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젯밤?

임지연은 분명 많은 말을 했었다. 그녀는 최강민이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어서 결국 순응했다. 감정이 깊어지던 그 순간, 그녀는 그의 거의 고문에 가까운 애무를 참고 견디며, 진지하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때 그녀는 생각했다. 아마도 내일이 되면, 최강민은 다 잊어버릴 거라고. 하지만 그녀는 이 모든 순간을, 그 감정들을, 생생히 기억할 것이다. 적어도 그녀는 그에게 그만큼 가까이 다가갔으니까.

"셋째 도련님, 저… 좋아해요."

"전 오랫동안 도련님을 좋아했어요. 제가 최씨 집안에 들어온 그날, 저를 도와주셨을 때부터… 몰래 지켜봤어요."

"저는 알아요. 당신이 저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거. 하지만 저는… 음… 정말로…"

"당신을 사랑해요."

임지연이 최씨 집안에 들어온 건 열여섯 살 때였다. 그녀는 유하영에 의해 마치 도깨비에게 바쳐질 인형처럼 치장되어 보내졌다. 하지만 유하영은 상류층의 절제된 심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딸이 예쁘게 보이길 바랐고, 최씨 집안에 잘 받아들여지길 바랐다. 그러나 결과는 그저 위아래 모두의 조롱거리일 뿐이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두고 ‘공주님 흉내 내는 시골 촌년’ 같다고 했다. 유하영은 겁이 많고 기가 약해, 하인들 앞에서도 제대로 말 한마디 못하고 늘 움츠러들었다.

그때, 최강민이 나타났다. 키가 크고 우뚝 선 그는 검은색 긴 코트를 입고, 현관 아래에 서서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툭툭 털었다. 하얀 연기가 그의 얼굴을 감쌌고, 그 뒤로는 눈이 소리 없이 내리고 있었다. 위험하고 무심한 분위기였지만, 그럼에도 그는 눈이 부시게 잘생겼다.

그의 차가운 눈빛 하나에 하인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해, 그는 스물셋이었고, 막 대학을 졸업한 뒤였지만 이미 경시에서 유명한 셋째 도련님이었다.

그는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네."

그 짧은 한 마디를, 임지연은 오래도록 기억했다. 그날 최강민의 몸에서 풍기던 향기조차, 오랜 세월이 흘러도 생생히 떠오를 만큼.

그 후로도 가끔 마주쳤다.

어느 봄날 정원에서, 그녀는 학교 내 등수가 떨어져 울기 직전이었다. 그는 정자에 기대 담배를 피우다가 그녀의 문제지를 한 번 훑어보더니 말했다.

"펜 가져와."

여름 수영장에서는 한 번, 그녀가 수영을 배우다 다리에 쥐가 났었다. 그는 물에 뛰어들어 그녀를 구했고, 그러고는 사지가 따로 달렸냐며 멍청하다고 꾸짖었다.

가을의 거리에서, 누군가에게 성희롱을 당하고 따돌릴 수 없었던 그녀를 위해, 그는 차에서 내려와 조용히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함께 걸었다.

그녀의 사랑은, 그렇게 사계절을 지나며 드문 만남 속에서 조금씩 쌓였다. 조심스럽고 조용했지만, 점점 커져갔다.

그러나...

이 고백들은, 전생에서도 했었다. 그때도 그녀의 마음은 진실했고, 뜨거웠다. 그의 욕망 속에서 피어난 꽃 같았지만, 결국 그녀가 받은 것은 모함과 경멸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딸이 비참하게 죽는 것으로 끝이 났다.

최강민이 결코 그녀의 사랑을 신경 쓰지 않았다면, 임지연도 더 이상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

임지연은 시선을 내리깔고, 그를 보지 않았다.

"당신이 잘못 들으신 거예요.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이제는 작은 삼촌이라고도 안 부르네?"

"...작은 삼촌."

그 순간, 차 안의 공기는 서리가 맺힌 듯 차가워졌다. 임지연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옆자리를 바라보았다. 최강민은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운 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두 사람의 눈이 딱 마주친 순간, 그의 손에서 담배가 두 조각으로 꺾였고, 잘린 담배심이 허공에 흩날렸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충분한 경고였다.

