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또 그녀를 오해하다
임지연은 대답할 틈도 없이 그대로 최강민의 새 양복 위에 토해버렸고, 그는 즉시 얼굴을 찌푸렸다. 그녀는 속이 텅 빌 때까지, 위액만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토했고, 힘이 빠진 채로 차에 기대어 주저앉았다.
진이수가 서둘러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셋째 도련님, 제가 아가씨를 부축하겠습니다."
그러자 최강민은 외투를 벗으며 말했다.
"필요 없어."
그는 혐오스럽다는 듯 임지연을 바라보았지만, 결국 그녀를 안아 그대로 집 안으로 들어갔다.
임지연은 그의 품에 안긴 채 욕실로 옮겨졌고, 세면대에 걸터앉자마자 최강민은 그녀의 옷에 묻은 토사물을 닦으려 손을 뻗어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안 돼요! 안 돼요!"
임지연은 저항하며 그의 손을 밀쳐냈지만, 약해진 몸으로는 그를 이겨낼 수 없었다. 최강민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의 옷을 벗겼고, 어젯밤의 키스 마크 흔적들이 조명 아래 선명히 드러났다.
임지연은 수치심에 얼굴이 달아올랐고, 급히 손으로 몸을 가리려 했지만 곧 그의 손에 손목이 붙잡혔다. 그의 손바닥은 놀랍도록 뜨거웠다.
그녀가 고개를 들었을 때, 최강민의 깊어진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는 전혀 망설임 없이 그녀의 무릎을 밀어내며 다가섰고, 그녀는 본능적으로 몸을 떨었다. 온몸이 그를 거부하고 있었다.
최강민은 눈썹을 살짝 찌푸린 채 세면대에 놓인 수건을 집어 손을 닦았다. 그리고 무심한 말투로 말했다.
"방금 토한 여자한테는 관심 없어."
그 말을 듣고, 임지연은 안도의 숨을 내쉬려 했지만, 그 순간 그대로 힘이 풀려 최강민의 품에 쓰러졌다.
최강민은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이마엔 식은땀이 맺혀 있었고, 그녀는 너무도 약해 보였다.
"위가 아직도 아파?"
임지연은 고개를 끄덕였고, 대답할 힘조차 없었다. 그러자 그는 낮고 깊은 목소리로 내뱉듯 말했다.
"정말 쓸모없네."
말을 할 수 없던 임지연은 그저 어지럽고 메스꺼웠으며, 몸은 점점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다.
그녀는 애초에 그가 자신에게 잘 대해줄 거라는 기대 따윈 하지 않았다. 하지만, 너무 지치고 힘들었다.
...
아득한 정신 너머로 자신의 뺨이 따뜻해졌다. 누군가가 따뜻한 수건으로 그녀의 얼굴을 닦고 있었다. 이어서, 그 수건은 그녀의 몸까지 조심스럽게 닦았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은 솜사탕처럼 느껴졌고,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그 따뜻한 ‘존재’를 안았다.
그러다 수건이 멈췄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 위로 낮고 위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은… 봐준다."
다음 순간, 그녀의 몸이 가볍게 들려졌고, 최강민은 그녀를 안아 침대 위로 옮겼다.
정신이 조금 돌아왔을 때, 최강민의 손에는 하인이 끓여온 죽 그릇이 들려 있었다. 그는 긴 손가락으로 숟가락을 쥐고 죽을 천천히 저었다. 여전히 잘생긴 얼굴에 반쯤 내려 깔린 눈은 표정을 읽기 어려웠다. 부드러운 동작이었지만, 어디선가 묘한 위압감이 느껴졌다.
임지연은 알고 있었다. 최강민이 자신을 걱정하거나 신경 쓰는 게 아니라는 것을. 단지, 지금은 자신이 죽어선 안 되기 때문에 이러는 것뿐이라는 걸.
조금 기운이 돌아왔을 무렵, 그녀의 입가로 흰 죽 한 숟가락이 다가왔다. 임지연은 처음엔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결국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 죽을 다 삼키기도 전에, 최강민의 휴대폰이 울렸다.
