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윤재하의 친구 오상민의 생일 파티가 레인보우 클럽에서 열렸다. 7년 전, 윤재하와 내가 결혼 피로연을 올렸던 바로 그 우아한 연회장이었다.
한때 서로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약속하며 윤재하와 내가 노래에 맞춰 춤을 췄던 그 공간에서, 그는 이제 자신의 정부 서아린을 자랑스럽게 데리고 다니는 모습을 보이며 활보하고 있었다. 그 아이러니를 느끼지 않는 것은 불가능했다.
옆에 서 있던 차지원이 낮게 속삭였다.
"예쁜 건 인정할게."
그녀의 목소리엔 겨우 참고 있는 혐오가 묻어 있었다.
서아린은 솔직히 놀라울 만큼 예뻤다. 찰랑이는 머리, 연습된 미소를 지으며 윤재하가 마치 자기가 획득한 어떤 '상품'이라도 되는 양 동료들에게 소개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재하야, 오늘 밤 참 행복해 보이네." 오상민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말투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실려 있었다. "하지만 이 길을 정말 택할 거야? 시현이는 너에게 변함없이 충실했던 좋은 아내였잖아."
"시현이랑 나는 몇 년 동안 진짜 열정이 없었어." 윤재하의 목소리는 본인 의도보다 더 크게, 대리석 바닥을 타고 멀리 울려 퍼졌다. "때로는 편안한 일상보다 진짜 행복을 선택해야 할 때가 있잖아."
오상민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결혼은 끊임없는 열정의 문제가 아니야. 동반자로서 함께 뭔가 의미 있는 걸 만들어가는 거지. 너희 둘은 이미 충분히 아름다운 삶을 만들었잖아."
"난 이제 새로운 걸 만들었어. 진짜로 나를 만족시키는 걸."
차지원은 그의 위선적인 말에 더 이상 참고 있을 수 없었다. 그녀는 손질한 손에 샴페인 잔 두 개를 들고 서아린에게 성큼 다가갔다.
"서아린 씨 맞죠? 보통 새로 온 사람이면 생일 주인공에게 먼저 건배 인사하는 게 예의일 텐데요."
서아린의 연습된 미소가 잠시 흔들렸다.
"어… 저는 술을 잘 못 마셔서요—"
"그래도 기본적인 사교 예절은 아시잖아요?" 차지원의 목소리는 독을 머금은 꿀처럼 달콤했다. "결국 남의 남편을 빌려 쓰고 계시다면, 최소한 우리가 지키는 사회적 품위 정도는 따라야 하지 않을까요."
근처의 모든 대화가 순식간에 멎었다.
"지원 씨." 윤재하가 앞으로 나서며 경고 섞인 목소리를 냈다.
"제 말은요, 현 위치상 그런… 도덕적 유연성을 요구받는다는 걸 고려하면, 최소한 그 정도는 하셔도 되지 않겠냐는 거죠."
서아린의 얼굴이 빗속에서 젖어가는 종이인형처럼 구겨졌다.
"저는… 죄송해요… 먼저 가볼게요…"
그녀는 완벽하게 다듬어놓은 화장이 무너져내리는 것도 개의치 못한 채 군중을 비집고 출구로 달려갔다. 막장 드라마의 비극 여주인공처럼.
윤재하는 단 1초도 머뭇이지 않았다. 그는 친구들과 명예와 체면 모두를 뒤로한 채, 밤거리로 그녀를 쫓아나갔다.
"아린아, 기다려! 제발 가지 마!"
사람들은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진 큰 창가로 몰려 내려다보았다.
주차장에서 윤재하가 그녀를 붙잡아 끌어안고, 마치 깨지기 쉬운 유리 인형이라도 되는 듯 조심스레 달래며 눈물을 닦아주는 장면이 그대로 보였다.
한때는 나를 위해 아껴두었던 그 다정함을, 고스란히 서아린에게 쏟아붓는 모습을.
"뭐." 오상민이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중얼거렸다. "이제 그의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지 다들 정확히 알겠네."
정말 그랬다. 그리고 그 우선순위는 곧, 그가 지금까지 중요하게 여겼던 거의 모든 것을 잃게 만들 터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