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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내 아이가 죽던 날, 나는 다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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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작은 삼촌, 제발 절 놔줘요..." 명목상 삼촌과의 하룻밤, 그리고 8년의 지옥. 사랑 대신 치욕만을 안고 살아온 임지연은 딸의 유골을 품에 안고 세상을 떠났다. 그 순간, 최강민은 첫사랑의 아들을 위한 생일 파티를 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눈을 떴다. 두 번째 삶이 주어진 지금, 더는 침묵하지 않겠다. "네가 나한테 약을 먹이고 억지로 같이 잤잖아." 전생에서 모욕을 당했던 그녀는 이번 생에선 그와의 인연을 스스로 끊었다. "네가 그녀를 질투했겠지." 첫사랑이자 뮤즈였던 여자가 그녀의 작품을 표절했을 때도 그는 끝까지 그 여자의 편이었다. 이번엔, 그녀가 그 여자를 밟고 시상대에 선다. "넌 억지로 문제를 만들고 있어." 누명을 썼을 때조차 외면했던 그에게 이번엔, 뼈저린 대가를 안겨줄 차례다. 사랑하지 않는다. 미련도 없다. 그녀가 돌아서자, 뒤늦게 후회한 최강민이 울부짖었다. “지연아… 날 버리지 마. 제발… 나도 같이 가면 안 될까?”

전생/환생복수나이차커플금단의관계소유욕/독점욕/질투로맨스물

제1화 남편은 딸의 장례식에 오지 않았다

남편 집안의 규정에 따르면, 그녀는 화장터에 왔어도 화장 과정을 직접 지켜볼 수 없었다.

하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자신의 아이가 홀로 쓸쓸히 떠나는 모습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다.

임지연은 돈을 건네고, 차가운 철제 침대를 붙잡은 채 화장실로 들어갔다.

공기에는 타는 듯한 냄새가 퍼져 있었고, 햇빛 아래로는 재가 흩날리고 있었다.

유골이었다.

곧, 그녀의 소중한 존재도 그렇게 변하게 될 것이다.

임지연은 검은색 긴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가장 작은 사이즈조차 그녀의 야윈 몸을 감추지 못했다.

울어서 붉고 부어오른 두 눈은, 오히려 이 순간엔 이상하리만치 평온해 보였다.

그녀는 손을 뻗어 흰 천 밖으로 나온 창백하고 뻣뻣한 작은 손을 감쌌다.

그리고 딸의 손바닥에 분홍색 종이별 두 개를 넣으며 말했다.

"상아야, 엄마가 미안해. 엄마도 곧 따라갈게."

시간이 다 되었다. 직원이 앞으로 나와 임지연을 떼어내고, 흰 천을 걷어 상아의 모습을 드러냈다. 겨우 여덟 살밖에 안 된 아이였는데, 여전히 마르고 작았으며, 드러난 갈비뼈 아래쪽은 움푹 패여 있었다. 그 함몰된 부위를 바라보며, 임지연의 눈물이 다시 차올랐다. 자신은 상아를 제대로 지켜주지 못했다.

장례식장 직원은 낮은 목소리로 위로했다.

"절망하지 마세요. 적어도 따님은 떠난 뒤, 자신의 신장으로 다른 아이 하나의 생명을 살렸어요. 그 아이는 당신 딸 대신 행복하게 살아갈 겁니다."

임지연의 눈 밑으로 차가운 기색이 스치며, 입꼬리에 조롱 섞인 미소가 번졌다.

"맞아요. 살린 그 아이는 제 남편의 사생아예요. 지금 그들 가족 셋은 그 아이를 위해 성대한 생일 파티를 열고 있죠. 아세요? 오늘은 제 딸 생일이기도 해요."

직원은 멍해진 표정으로, 눈앞의 절망적인 여성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

임지연은 상아를 바라보며 창백하게 웃었다.

"얼른 태우세요. 길일을 놓치지 말고… 제 딸이 다음 생에는 좋은 집에서 태어나길 바라거든요."

직원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저으며 시신을 화장로 앞으로 보냈다. 아마도 동정심 때문이었을까. 그는 과정을 약간 가려주었다.

하지만 임지연은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상아가 드디어 해방되었기 때문이었다. 더 이상 매일 아버지에게 미움받지 않아도 되니까.

"엄마, 아빠는 왜 나를 좋아하지 않아?"

