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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나 파혼할래

유미미는 넋이 나간 채로 안별을 한참 동안 지켜보았다.

그녀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체 어디서부터 일이 꼬였던 걸까?

이 시각, 차 안에서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벨소리는 계속 울리며 끊이지 않았다.

“별별, 네 남친한테 전화 왔어!”

듣다 못한 유미미가 소리치며 알려줬다.

"어떻게 윤태성한테 해명하는지 보겠어."

안별은 잠시 눈을 내리깔았다.

그녀는 온몸의 근육 하나하나에 힘을 줘가며 억지로 감정을 누르고, 최고로 억제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태성아.”

“오늘 즐거웠어?” 윤태성의 따뜻한 목소리가 전해졌다.

안별은 그 아이러니한 상황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며칠 후, 윤태성은 꽤 영향력 있는 ‘우수 청년’으로 선정된다. 그래서 그녀는 그를 위해 꼭 성공하길 기원하고자 일부러 그곳에 가기로 결심했다.

예전의 안별은 무엇이든 윤태성이 최우선이었다.

분명 그녀에게는 정상에 오를 충분한 실력이 있었지만, 윤태성이라는 남자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했던 그녀였다.

"별아?" 그의 목소리가 조금 더 부드러워졌다.

“응. 그럭저럭.” 안별의 말투는 맹물처럼 담담했다.

“오늘 가서 너의 사업운을 빌었어.”

“빨리 이쁜 아기가 생기게 해달라고 빌지 않았어?” 윤태성이 농담을 던졌다.

빌었다.

그렇지만 지금 앞에 보이는 축복의 말들을 듣고 있자니, 마치 똥파리를 한 움큼 삼킨 것처럼 구역질이 나고 메스꺼웠다.

죽음의 마지막 순간에야 그녀는 알게 되었다. 왜 결혼 10년 동안 임신을 하지 못했는지.

그것은 단지 윤태성이 일상처럼 그녀의 음식에 피임약을 몰래 탔기 때문이었다.

더 웃긴 건, 그녀는 이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윤씨 집안으로부터 끝도 없는 오해와 눈치, 수모를 겪어야 했다는 점이었다.

“왜? 많이 피곤해?” 윤태성이 그녀의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는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오늘 아침 일찍 미미랑 산에 다녀왔더니 확실히 좀 피곤하네. 지금 운전해서 돌아가는 길이야.”

“내가 갑자기 일이 생겨서 미안해. 내가 같이 갔어야 했는데. 그럼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 텐데.” 그의 목소리에는 자책이 가득 담겨 있었다.

안별은 그가 하는 말을 들으며 자조적인 웃음을 짓는 자신을 보며, 그 모습조차 그에게 아까워진 기분이었다.

예전의 그녀는 그가 정말로 바쁜 줄 알았다.

바쁘긴 뭐가 바빴겠어. 다른 여자와 침대에서 뒹굴느라 바빴겠지!

“운전 조심히 해.” 윤태성이 당부했다.

안별은 그 말에 아무런 반응 없이 바로 전화를 끊었다.

유미미는 옆에서 안별의 냉담한 모습을 보며, 목구멍까지 차올랐던 말을 도로 삼켰다.

유미미는 이 시각, 안별이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한 것 같다고 느꼈다.

엄청나게 낯선 사람으로.

그렇지만 한잠 자고 나면 내일은 원래의 안별로 돌아올 거라고 믿었다.

유미미는 안별의 얼굴을 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차량은 시내로 들어서며 안별은 먼저 유미미를 유씨 별장으로 데려다 주었다.

“미미야.” 안별이 갑자기 그녀를 불러세웠다.

유미미가 고개를 돌리자 안별의 조금은... 특이한 눈빛이 보였다.

안별은 단지 확인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녀가 살아 있다는 것.

유미미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

안별의 시선이 유미미에게 닿자, 그녀는 등골까지 서늘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너 오늘 왜 그래? 청진산이 음기가 강해서 풍수가 괴이하다고 했잖아. 설마 뭐에 씌인 거 아냐?!”

유미미는 여전히 엉뚱하고 단순한 성격이었다.

그렇게 하늘이 갈라질 정도로 끔찍한 일들이 아직 유미미에게는 닥치지 않았다.

안별은 웃었다.

이건 환생 후 처음으로 진심을 담은 웃음이었다.

“다행이다. 너 아직 죽지 않고 살아 있어서 진짜... 진짜 다행이다.”

“맞네! 너 진짜 정상 아니었어?” 유미미는 어이가 없었다.

“우리 아빠가 그랬거든, 나 같은 골칫덩어리는 천 년을 산다고. 그러니까 고작 그깟 교통사고로 죽을 유미미가 아니지!”

과거의 안별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이렇게 맹랑하고 자유로운 영혼인 유미미가 그렇게 쉽게 죽을 리가 없다고.

어떤 방식으로든, 그건 절대 자살일 수 없다고.

하지만...

현실은, 유미미가 28층에서 뛰어내렸다는 것이었다.

추락 후 유미미의 모습은 차마 두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했다.

그렇게 유미미의 죽음은 안별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아픔과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래서 다행이었다.

