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빗방울이 총알처럼 창문을 두드렸다. 떨어지는 한 방울 한 방울마다, 내 마음속에서 소용돌이치던 혼란이 메아리처럼 울렸다.
나는 단 한숨도 자지 못한 채, 윤재하가 서재로 숨어든 그 순간부터 거실 안락의자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새벽 두 시.
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폭풍 속을 가르며 울려 퍼지는 그 벨소리를 듣자마자, 그는 받기도 전에 누군지 정확히 알았다.
"아린아? 괜찮아, 자기야?"
윤재하의 목소리는 놀라울 만큼 부드럽고 다정했다.
몇 달, 아니 어쩌면 몇 년 동안 나에게는 들려준 적 없던 말투였다.
나는 맨발로 원목 바닥을 조용히 딛고 서재 문 앞으로 다가갔다.
"걱정하지 마, 자기야. 지금 갈게."
자기야.
그가 그녀를 그렇게 불렀다.
"아니야, 전화한 거 사과하지 마. 너라면… 뭐든 할 수 있잖아, 내가."
통화가 끝났고, 서재 안에서 덜컹거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열쇠, 지갑, 그리고 아마도 특별한 날에만 뿌리던 그 향수.
그는 그녀에게 가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건 내 기회였다.
그리고 나는 절대 놓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의 차가 멀어져가는 소리가 들리자, 나는 곧바로 서재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손이 떨렸지만, 컴퓨터 비밀번호 입력란에 리나의 생일을 입력했다.
화면은 단번에 열렸다.
메시지 27,432개.
손끝이 얼어붙은 듯 떨렸고, 나는 채팅창을 열었다.
각각의 메시지가 심장을 정확히 꿰뚫는 단검이었다.
"오늘 밤 처음으로 요리해봤어. 엉망이면 어떡하지? 너무 긴장돼!"
"넌 이미 완벽해, 아린아. 넌 아무것도 바꿀 필요 없어."
날짜는 우리 결혼기념일.
빌어먹을 7주년 결혼기념일이었다.
"오늘 오후 괜찮아? 너무 거칠게 한 건 아닌지… 걱정돼."
"너무 좋았어. 조금 아프긴 한데.. 당신은 부인한테 집에 돌아가면… 오늘 밤 생각해?"
"그런 말 하지 마. 우리는… 우리가 나누는 게 있잖아."
나는 계속 스크롤했다.
내 목구멍으로 쓰디쓴 담즙이 치밀어 올랐다.
각 메시지는 그의 배신의 깊이를, 이중생활의 정교한 구조를 또렷하게 보여줬다.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지, 맞지?"
"시현이? 절대. 리나랑 글쓰기 하느라 바빠서 눈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몰라."
우리 딸과 그의 꿈을 위해 내 커리어를 잠시 접어두고 살았던 나를,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USB 드라이브를 꽂았다.
떨리는 손으로 모든 걸 복사하기 시작했다.
사진, 메시지, 파일, 그가 우리 결혼을 서서히 파괴하면서 쌓아 올린 증거의 조각들 전부.
시간은 정확히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우리 결혼을 "구했다"는 출장.
윤재하가 "그 어느 때보다 헌신적"이라며, "당신이 받을 자격이 있는 남편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던 바로 그 출장.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이었다.
그가 내게 건넸던 모든 문장, 모든 미소, 모든 다정함은 계산된 기만이었다.
파일 복사가 끝나고, 나는 가죽 의자에 천천히 앉았다.
컴퓨터 화면 한가득 빛나는 건… 완전히 무너진 내 결혼의 증거였다.
하지만 증거는 곧 힘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닥칠 모든 일을 견디고 맞서려면, 나는 그 힘이 필요했다.
왜냐하면 윤재하는 방금, 자기 인생에서 가장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고 그는 아직 그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