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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아빠, 시현이에요."

새벽 세 시, 다른 나라에 있는 아버지 저택으로 전화를 걸었을 때 아버지의 목소리는 깊은 잠결에 잠겨 있었다.

"시현아? 얘야, 거긴 한밤중이잖니. 무슨 일이야?"

"윤재하가 2년 동안 바람을 피웠어요. 그리고… 아빠가 그의 회사에서 투자금을 즉시 회수해주셨으면 해요."

침묵이 길게 흘렀다.

아버지가 지금 막 내가 던진 말을 계산하고 있었다.

"증거는 얼마나 모았니?"

그래서 내가 가장 먼저 아버지에게 연락한 거였다.

아버지는 감정적인 부모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차갑게 판단하는 비즈니스맨이었다.

"메시지 2만 7천 개, 사진들, 호텔과 선물 기록, 레스토랑 영수증까지요. 전부 다요."

"좋다. 아침 첫 일정으로 변호사들에게 철수 절차를 시작하게 하마. 법률 비용으로 얼마나 필요하니?"

순간, 그 초기 투자를 받기 위해 견뎠던 굴욕이 떠올랐다.

아버지의 사무실에서 새엄마가 "나쁜 아이디어에 좋은 돈을 버린다"고 비웃던 얼굴,

의붓오빠가 윤재하를 두고 "사업 감각 없는 예쁜 기생 오라비"라고 코웃음 치던 목소리,

그리고 그들의 경멸을 참아내며 남편의 꿈을 붙들었던 내 모습까지.

"아직 돈은 필요 없어요. 그를 파괴하는 게 먼저예요."

"그렇게 하마. 집으로 와, 시현아. 리나도 데리고 와. 이 싸움, 너 혼자 할 필요 없어."

다음 날 아침.

리나를 학교 앞에 내려주면서, 마음은 산산이 부서지는데도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난 윤재하의 사무실 건물 맞은편에 차를 세우고 기다렸다.

23분 후, 처음으로 둘을 함께 보았다.

윤재하는 빨간 드레스를 입은 작은 여자의 BMW 문을 열어주고 있었다.

아마 내가 한 달 식비에 쓰는 돈보다 더 비쌀 것 같은 차.

그녀가 차에 타자, 그의 손은 자연스럽고도 소유욕 있게 그녀의 허리 아래를 스쳤다.

그래, 저 여자가 서아린이었다.

나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차를 뒤따랐다.

심장은 분노와 결의가 뒤섞여 거칠게 뛰었다.

그들은 내가 프리랜서 작가 수입으로는 절대 감당할 수 없는 고급 주택가로 향했다.

집은 완벽했다.

현대적인 구조,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창, 분명 우리 가족의 미래에 들어갔어야 했을 자금으로 지은 집.

망원 렌즈를 들자, 마치 무대 위의 배우들처럼 거대한 창문 속에서 둘이 움직이는 게 보였다.

그녀는 란제리를 입고 있었다.

드레스 색과 똑같은 빨간 레이스.

그 집, 우리 꿈이 담겨 있었어야 할 그 공간을 마치 자기 집인 양 돌아다녔다.

윤재하는 그녀의 목에 입을 맞췄고, 그녀는 크리스털 잔에 비싼 와인을 따랐다.

찰칵.

찰칵.

찰칵.

카메라에 담긴 사진 하나하나가 윤재하의 관에 박히는 또 하나의 못 같았다.

집에 돌아왔을 때, 윤재하는 부엌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 눈물바람과 애원, 혹은 분노를 예상했을 것이다.

"이혼 조건을 논의해야 할 것 같아."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내가 먼저 말했다.

내 목소리는 놀라울 만큼 흔들림 없었다.

"합리적으로 이야기하니까 다행이야, 시현아."

"이혼에는 동의해. 하지만 다음 주 리나 생일 파티 이후로 미뤄줘."

그의 얼굴에 안도감이 스쳤다.

이미 그 머릿속에는 서아린과의 새로운 미래가 그려지고 있었겠지.

"좋아. 그 기간 동안 리나에게는 최대한 안정적으로 해줘야지."

"재정 문제들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

그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내가 이사 갈 집을 알아보거나, 양육비 계산을 하려는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조금이라도 알았더라면...

내가 준비하려는 건… 그가 세운 초라한 새로운 삶의 모든 기반을 완벽하게 무너뜨리는 작업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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