 곧고 길며 부드러웠다. 이마에 내려온 몇 가닥의 머리카락이 그녀의 작은 얼굴에 순수함을 더해주었다.

몸을 바들바들 떠는 그녀를 보자, 재혁도 이상하게 마음이 걸렸다.

잠시 후,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가서 깨워.”

윤성은 당황하며 물었다.

“어떻게 깨우죠?”

“...네가 깨우고 싶은 대로.”

윤성은 걸어가 심우리의 엉덩이를 발로 살짝살짝 차며 깨우려 했다.

재혁의 얼굴이 어두워지며 차가운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너 뭐하는 거야?”

윤성은 불쌍한 표정으로 말했다.

“깨우고 있잖아요?”

그리고 코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도련님, 제가 너무 살짝 찬 건가요? 그럼 더 세게 찰까요?”

윤성은 황보재혁이 심우리를 매우 싫어한다고 생각한 듯했다.

“됐어. 내가 깨우라고 했지, 차라고 했냐.”

황보재혁은 성질을 억누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윤성은 그제야 깨닫고 쪼그리고 앉아 심우리의 어깨를 흔들며 깨웠다.

심우리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는지, 한참 후에야 간신히 눈을 떴다.

“심 아가씨, 날이 밝았어요. 어서 일어나세요.”

'정말 날이 밝은 건가?'

우리는 멍하니 있다가 곧바로 일어나 앉았다. 사방이 환해진 하늘을 보고 눈을 비볐다.

문 앞에서 하룻밤을 보냈다니, 시간이 정말 빨리 흘렀구나...

그녀가 사색에 잠겨 있을 때, 차가운 질문이 그녀에게 던져졌다.

“누가 방 문 앞에서 자라고 했지?”

심우리가 고개를 들어보니, 기분이 좋지 않은 듯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황보재혁이 보였다.

잠시 멍하니 앉아 있던 우리는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외투를 품 안에 꼭 안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갈 곳이 없어서요.”

땅바닥에서 하룻밤을 보냈기 때문인지, 코맹맹이 소리가 났다.

“그래서 여기서 웃음거리가 되겠다는 거야?”

심우리는 아래입술을 깨물었다. 한참이 지나 그녀는 고개를 들어 재혁의 차가운 눈빛을 당당히 마주하며 말했다.

“웃음거리가 되기 싫으면, 안에서 자게 해줘요.”

“너...”

황보재혁은 말문이 막혔다. 감히 이렇게 당당하다니.

우리는 굳은 눈빛으로 그와 눈을 맞췄다. 어젯밤보다도 얼굴은 더 하얗고, 병이 난 것처럼 보였다. 이런 그녀의 모습을 보자 황보재혁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약해졌고, 콧방귀를 뀌며 차갑게 말했다.

“가자.”

윤성이 휠체어를 밀며 물었다.

“도련님, 그럼 심 아가씨는...”

황보재혁은 고개를 돌려 차갑게 말했다.

“문 앞에 서서 웃음거리가 되지 말라고.”

그들이 떠나자, 심우리는 품에 외투를 안고 천천히 일어섰다.

그가 방금 한 말의 의미는... 방에 들어가도 된다는 뜻일까?

맞든 아니든, 그는 이미 떠났고 심우리는 '에라 모르겠다'며 방 안으로 들어가 먼저 씻기로 했다.

양치질을 하던 중 우리는 갑자기 메스꺼움을 느꼈다. 세면대를 붙잡고 헛구역질을 몇 번 한 후에야 간신히 이를 닦을 수 있었다.

입을 헹군 후, 추위를 느낀 그녀는 뜨거운 물로 샤워를 했다.

하지만 씻고 나왔음에도 여전히 으슬으슬 추웠다. 목소리는 쉬었고, 머리도 무겁고 어지러웠다.

고민 끝에 그녀는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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