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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이 모든 게 구태우의 뜻이었다

"풉! 그럼 우리 천진주 아가씨, 앞으로 이곳에서 즐거운 교도소 생활하시길 바라요~" 구태우는 그녀의 턱을 놓아주며, 가볍게 손을 흔들고는 유유히 걸어갔다. 그가 떠나는 모습에 천진주는 온몸이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분명 구태우는 복수하고 있는 것이었다.

여자 교도소는 결코 평화로운 곳이 아니었다. 첫날 밤, 천진주는 잠에서 깨어나기도 전에 갑자기 누군가에게 끌려나왔다.

"너희들... 뭐 하려는 거야?"

천진주는 자신을 둘러싼 무리들을 경계하며 외쳤다. 수감자들의 표정은 나쁜 의도를 감추지 않고 있었다.

"건들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교도관을 부를 거야!"

하지만 그녀의 외침은 오히려 조롱거리였다. 주위의 수감자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폭소를 터뜨렸다.

그들 중 한 명, 이른바 ‘큰 언니'라는 여자가 천진주의 얼굴 가까이 다가오더니 손가락으로 그녀의 얼굴을 툭 찔렀다.

"뭐라고? 교도관을 부른다고?"

큰 언니는 비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잘못 들은 건 아니지? 교도관을 부르겠다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천진주의 얼굴에 묵직한 손길이 날아왔다.

“짜악!”

따귀 소리가 감방 안에 크게 울려 퍼졌다.

"교도관? 한번 불러보라고!"

천진주는 뺨을 맞고 비틀거리며 벽에 기대 간신히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예상치 못한 용기를 발휘했다. 순간적으로 손을 뻗어 큰 언니의 뺨을 있는 힘껏 때린 것이다.

"퍽!"

그 소리와 함께 감방 안은 잠시 정적에 휩싸였다. 아무도 이 작은 여자가 감히 반항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큰 언니는 뺨을 맞은 충격에 눈을 부릅뜨며 화를 냈다.

"이 씨발 년이 감히..."

분노에 찬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며 소리쳤다.

"얘들아, 이 더러운 년을 혼내줘야겠어!"

그리고 섬뜩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태우님이 말했거든. 이 년이 죽지 않는 한 고.이. 모셔주라고 했다고..."

그 순간 천진주는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구태우! 구태우! 구태우!!’

이 모든 것은 구태우의 지시였다는 사실이 머리를 스쳤다. 그녀의 손과 발은 부들부들 떨렸고, 심장은 차갑게 얼어붙었다.

소란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교도관은 나타나지 않았다. 천진주는 자신을 둘러싼 무리들을 두려워하며 감방 문 쪽으로 달려갔다. 철창을 붙잡고 필사적으로 외쳤다.

"여기요! 누구 없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하지만 그 누구도 응답하지 않았다. 천진주는 교도관이 오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절망 속에서 애원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이제 구태우가 자신을 이렇게까지 가혹하게 대할 것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고 있었다.

"아…!"

누군가가 천진주의 머리카락을 잡아채며 그녀를 거칠게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비틀거리며 쓰러진 천진주는 이토록 비참한 순간을 겪은 적이 없었다.

다음 순간, 그녀는 머리채를 다시 잡아당겨지며 무자비한 주먹과 발길질을 맞았다. 천진주는 바닥에 쓰러지며 절규했다.

“으아악!”

그러나 곧 그녀는 더 이상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주먹과 발길질이 계속해서 몸을 덮쳤지만, 그녀는 저항하기를 멈췄다. 대신 귀가에 맴도는 수감자들의 웃음소리만이 점점 더 선명해졌다.

천진주는 더 이상 구태우의 배려를 기대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의 복수에 대해 믿고 싶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가 이 모든 일을 계획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녀는 고통에 몸부림치며도, 아직 마음속에 남아 있던 희망의 조각 때문에 도움을 요청했었다. 하지만 그 희망마저 점점 사라져 가고 있었다.