"엄마, 아빠는 왜 송 아줌마 아들을 좋아해?"

"엄마, 아빠가 나 때문에 엄마를 싫어하는 거야? 미안해, 엄마."

이렇게 착한 내 딸이! 최강민에게 그렇게 죽임을 당했다니!

생일 전날, 그는 분명 딸 상아와 함께 가장 큰 놀이공원에 가기로 약속했다. 아빠와 단둘이 보내는 시간을 상아는 그렇게 꿈꿔왔다.

그런데 그는 돌아서서 딸을 수술실로 밀어 넣었고, 자기 아들에게 신장을 이식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병상에 홀로 남겨진 딸은, 결국 감염으로 죽었다.

그리고 임지연은, 어머니로서 마지막에야 그 진실을 알게 된 사람이었다. 그녀는 아직도 병실 문을 열고 뛰어들었을 때, 차디찬 딸아이의 시신이 누워 있던 그 장면을 잊지 못했다. 침대 머리맡에는 피가 묻은 어린이용 손목시계가 놓여 있었고, 어처구니없게도 시계 화면에는 ‘아빠에게 전화거는 중’이라는 문구가 떠 있었다.

전화가 연결되자, 들려온 건 단 한마디였다.

"네 엄마처럼 미치지 마." 뚜-뚜-뚜...

기계적인 통화음을 들으며, 임지연은 눈물을 꾹 참고 딸을 안았다. 정말로 울면, 사랑하는 아이가 놀랄까 두려웠다.

사실, 송유리가 아들과 함께 대대적으로 귀국해 임지연이 자신들을 박해했다고 주장한 이후로, 임지연은 최강민에 의해 ‘미친 여자’라는 낙인이 찍혀 세간에 그렇게 알려졌다.

특히, 최강민이 송유리가 해외에서 떠돌며 신장에 문제가 있는 미숙아를 낳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가 그녀와 자신의 딸 상아를 바라보는 눈빛은 그렇게나 차디찼다. 그렇게 우아하던 남자였지만, 동시에 그토록 잔인하게 냉정할 수도 있었다.

임지연의 어떤 설명도 그는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저주하듯 말했다.

"임지연, 네가 유리와 내 아들을 해쳤어. 너희는 두 배로 갚아야 할 거야."

그리고 그는 정말 그렇게 했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나야 했다.

회상에서 깨어난 임지연의 손엔 분홍색 유골함이 들려 있었다. 상아가 가장 좋아했던 색이었다. 임지연은 유골함을 꼭 끌어안고 속삭였다.

"상아야, 우리 집에 가자."

바람이 그녀의 치맛자락을 스쳤지만, 햇빛 아래서조차 그 모습은 너무 쓸쓸하고 슬퍼 보였다.

......

임지연은 자신과 최강민의 신혼집으로 돌아와 딸의 물건들을 하나씩 정리했다. 그리고 유골함을 안고 저녁까지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때 문밖에서 차가 멈추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검은색의 깔끔하고 단정한 그림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최강민이었다.

8년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첫 만남 때처럼 잘생기고 위험했으며, 금욕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그리고 여전히 그녀를 철저히 무시했다.

그는 임지연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그녀를 지나쳐 위층으로 올라갔다. 몇 분 후, 아래로 내려온 그는 여러 해 동안 간직해 온 정장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그 정장은, 그가 약혼할 때 송유리가 직접 디자인한 옷이었다.

여전히 그녀를 보지 않는 최강민.

8년 내내 그는 늘 이렇게 차가운 방식으로 폭력을 행사해 왔다. 그녀를 짓밟고 싶을 땐 침대에 눕혔고, 욕망을 해소한 뒤엔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아이에 대해서는... 상아가 아빠라고 부르는 것조차 금지했다.

아마도 오늘의 임지연이 지나치게 조용했기 때문일까. 그는 걸음을 잠시 멈췄지만, 끝내 그녀를 돌아보지는 않았다.

"오늘 밤 집에 안 들어올 거야. 상아한테는 내게 아무 때나 전화하지 말라고 해."

"네."

임지연은 여전히 상아의 온기가 남아 있는 듯한 유골함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가 단 1초라도, 정말 1초만 그녀를 바라보았다면, 아마도 그 유골함을 보게 되었을 것이다.

최강민은 커프스 단추를 정리하며 냉담하게 말했다.