전화의 발신자는 송유리였다. 통화가 연결되자, 저편에서 울먹이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련님… 제발 좀 도와주세요. 누가 인터넷에… 어젯밤 도련님한테 약 먹인 사람이 저라고 올렸어요. 사람들이 저보고 막… 제정신 아니라느니, 아무렇지도 않게 남자 유혹한 여자라고 욕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요즘 누가 자꾸 따라오는 것 같기도 하고… 너무 무서워요, 정말로요…"
최강민은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도, 차가운 눈빛은 옆에 있는 임지연에게로 향해 있었다. 살짝 찌푸린 미간 사이로 싸늘한 기운이 스쳤고,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은 방 안의 공기까지 무겁게 짓눌렀다.
그래. 그는 이 모든 일을 임지연이 꾸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기다려."
오직 송유리에게만, 그는 이렇게 부드러운 말투를 사용했다.
하지만 전화를 끊고 돌아선 순간, 그는 다시 싸늘하고 위엄 가득한 셋째 도련님으로 돌아왔다. 손가락으로 반지를 천천히 돌리는 동작조차 임지연을 조롱하는 듯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뜨거운 죽 그릇이 임지연의 손바닥 위에 세게 얹혔다. 열기가 그대로 전해졌고, 열 손가락이 동시에 아파왔다. 참기 힘든 통증이었다. 최강민은 그녀의 손등을 꾹 눌렀고, 눈빛은 서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유리한테 아무 일도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 말만을 남기고, 그는 방을 나섰다. 임지연은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전생에서도 그랬다. 언제 어디서든, 최강민은 언제나 가장 먼저 송유리에게 달려갔다.
문이 완전히 닫혔고, 손에 쥔 그릇은 여전히 놓이지 않았다. 마치 이 통증만이 그녀에게 한 가지 진실을 계속 상기시키는 듯했다. 최강민에게서 멀리 떨어져야 한다는 것.
임지연은 더 이상 자신을 탓하지도, 연민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릇을 들어, 한 번에 죽을 다 먹었다. 그리고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하지만 방은 조용하고, 몸도 지쳐 있었지만, 쉽게 잠들 수는 없었다. 시간이 천천히 흘러 새벽이 가까워졌지만, 최강민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아마… 송유리의 집에 남은 모양이었다.
전생에서도 이 날, 최강민은 그녀의 곁에 오지 않았다. 대신 송유리의 집에 머물렀고, 그날… 상혁이라는 아이가 생겼다.
임지연은 이불을 꽉 움켜쥐었다. 이번 생에는 자신이 사라졌으니, 그 셋은 틀림없이 행복할 것이다. 다만 자신의 상아만이… 안타까울 뿐.
그녀는 조심스럽게 배 위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조금씩,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꿈속에서, 어린 상아가 그녀의 무릎에 엎드려 조르듯 말했다.
"엄마, 이야기 들려줘."
정말… 좋았다.
......
다시 눈을 떴을 때, 이미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집 안은 적막했고, 최강민은 역시 돌아오지 않았다.
임지연은 멍하니 소파에 앉아 있었다. 슬프지는 않았다. 그녀의 마음은 전생에서 이미 무뎌질 대로 무뎌졌기 때문이다.
어차피 앞으로 그녀는 보게 될 것이다. 최강민이 송유리를 위해 경매장에서 거금을 쓰는 모습을. 또, 두 사람의 아들이 경시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 생일 파티도. 심지어는 송유리의 사업을 위해 그녀의 모든 디자인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순간도.
생각에 잠겨 있던 그때, 벨소리가 울려 그녀는 깜짝 놀랐다. 휴대폰 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한 뒤, 임지연은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오 교수님."
"지연아, 곧 졸업이긴 하지만, 난 여전히 네가 이번 기회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네 실력이라면 이번 주얼리 디자인 대회에서 수상할 가능성이 아주 높거든."
전생에서 임지연은 최강민과의 일로 인해 대회에 참석할 기회를 잃었다. 그리고 그 자리를 대신한 사람은 다름 아닌 송유리였다. 송유리가 제출한 작품 또한 임지연의 것이었다. 최강민이 그것을 그녀에게 넘기며 “너에게 빚졌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이번 생에서만큼은, 임지연은 자기 자신을 위해 살기로 했다.