그녀가 다시 돌아온 지금,

모든 것이,

아직 늦지 않았다.

어떠한 일도 발생하지 않았고, 어떠한 방식으로 복수를 해도,

늦지 않았다!

안별은 자신의 감정을 추스리고 화제를 돌렸다.

“오늘 일은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안 돼.”

“무슨 일?”

“도주원과의 약속.”

유미미는 왜 그런 소리를 하냐는 듯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내가 그따위 소리를 왜 해? 어차피 내일이면 너 정상으로 돌아올 거잖아.”

내일이면, 그녀는 더 결연해질 것이다.

“나 갈게.”

“운전 조심히 해.” 유미미는 여전히 시름이 가시지 않은 듯 말했다.

안별은 고개를 끄덕이며 안전하게 운전해 집으로 돌아왔다.

10년 전, 안씨 별장으로.

익숙하면서도 낯선 곳이었다.

안별의 마음속에서는 수많은 감정들이 억제할 수 없을 만큼 용솟음쳤다.

거실에 들어서자, 부모님을 보는 순간 두 눈은 금세 빨개지고 떨렸다.

전생에 그녀가 사람을 잘못 만나지만 않았더라면, 부모님은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 음모로 얽힌 교통사고에서, 부모님은 이미 피로 범벅이 된 몸으로 그녀를 지키기 위해 모든 힘을 다 쏟았고, 그 덕분에 안별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장면들, 뼈저리게 아픈 기억들, 그녀는 그것만 떠올려도 너무 괴롭고 심장이 찢겨나갈 것 같았다.

다시는 그런 일들을 겪고 싶지 않다!

“별아, 청진산에 가서 기원하러 간다고 하지 않았어? 빨리 돌아왔네?”

안별의 어머니, 여민정이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눈가에 습기가 가득 찬 안별은 입가에 억지 웃음을 띄우며 그들에게 걸어갔다.

지금부터.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한다.

앞으로 이 안별만이 윤태성을 무너뜨리고 윤씨의 모든 것을 파멸시킬 수 있다.

그 누구도 안씨의 털끝 하나도 건드릴 수 없게 할 것이다!

지금부터 내 가족은 내가 지킨다!

“어머, 눈이 왜 이렇게 빨개?” 여민정이 안별에게 다가가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눈이 좀 말라서 비볐더니 그런 것 같아요.”

“방금 윤가에서 전화가 왔는데, 우리랑 너희들의 결혼 준비에 대해 논의하고 싶다고 하네...” 여민정이 말했다.

안별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가 천천히 내쉬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엄마, 나 윤태성이랑 파혼할 거예요.”

“뭐?” 여민정의 얼굴에는 믿기 힘든 표정이 떠올랐다.

여민정 옆에 앉아 있던 안수철, 안별의 아버지도 신문에서 시선을 돌리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태성이랑 싸운 거냐?”

“윤태성은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나랑 결혼하는 게 우리 집 재산을 노리고, 우리 집을 자기네 세가로 만드는 발판으로 삼으려는 거예요.”

안별은 부모님이 믿지 못하는 기색을 보이자, 더욱 강하게 말을 이어갔다.

“지금은 제가 이 말이 진짜라는 걸 증명할 증거가 없지만, 제발 시간을 주세요. 꼭 믿게 만들어드릴게요!”

안수철과 여민정은 딸이 이렇게 단호하게 나서는 모습을 보고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어릴 때부터 안별은 한 번도 말썽을 피우지 않았고, 부모님을 걱정시킨 적이 없었다.

할아버지는 그녀가 어렸을 때 혼사를 미리 정해주었었다.

안별은 그 결혼에 대해 싫어하지 않았고, 사실 윤태성 외에는 그 어떤 남자도 친구로 두지 않았으며, 일편단심으로 윤태성만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사이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나빴던 적은 없었고, 그래서 부모님은 그녀가 갑자기 이런 결정을 내릴 이유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안별도 그들이 의심하는 시선을 느꼈다.

“아빠, 난 한 번도 엄마 아빠를 난처하게 만든 적 없잖아요. 두 집안의 결혼이 우리에게 많은 이점을 가져다준다는 것도 잘 알아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결정을 바꿀 생각이 없어요.”

“너는 내 딸이니까 당연히 믿는다.”

안수철은 안별의 단호한 말에 잠시 멈칫했지만, 결국 그녀의 말을 따라야 했다.

“하지만 너네가 파혼하면 두 집안 모두에게 이로울 게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우리 집안에 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야. 그러면 안씨 가문이 한성에서 어떻게 살아남겠니?”안수철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화가 치밀어 올라 말을 이어갔다.

“그럴 리 없어요.

안별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파혼을 하면, 그 뒷일은 전부 윤씨 집안이 감당할 거예요.”

안수철은 순간적으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사실, 딸이 이렇게 강하게 나오는 걸 보고 조금 당황했다. 그동안 유순하고 조용했던 딸이 이렇게 단호한 모습을 보일 줄이야.

“다음 달 결혼식, 윤씨 집안은 파국을 맞이하게 될 거예요. 그건 확실합니다!”

안별은 단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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