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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실습생이 교체되었다.

그녀는 눈을 낮추고는 의료 키트를 챙기러 가면서도 의사로서의 의무를 잊지 않고 일러주었다.

"상처는 당분간 물에 닿지 않게 하세요. 하루에 한 번씩 소독하고 옷은 최대한 헐렁하게 입어 상처에 마찰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그녀는 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건 내복용약 이고, 이건 외용젭니다."

남도헌은 뒤돌아보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알겠다고 말했다.

송은하 역시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의료 키트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 * *

그녀는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돌아왔다. 열한 시가 다 되어서야 병원 구내식당에 가서 간단한 식사를 마치쳤다. 다시 과로 돌아가려는 찰나, 원장이 그녀를 사무실로 불렀다.

"우리병원으로 학습하러 가는 거 있잖아... 권유빈을 보낼려고 해."

원장은 심각한 표정을 하였고 차마 말하기 어려운 일이 있는 듯 했다.

송은하는 마음속으로 얼떨떨해 있었다. 그러고는 거침없이 질문을 이어갔다.

"저를 보내주신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아시다시피, 우리 병원에 있는 최첨단 의료 기기들은 모두 천구그룹에서 기증한 거고 남도헌이 권 선생을 잘 봐줘라고 지시했는데... 내가 듣지 않으면 안 되잖아."

남도헌이라는 이름이 들리자 송은하는 약간 긴장 됐다. 비록 양가의 인정을 받아 남도헌의 아내가 되었지만, 두 사람은 공식적으로 만난 적은 없었다.

그녀는 남도헌을 금융 관련 매거진과 TV에서만 본 적이 있었다.

그 남자랑 권유빈이?

"정말인가요?"

송은하의 심장은 덜컹 하였으나 그녀의 얼굴은 지극히 담담했다.

"맞아, 자네의 전문성과 의료기술에 대해서는 누구든 인정해.."

원장은 그녀를 달래주었다. 젊은 의사들 속에서 그녀를 가장 높이 평가하는 사람은 원장이었다.

"알겠습니다."

송은하는 눈을 낮추었다.

그 남자 아내라는 신분에 대해 그녀는 언급할 가치조차 없었고 원장님도 마음에 두지 않을 것이다.

"오후에 수술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그녀가 말했다.

그러고는 마음속으로 이 문제는 절대 되돌릴 수 없을 거라는 걸 알았다.

원장은 한숨을 내쉬고는 가서 할 일 보라고 말했다.

오후부터 일을 시작한 그녀는 두 번의 수술로 지친 몸을 이끌고 손을 씻고는 파란 수술복을 벗어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권유빈이 걸어왔다.

"송 선생, 내가 저녁 쏠게."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미안, 아직도 할일이 남어서..."

그녀와 권유빈은은 아주 친한 사이가 아니라 그저 단순한 동료 관계였기에 사양했다.

둘은 같은 대학을 졸업했다.

같은 학년이기도 하다.

하지만 권유빈은 강한 성격이고 남한테 주목받는 것을 좋아했으며 또한 남과 비교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그녀는 조용한 것을 좋아하고 책 읽기를 좋아한다. 두 사람은 완전히 달라있었다.

따라서 그들은 좋은 친구로되지 못 했던 것이다.

"그래?"

권유빈은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사실 할 말이 있어서 찾아 온거야."

송은하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일어나 옷을 걸며 말했다.

"말 해."

왠지 모르게 남도헌과 친하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권유빈과 더욱 멀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도 당연히 들었을 거지? 진짜 미안해, 난 원장님께서 그럴 줄은 몰랐어 ..."

"괜찮아."

송은하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

권유빈은 눈을 아래로 하고는 눈동자를 굴리며 말했다.

"그리고, 어젯밤 내가 병원에 없었던 일 비밀로 해줄 수 있어? 내가 우리병원에서 실습으로 일하게 됐는데 밖에 알려질 까봐."

이유는 조금 억지스러웠다.

송은하는 권유빈이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기에 알았다고 말했다.

"알았어. 아무 말도 하지 않을게."

동료의 교대 근무를 잠시 도와주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다 긴급 상황이 있을 수 있으니까.

* * *

병원 밖

하늘은 점점 어두워졌고 가로등은 모두 불이 켜져 있었다.

입구 앞에는 검은색 고급 승용차가 주차돼 있었고 박민서도 차 안에 있었다.

"우리 후배님 기술 괜찮지?"

그는 자랑하듯 말했다.

남도헌은 나른한 자세로 차에 앉아 등을 기대며 상처를 치료할 때의 침착함과 날카로움을 떠올리며 여전히 그녀의 실력을 의심치 않아했다.

"권 아가씨."

김윤재가 앞에서 외치며 일깨워 주었다.

남도헌이 차 창을 내렸다.

권유빈이 걸어왔다.

박민서는 그녀를 보고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리며 말했다.

"권유빈?"

"아세요?"

김윤재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

박민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학교 후배."

남도헌이 눈을 들어 올리자 눈 아래에서 빛이 번쩍이는 것만 같았다.

어젯밤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그녀였고 또 오늘 그의 부상을 치료해준 사람도 그녀였다고?

그녀가...

김윤재도 탄식했다.

"이게 큐피드가 깨어난 건가?"

드디어 사랑의 화살을 쏘으려는 것 일까?

"무슨 소리야?"

박민서는 얼굴을 찡그렸다.

"남도헌 회장님."

이때 권유빈이 다가와 두 사람의 대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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