임지연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마치 뼈를 갈아 재를 만드는 듯한 냉기가 온몸을 스쳤다.

"차 세워." 최강민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

진이수는 곧바로 차를 길가에 댔다. 이곳은 아직도 최씨 집안의 영역이었기에, 어디에 세우든 상관없었다. 시동이 꺼지자, 최강민은 진이수를 한번 쳐다보았고, 그는 그 의미를 단박에 알아차린 듯 아무런 말 없이 곧장 차에서 내렸다.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임지연도 함께 내리려던 순간, 허리가 단단히 붙잡혔다. 그녀의 몸은 바로 옆에 있는 최강민 쪽으로 끌려갔다.

"꾀병 부릴 생각이야?"

그의 낮고 깊은 목소리가 귀 옆을 스쳤다.

"임지연, 나는 그냥 약에 취했을 뿐이지, 죽지 않았어."

그 말투에는 분노보다는 조롱에 가까운 기색이 담겨 있었다. 그의 위험한 기운이 그녀를 짓눌렀고, 임지연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이를 악물고 몸부림쳤지만, 그녀는 결코 그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막 들어 올리려던 손은 그에게 단단히 붙잡혔고, 곧장 가죽 시트 위에 눌렸다. 의자는 그녀의 체중을 받아 움푹 꺼졌고, 그의 팔에 단단히 고정되었다. 그런 자세는 임지연에게 몹시 난처한 것이었지만, 몸을 움직일수록 더욱 얽매이는 느낌이었다.

"놓으세요!"

임지연이 외쳤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그의 숨결은 어젯밤처럼 뜨겁고, 군데군데 흥미가 스며 있었다.

그녀는 최강민에게 눌려 의자 위에 엎드린 채였고 엉덩이가 그의 하체 밑에 깔려 있었다. 부끄럽고 분노가 치밀었지만, 그녀의 두 손목은 그의 한 손에 완전히 잡혀 있었고, 다른 손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일부러 가려둔 키스 마크 자국을 드러냈다. 모두 어젯밤, 그가 남긴 흔적들이었다.

최강민은 손가락으로 그 키스 마크를 천천히 더듬으며, 싸늘한 기운이 도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를 유혹했으니, 이렇게 쉽게 널 놓아줄 순 없지."

그의 손가락은 힘을 주어 그녀의 목선을 따라 부드럽게 훑으며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그의 손이 그녀의 척추를 따라 부드럽게 훑자, 임지연은 온몸을 떨었다.

그녀는 굴욕스럽게 입술을 꽉 깨물며, 전생 8년 동안 최강민이 그녀에게 침대 위에서 가했던 여러 고통을 떠올렸다. 그는 냉철한 사업가였고, 철저한 이익 추구자였다. 그녀를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그가 그녀를 통제하고 소유하는 데 전혀 방해가 되지 않았다. 마치 사적인 물건처럼. 사랑하지 않지만, 놓아주지도 않고 가지고 놀았다.

그 사실을 떠올리자, 임지연의 몸은 전생 때처럼 스스로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떨렸고, 두려움에 온몸에 소름이 돋아 마치 온몸이 방어를 위한 가시로 뒤덮인 것 같았다.

그때, 최강민의 손이 멈췄고, 그의 눈 아래로 어두운 파도가 일렁였다. 순간, 그는 완전히 흥미를 잃은 듯 그녀를 밀쳐냈다. 임지연은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고, 치밀어오르는 공포를 간신히 억눌렀다.

최강민은 차창을 내리고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느긋하게 담배를 피워 물었고, 그의 손가락에 낀 핏빛 반지는 어두운 밤 속에서도 묘한 광채를 뿜었다. 그는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지었고, 가로등 아래서 그 표정은 더욱 음울하고 나른해 보였다. 마치 무뎌진 칼날이 그녀의 살결을 베는 듯한 느낌이었다.

차 안에 담배 냄새가 자욱하게 퍼지는 가운데, 임지연은 서서히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녀는 옷자락을 움켜쥔 채 몸을 일으키며, 잃었던 눈빛을 조금씩 되찾아갔다.

"당신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저를 놓아줄 건가요?"

