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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아마 이도현은 평생 날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방 안에는 두 사람뿐이었다.

이도현의 시선이 방 안을 빠르게 훑다가, 마침내 자신의 딸에게 멈췄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소녀는 강희진이 아무 말 없이 갑자기 떠난 것에 서운함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아빠를 마주한 순간 두려움을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화가 난 듯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이도현의 눈빛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아가씨, 괜찮으세요?”

부녀 사이에 아무 말도 오가지 않자, 비서인 노현우가 나섰다.

소녀는 그를 힐끗 쳐다보더니, 뾰로통한 얼굴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완전히 무시당한 셈이었다.

노현우는 조심스럽게 소녀를 살펴보고, 다친 곳 없이 무사한 것을 확인하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도현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도현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소녀 옆에 앉아 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이 닿자, 서민주의 마음이 순간 바짝 조여들었다. 손바닥을 무릎 위에 꾹 눌러 간신히 표정을 정리하며 당황하지 않으려 애썼다.

“강희진은 어디 있지?”

이도현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을 천천히 훑으며 정면으로 다가왔다. 그 순간, 서민주의 표정이 약간 일그러졌다.

그가… 희진이를 알아본 거야?

놀람과 함께 안도감도 들었다. 희진이가 제때 도망가서 다행이야.

지금 이 남자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감은,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 만큼 강렬했다.

만약 강희진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상황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을 것이다.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네요. 당신들은… 누구시죠? 들어올 때 왜 노크도 안 하셨고요?”

서민주는 마음을 다잡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기하며 소녀를 품에 안고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이도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냉정하게 말했다.

“당신이 안고 있는 아이는 내 딸이고, 방금 당신이 전화해서 나를 여기로 부른 겁니까?”

서민주는 잠깐 당황했지만 곧 기세를 다잡고 맞받아쳤다.

“네 맞아요.”

이도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뚫어지게 노려보다, 시선을 천천히 방 안 구석구석으로 옮겼다.

앞에 있는 이 여자의 목소리는 전화에서 들었던 그것과 상당히 흡사했다.

하지만… 그가 속을 리 없었다.

게다가 방 안 분위기도 이상했다. 모든 게 급하게 꾸며진 듯 어딘가 어색했다.

테이블 위엔 분명 두 사람 분량의 식기만 놓여 있었지만, 옆의 세 자리는 미세하게 앞으로 당겨져 있었다.

취선루의 직원들이 이 정도 실수를 할 리 없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자리를 되돌린 게 분명했다.

그리고 식탁 위에 올라온 음식의 양도, 여성 한 명과 아이 한 명이 주문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도현의 시선은 방 안을 천천히 훑은 뒤, 다시 서민주에게로 돌아왔다.

그 눈과 마주치자, 서민주의 손끝이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이유 모를 불안감이 가슴을 짓눌렀다.

그다음 순간, 이도현이 조용히 고개를 돌려 비서에게 손을 내밀었다.

노현우가 휴대폰을 건네주자, 이도현은 마디가 뚜렷한 손가락으로 화면을 두 번 스윽 문질렀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다시 서민주를 바라보았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강희진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녀가 떠나기 전, 서민주에게 조용히 맡겨둔 것이었다.

서민주는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에, 벨소리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떨리는 손끝을 다잡으며 고개를 숙여 발신자를 확인하는 척 몇 초를 버텼고, 겨우 표정을 정리한 뒤 휴대폰을 끄고는 태연한 얼굴로 이도현의 시선을 마주 보았다.

"아이 아버지 맞으시네요. 그럼 데려가세요."

말을 마친 서민주는 소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은 뒤, 아이를 조심스레 바닥에 내려놓고는 이도현 쪽으로 살짝 밀어 보냈다.

이도현은 눈썹을 살짝 들어올리며 식탁 쪽으로 두 걸음을 내디뎠다.

서민주는 그가 아이를 데리러 온 줄 알고 안도하려던 순간—

차가운 남자의 목소리가 귓가에 낮게 울렸다.

"아가씨, 식성이 대단하시네요. 어린 여자아이랑 둘이서 이 많은 음식을 주문하셨다니."

이도현은 마치 무심한 듯 식탁 가장자리에 멈춰 서서, 의미심장한 어조로 말했다.

서민주는 숨을 반쯤 내쉬었다가 그대로 다시 들이마셨다.

간신히 억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제 식성이 어떻든 신경 쓰실 필요는 없으실 텐데요? 음식이 많은 건…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서예요. 친구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을 뿐이죠."

이도현은 고개를 약간 기울이며 눈썹을 들어올렸다.

"그런데… 친구들이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먼저 음식을 드셨네요?"

그가 말을 마치자, 그의 시선이 테이블 위의 음식들—

누군가 먹은 흔적이 있는 접시들을 하나하나 훑었다.

서민주는 숨이 턱 막히는 듯한 느낌에 고개를 살짝 떨궜다.

한참을 침묵한 끝에 겨우 표정을 가다듬고 거리감 있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제가 약속한 친구들은 모두 아주 가까운 사이예요. 이 정도는 다들 이해해요."

하지만 그가 더 묻기 전에, 서민주는 미리 심호흡을 한 뒤 의도적으로 감정을 실었다.

"선생님, 제가 당신 딸을 우연히 발견해서… 친절하게 전화를 드렸고, 그 사이 식사도 대접해드렸어요. 그런데 지금 저한테 감사는커녕, 이렇게 범인 다루듯 심문을 하시네요? 제가… 도대체 뭐가 잘못됐다는 건가요?"

그녀의 말투에는 억울함과 불쾌함이 섞여 있었지만, 속마음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제발, 더 이상 묻지 말아 주세요.

조금만 더 물으면… 저 정말 실토할지도 몰라요.

이 남자의 기세를 누가 견딜 수 있겠냐고요…

한편, 주차장에서.

강희진은 양손에 하람이와 하진이의 손을 각각 꼭 잡은 채, 초조하게 시계를 몇 번이나 들여다보며 주변을 살폈다.

이도현의 성격을,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사소한 단서 하나만으로도 이상함을 눈치챌 남자.

민주가 얼마나 버텨줄 수 있을까…

만약 들키면… 정말 들통나면, 어떻게 되는 거지?

강희진은 계속해서 머릿속을 굴려봤지만, 도무지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 끝내,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대체… 뭘 그렇게 두려워하는 거지?

예전, 그에게 했던 일들 그 모든 걸 생각하면, 아마 이도현은 평생 자신을 다시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혹여 다시 마주치더라도, 그녀를 봤다는 사실만으로 기분이 더러워질 거다.

그런데 정작 마주치기도 전에, 자신이 먼저 겁을 먹고 도망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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