지친 수감자들이 하나둘씩 그녀를 내버려 두고 침대로 돌아갔다. 천진주는 바닥에 드러누워 고통스러운 몸을 부여잡고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눈물이 흐르지만, 더 이상 소리 내어 울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녀는 이렇게까지 비참한 적이 없었다. 오로지 사랑해서는 안 될 남자, 구태우를 사랑한 죄로 이 모든 고통을 겪고 있을 뿐이었다.

‘왜 하지아에게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구태우의 분노와 미움이 나에게 쏟아져야 하는 걸까?’

하지아가 죽은 후, 천진주는 “나는 지아를 해치지 않았어”라고 필사적으로 해명했었다.

하지만 누구도 그녀를 믿지 않았다.

그녀는 끝까지 주장했다. 술집 '다크'에 가자고 한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하지아였다고.호기심에 먼저 제안한것도 하지아였고, 그날 차가 고장 나 도착이 늦어졌을 뿐, 그녀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사건이 벌어진 후였다는 것을. 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사람들은 오히려 천진주를 비난했다. 예의 바르고 소심한 하지아가 어찌 난잡한 술집에 가자고 했겠냐며, 그녀가 하지아를 의도적으로 ‘다크’로 유인해 범죄를 계획했다는 말이 떠돌았다.심지어 천진주가 양아치들을 고용해 하지아를 함정에 빠뜨렸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그러나 천진주는 그럴 이유가 없었다. 하지아는 항상 구태우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 말했었고, 만약 하지아가 구태우와 진지하게 만나고 있었다면 그녀는 그들을 응원할 마음이 있었다. 그저 오랜 친구였던 하지아를 지키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천진주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았다. 그들은 그녀를 나쁜 짓만 일삼는 못된 여자라고 여겼다. 사건이 벌어지기 전, 범죄자들이 사라진 것도,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 수 없는 것도 그녀의 탓으로 돌렸다. 대한국은 너무 커서 깊은 숲속 어디엔가 숨어 있을지 누가 알겠느냐며 말이다. 천진주는 누구보다도 진범이 잡히길 바랐다. 그녀는 결백했고, 억울하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구태우가 그녀를 유죄로 생각하는 순간, 그 확신은 산산이 부서졌다. 구태우의 눈에는 그녀가 범인일 뿐이었고, 그녀의 운명은 이미 정해진 것처럼 보였다. 천진주는 이제 그가 자신에게 가한 벌을 똑똑히 깨달았다. 오늘 이 모든 것은 구태우가 만들어낸, 그의 '뜻'이었다.

앞으로의 감옥 생활 속에서, 수없이 많은 구태우의 '뜻'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천씨 가문도, 학력도, 기록도 없는 상태에서 감옥에 갇혀버린 그녀에게 구태우는 그녀의 존재를 지워버렸다. 오늘날의 천진주는 단지 '926'이라는 숫자만을 가진 범죄자일 뿐이었다.

모든 걸 깨달은 천진주는 무릎을 껴안고 몸을 웅크렸다. 구태우는 그녀의 삶을, 그녀의 흔적을 완전히 지워버렸다.

이른 아침, 감방의 한 수감자가 천진주를 거칠게 밀치며 말했다.

"야, 일어나. 화장실 좀 가서 씻어."

그러나 천진주는 미동도 하지 않았고, 그 수감자는 갑자기 겁에 질려 외쳤다.

"사람 죽었어!"

옆에 있던 건장한 수감자가 다급히 달려와 천진주의 코 밑에 손을 대더니, 미약한 호흡을 감지하고 말했다.

"조용히 해! 아직 살아 있어. 얼른 교도관을 불러!"

천진주는 운이 좋게도 목숨을 건졌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운'인지는 알 수 없었다. 계속될 굴욕과 어둠 속에서, 그녀는 점점 미쳐가고 있었다. 고문과 괴롭힘은 그녀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바꿔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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