"교수님! 저… 참가할게요!"
오 교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야. 내가 일부러 조심했거든. 아직 송유리에겐 신청서를 넘기지 않았어. 사실 우리 교수들 모두 네가 학교 대표로 나가는 걸 바라고 있어."
"걱정 마세요, 꼭 최선을 다할게요."
"그래, 그럼 빨리 신청서 작성해서 나한테 보내."
"네!"
전화를 끊고, 임지연은 빈 신청서를 열어 빠르게 작성하기 시작했다. ‘보내기’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그녀의 손이 무의식중에 살짝 떨렸다. 이번 생에서만큼은, 자신의 운명은 자신의 손으로 바꿔야 하니까.
‘전송 완료’라는 네 글자가 화면에 뜨자, 임지연은 휴대폰을 꼭 쥐고 가슴에 가져다 댔다.
상아야. 전생에서 엄마가 멋진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약속했잖아. 이번 생엔… 엄마가 꼭 해낼게. 정말로, 이번엔 엄마 자신을 위해 살아갈 거야.
감정을 진정시킨 뒤, 임지연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정리했다. 이곳에 남긴 자신의 모든 흔적을 깨끗이 지웠다. 그리고 가방을 둘러메고, 조용히 집을 나섰다.
그녀는 우선 학교로 돌아가 이틀 동안 머물 계획이었다. 다행히 학교 측에서도 졸업생들에게 취업 준비를 위한 시간을 넉넉히 주고 있었다.
......
학교. 임지연이 지하철역에서 나와 교문 쪽으로 걸어가자, 정문 앞에 사람들이 몰려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 한가운데에는 검은색 마이바흐 62S 한 대가 고요히 서 있었다.
몇 십억을 훌쩍 넘는 고급 차량은 아무리 겸손한 태도를 취해도, 그 고귀한 존재감을 감출 수 없었다. 최강민의 차였다.
차 문이 열리자, 하늘하늘한 푸른 드레스를 입은 송유리가 우아하게 내렸다. 그녀의 움직임 하나하나는 철저하게 계산된 듯, 거의 완벽하게 자기 자신을 드러냈다.
예전 같았으면, 송유리가 등장하는 순간 모두가 부러움 섞인 시선을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사람들의 눈빛에는 묘한 불신과 경계가 섞여 있었고, 어디선가 몇몇 파파라치들이 갑작스레 튀어나왔다.
"송유리 씨! 사진 속 여자가 정말 당신 맞나요?"
"셋째 도련님께서 이미 청혼하셨다던데, 왜 또 약을 쓰신 건가요? 혹시 최씨 집안이 두 분의 결혼을 반대해서 그런 건가요?"
"결혼 승낙을 받기 위해 이런 방법을 택하신 건가요?"
"약혼한 사이셨고 이제 졸업도 하셨는데, 혹시 아이를 통해 지위를 확실히 하려는 건가요?"
"아니면 두 분 사이에 무슨 변화라도 있는 건가요?"
질문이 쏟아졌고, 송유리는 애교 섞인 표정으로 뒤로 물러섰다. 두려운 듯 고개를 연신 저으며 말했다.
"저한테 이러지 마세요… 저는, 저는…"
그때— "우린 변하지 않았어."
최강민이 차에서 내리며 그녀를 감싸 안았다. 그녀를 보호하듯 한 팔로 끌어안고, 마주 선 카메라들 앞에 섰다. 플래시 세례 속에서, 그의 깊은 눈동자는 드물게 부드러운 빛을 띠고 있었다.
그 광경을 멀리서 바라보던 임지연은 입술을 꼭 다문 채,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남의 일처럼,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천천히 자리를 떠났다.
그냥… 이대로 두자. 최강민은 마침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임지연은 눈치채지 못했다. 최강민의 시선이 조용히, 집요하게 그녀를 따라가고 있었다는 것을.
검은 눈동자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고, 그 안에서 강하고 독점적인 소유욕이 은밀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