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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그가 널 알아봤을지도

네 사람은 곧장 빌라로 돌아왔다.

강희진과 두 꼬마는 여전히 배가 고팠고, 서민주가 포장해 온 음식을 남김없이 비웠다.

식사를 마친 뒤, 하람이와 하진이는 위층으로 올라가 목욕을 하러 갔다.

한동안 조용했던 거실, 서민주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친구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한 가지 이해 안 되는 게 있어. 너, 왜 그렇게 이도현을 피하는 거야? 합의 이혼한 거 아니었어? 지금 그를 왜 그렇게 두려워해? 그리고 말인데… 너, 대체 무슨 이유로 이혼했는지 나한테 단 한 번도 말한 적 없잖아. 몇 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 시선과 마주친 순간—

강희진은 본능적으로 눈을 내리깔았다.

한참을 망설이던 그녀는 결국, 과거의 일을 조심스럽게 입 밖으로 꺼냈다.

당시 상황을 조목조목 말하진 않았지만, 이도현에게 약을 먹이고, 몰래 그의 아이를 가진 그날의 일을 대략적으로 설명했다.

“강희진… 너, 미친...! 진짜 대담했구나!?”

서민주는 충격을 숨기지 못했다.

자신의 친구가 그런 일을 벌였다는 사실도, 그리고 오늘 이도현의 이름만 듣고도 도망치려 했던 이유도 이제야 제대로 이해됐다.

강희진은 쓰디쓴 표정으로 입술을 질끈 다물었다.

“…나는 그가 하람이와 하진이의 존재를 절대 알아선 안 된다고 생각해.

그날… 내가 약을 먹인 일도 아직까지 그가 날 원망할까 봐 무서워.

그 사람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으니까.

그가 가진 지위와 권력으로 나를 응징하는 건… 너무 쉬운 일이잖아.

내가 혼자였다면 이렇게까지 두렵지는 않았을 거야. 근데 지금은… 아이들이 있잖아.”

말을 마친 강희진은 자조적인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니, 어쩌면 내가 괜히 걱정하는 걸 수도 있지. 그는… 어쩌면 그 일, 전혀 신경도 안 쓸 수도 있어. 결국 나는, 그의 인생에서 그렇게 중요한 사람도 아니었으니까.”

“그건 네가 너무 단정 짓는 거야.”

서민주는 단호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내가 보기엔… 그 남자, 오늘 네 목소리를 알아챈 것 같았어.

식당에 막 들어오자마자 너 어딨냐고 물었거든. 그 표정이… 마치 너를 반드시 찾아내겠다는 사람이더라.”

그 말을 듣는 순간, 강희진의 얼굴이 멍해졌고,

가슴 어딘가가 뻐근하게 아려왔다.

그날 밤 이후…

그 남자에게 내가 남긴 건 결국, 깊은 원한뿐이겠지.

서민주는 친구가 눈을 피하며 괴로운 표정을 짓는 걸 보곤, 괜히 미안해져 어색하게 위로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 해명시는 생각보다 넓고, 너희 둘은 이제 아무 관계도 없잖아.

앞으로 마주칠 일… 아마 없을 거야.”

강희진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서민주의 말이 사실이기를 마음속으로 바랐다.

그때였다.

“엄마!”

천장에서 익숙한 두 꼬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강희진과 서민주는 깜짝 놀라 대화를 멈추고 동시에 계단을 올려다보았다.

하람이와 하진이는 이미 목욕을 마치고, 머리카락은 아직 축축했다.

하얗고 투명한 피부에는 습기가 맺혀 있었고, 두 아이는 똑같은 젖소 무늬 잠옷을 입고 계단을 사뿐히 내려오고 있었다.

아이들은 엄마와 이모 앞에 다가와,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뭐 얘기하고 있었어요?”

서민주는 두 아이의 귀여운 모습에 다른 생각은 다 잊은 채, 곧장 몸을 숙여 두 팔로 아이들을 와락 안았다.

“너희는 도대체 어쩜 이렇게 귀여운 거니! 이모랑 같이 살자~ 이모는 너희가 너무 좋아!”

하람이와 하진이는 그녀의 볼에 얼굴을 부비며 아무 말 없이 웃기만 했다.

그 모습을 본 강희진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피식 웃었다.

그리고 재빨리 두 아들을 친구의 마수(?)에서 구출해낸 뒤, 문득 생각난 일이 있었다.

“아, 깜빡할 뻔했네. 이번에 너무 급하게 귀국해서 당장 처리할 일도 많은데…

하람이랑 하진이를 계속 데리고 다닐 수는 없잖아.

이 근처에 괜찮은 유치원 있을까? 그리고… 가정부도 한 명 구해야 할 것 같아.”

두 아이는 엄마의 말을 듣고도 조용히 있었다.

그들의 지능으로는 굳이 유치원을 다닐 필요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엄마가 정말 바쁘다는 것도 알기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따라주기로 했다.

서민주는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들고 말했다.

“유치원이라면… 좋은 데 있어!”

강희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어디?”

“이 근처에 ‘귀족 유치원’이 하나 있는데, 꽤 괜찮아. 해명시에서도 유명한 곳이고, 교육 커리큘럼도 탄탄해. 여러 나라 언어도 배우고, 선생님들 실력도 정말 좋아. 무엇보다도 부유한 가정 아이들이 대부분이라, 괜히 괴롭힘 당할 일은 없을 거야.”

“오, 진짜?”

강희진은 눈을 반짝이며 곧장 대답했다.

“인터넷으로 좀 찾아볼게. 괜찮은 곳이면… 거기로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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