"이혼할 때 뭘 원하는지 생각해둬. 며칠 안에 수속 밟을 거니까. 아이는 내가 안 데려갈 거야."

"네..."

임지연은 여전히 평온했다. 다행히도, 이제 상아는 온전히 그녀 한 사람의 것이 되었다.

최강민의 손이 잠시 멈췄지만, 여전히 임지연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상아가 상혁이를 살린 공로로, 앞으로 병원비와 모든 치료 비용은 내가 전액 부담할게. 하지만 너희들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아. 이번이 마지막 속죄라고 생각해."

"네..."

임지연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정말로, 이젠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최강민은 불쾌감에 휩싸였다. 몸을 돌려 나가려는 순간, 송유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받자, 조용한 방 안에 아이의 기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빠! 빨리 와요! 저랑 엄마가 기다리고 있어요!"

"응, 가고 있어."

최강민의 목소리는 자연스레 높아졌고, 무의식적으로 발걸음에 속도가 붙었다. 그는 뒤에 있는 여자가 품에 든 물건을 더욱 꼭 안은 채, 조금씩 굳어가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채지 못했다.

달빛이 내려왔다. 임지연은 냉장고에서 전에 상아를 위해 주문해둔 생일 케이크를 꺼냈다. 초에 불을 붙였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그녀는 조용히 노래를 부르며, 집 안 곳곳에 휘발유를 뿌렸다. 위층에서 아래층까지, 어느 한 구석도 빠뜨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제는 자신을 이 세상에 붙잡아둘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그녀가 좀 더 단호하게 최강민과의 결혼을 거절할 수만 있었더라면. 이 모든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준비를 마친 후, 임지연은 식탁으로 돌아와 유골함을 안았다.

"상아야, 생일 축하해. 엄마 기다려."

그리고, 그녀는 켜진 생일 초를 창문 커튼 쪽으로 던졌다.

......

연회장. 최강민은 송유리와 그 아들을 데리고 당당하게 입장했다. 축배가 오갔고, 세 사람은 보기에도 완벽하고 행복한 가족처럼 보였다. 그들의 모습을 칭찬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심지어, 임지연을 헐뜯는 이들도 많았다.

오직 최강민의 의사 지인 한 명만이 눈썹을 찌푸리며 빠르게 그 앞으로 다가왔다.

"도련님, 죄송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무슨 말이야?"

"따님이… 수술 후 감염으로 사망하셨습니다. 오늘 부인께서 장례식장으로 모셔갔습니다."

"임지연이 너한테 얼마를 줬지?" 최강민은 무표정하게 술잔을 들어 단숨에 마셨다.

"제가 이미 사망진단서를 보내드렸잖아요? 도련님께서 직접 받으셨다고도 하셨고요."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송유리는 불안한 듯 아들의 손을 더욱 세게 움켜잡았다. 바로 그때, 최강민의 휴대폰이 울렸다.

"셋째 도련님, 별장에 불이 났습니다."

최강민의 손에서 술잔이 떨어져 바닥에 부딪히며 산산이 부서졌다. 그는 말없이 몸을 돌려 곧장 자리를 떠났다. 자신이 어떻게 악셀을 밟고 별장까지 도착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맹렬한 불길 속에서 무너져 내리는 집을 바라보는 순간, 가슴 한가운데 무언가가 깊숙이 박히는 듯했다. 그때 커튼이 내려앉으며, 생일 케이크 앞에 앉아 있는 임지연의 모습과, 그녀가 품에 꼭 안고 있는 유골함이 드러났다. 임지연은 처음 만났을 때처럼 그에게 환하게 웃어주었다.

"안녕, 난 당신을 미워해. 만약 모든 걸 다시 되돌릴 수 있다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집 전체가 붕괴되었다. 죽음 직전의 착각이었을까. 임지연은 그 순간, 최강민이 무릎을 꿇은 모습을 본 것 같았다.

그만하자. 이제 나만의 상아가, 나를 데리러 왔으니까.

"엄마, 엄마."

……

오후, 작열하는 태양이 대지를 태우듯 내리쬐고 있었다. 최씨 집안 대청마루는 마치 불 위에 올려진 것처럼 뜨겁고 숨 막혔다.

찻잔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깨진 파편이 튀었고, 그 조각이 살을 베는 순간의 통증에 임지연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는 대청마루 한가운데 무릎을 꿇은 채, 멍하니 주위에 모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이게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