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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마지막으로 오빠를 만나러 온 것 뿐이에요

“왜 멍하니 서 있어? 아직도 망신 덜 당한 거야?”

오빠의 차가운 시선에 나는 몸서리를 쳤다.

그는 온몸에서 한기를 풍기며 방 안의 온도까지 떨어뜨려버렸다.

그 누구도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다.

오빠가 나를 싫어하고 미워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수모를 당하게 할 줄은 몰랐다.

“오빠……오빠 보러 온 것 뿐이에요……”

나는 마지막 미련을 놓지 못하고 어렵게 말을 꺼냈다.

“하지만 나는 너를 보고 싶지 않아.”

오빠는 아무런 감정도 없이 대답했다.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로 머릿속이 하얘졌다. 모든 장기가 뒤섞이고 비틀리며 숨 막히는 통증이 밀려왔다.

룸 안의 사람들은 이상한 눈길로 나를 쳐다보며 수군대기 시작했다.

“윤서아의 부모님이 윤서아 때문에 돌아가셨대. 그래서 윤서아랑 윤하준의 사이가 틀어진 거지.”

“진짜? 나는 윤이슬이 윤하준의 친동생인 줄 알았어.”

“그럼 윤하준이 윤서아를 싫어하는 게 당연하네. 윤서아, 고등학교 때부터 문제아였잖아.”

그들의 수군대는 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리며 내 위가 또다시 경련을 일으키키 시작했다.

오빠의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냉기가 더 강해졌다. 그는 다짜고짜 나를 밖으로 끌고 나갔다.

먹구름이 짙게 깔린 거리에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었다.

오빠는 계단 위에 서서 나를 힘껏 밖으로 밀쳤다.

이미 많이 쇠약해진 나는 그의 힘에 저항할 여력도 없었다.

그대로 뒤로 넘어지던 순간, 나는 잠깐이었지만 오빠의 걱정스런 눈빛을 보았다.

잘못 본 걸까? 나는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대로 빗속에서 넘어졌다.

굵은 빗줄기가 내 몸을 쉴 새 없이 내리쳤고, 머리카닥은 눈물과 빗물에 뒤섞여 얼굴에 어지럽게 달라붙었다. 이미 심하게 여윈 몸은 이 순간 더 초췌하고 초라해 보였다.

오빠는 계단에서 이런 나를 내려다보며 매몰차게 말했다.

“다들 기쁘게 모인 자리에서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너 때문에 분위기가 얼마나 어수선해졌는지 알아? 이제 만족해?”

나는 힘겹게 바닥에서 일어나 떨리는 손으로 오빠 앞에 서류봉투를 내밀었다.

“일부러 방해하려고 온 게 아니예요. 그냥 마지막으로 오빠를 만나러 온 것 뿐이에요. 받아요. 오빠가 보면 꼭 좋아할 거예요.”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지만, 나는 애써 웃으며 그에게 봉투를 건넸다.

오빠, 드디어 오빠 소원이 이루어졌어요.

오빠는 굳은 표정으로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끝내 내 손에 있는 봉투를 받으려고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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