최강민은 머리를 살짝 젖히며, 연한 회색 연기를 내뿜었다. 그 시선은 흘겨보는 것이었지만, 마치 어둠 속에서 깨어난 야수처럼 위협적이었다. 그는 담배를 든 손으로 임지연의 뺨을 쓰다듬었고, 손끝은 그녀의 이마에서 눈 아래로 미끄러지듯 내려가 눈물점 위에서 멈췄다.

그 감촉은 부드럽고 건조했지만, 지금 이 순간엔 마치 뱀의 혀가 피부를 핥는 것처럼 소름 끼쳤다. 임지연은 숨을 멈춘 채 굳어버렸다. 최강민은 조용히 위에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눈은 정말 사람을 속이게 만든다. 어젯밤, 그 눈은 분명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고, 그가 잔인하게 몰아붙일 때는 이 눈물점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젖어 있고, 가련하고, 사람 마음을 아프게 만들 만큼. 그런데 오늘은 그렇게도 쉽게 부정해버렸다.

하지만 괜찮다. 그도 착한 사람은 아니니까.

다음 순간, 임지연의 턱이 최강민에게 붙잡혔다. 그녀는 억지로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마주보게 됐다. 그는 그녀의 메마른 입술을 거칠게 쓰다듬었고, 반쯤 타들어간 담배는 몇 밀리미터만 더 가면 그녀의 목덜미를 태울 수 있는 거리였다. 그의 눈빛은 저항할 수 없는 사악함을 품고 있었다.

"놓아준다고?"

최강민이 낮게 웃으며 말했다.

"임지연, 네가 약을 먹였을 때부터 이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알았어야 했어. 이 일은 절대 쉽게 끝나지 않을 거야."

"......"

임지연은 목이 메이고 속이 뒤집히듯 요동쳤으며, 머리가 깨질 듯 아팠지만 변명은 소용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최강민은 어떤 이유를 대도 결코 그녀를 믿지 않을 테니까. 오히려 그녀를 더 심하게 벌줄 것이다.

그 순간, 임지연은 마치 운명의 톱니바퀴가 다시 굴러가기 시작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분명히, 그녀는 그 운명을 벗어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도망치려 했다.

…

30분 후. 최강민의 차가 멈췄고, 창밖으로는 그의 개인 저택이 보였다.

임지연은 차에서 내렸다. 약물 때문인지, 아니면 감정의 격변 탓인지, 다시 위장이 뒤틀리기 시작했고 다리에도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녀는 침을 삼키며 역겨운 느낌을 억누르려 했고, 막 자리를 뜨려던 순간 최강민이 그녀를 잡아끌어 집 안으로 향했다.

임지연은 잠시 멍한 상태로 따라가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몸부림쳤다.

"놓아주세요! 도대체 뭘 하려는 거예요?"

최강민은 그녀를 현관 벽에 밀어붙이며 냉소적으로 말했다.

"네가 피임약을 먹었다 해도, 약이 만능은 아니야. 앞으로 한 달 동안은 여기 있어야 해. 네가 임신하지 않았다는 게 확실해질 때까지."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차가운 표정으로 덧붙였다.

"만약 임신했다면…"

그 표정에는 조금의 온기도, 인정도 없었다. 말 그대로 철저한 냉담함이었다.

임지연의 아랫배에 순간 통증이 밀려왔고, 딸 상아가 병상에서 서서히 죽어가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녀는 입술을 떨며 겨우 물었다.

"…임신했다면요? 어떻게 되는 거예요?"

"없애."

최강민의 말투는 담담했고,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평온했다. 마치 어떤 불필요한 일을 정리하는 것처럼.

그 순간, 임지연은 전생의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가 그래도 핏줄을 생각해서 자신과 결혼한 줄 알았고, 자신이 존재함으로써 그가 딸에게 애정을 가지지 못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진실은…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 아이를 없애고 싶어 했다는 것이었다.

임지연의 위가 비틀리고, 온몸이 울렁거렸다.

"으읍…"

그녀는 울렁거림을 더 이상 참지 못할 것 같았다.

남자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눈가에 가득한 혐오를 드러내며 마음속으로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너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