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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미안해, 신혼 남편

"어젯밤에 당직 섰던 권유빈 의사입니다."

원장이 말했다.

"같이 가시죠."

김윤재는 들어와 권유빈의 명찰을 확인하며 말했다.

권유빈은 조금 당황했다.

"어디로..."

"어이구, 얼른 가기나 해."

"남도헌 회장님을 기다리게 하지 말고..."

원장은 더 이상 질문하지 못하게 하고 권유빈을 끌어당겼다.

그녀는 바로 원장실로 끌려갔다.

* * *

남도헌은 소파에 파묻혀 가느다란 몸을 곧게 펴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지 않으면 얇은 입술의 창백함을 엿본다 하여도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병원의 소독수 냄새가 그의 몸에 묻은 피냄새를 가리고 있었다.

검은 양복을 차려입은 그의 근엄한 표정에는 모진 풍파를 겪어 다져진 강한 기운이 느껴졌고 보는 이로 하여금 눈길을 피하게 하였다.

비서는 남도헌의 뒤로 돌아서서 몸을 숙이고 속삭였다.

"어젯밤 모든 CCTV들이 고의로 파기된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아마 회장님을 쫓던 사람들이 증거를 남길 까봐 두려워서 고의로 파기한 듯 합니다. 이분은 어젯밤 당직이었던 권유빈 의사 선생님입니다. 원장님께서도 이 분이 당직 선 것을 확인했구요. 방금 당직 기록을 봤었는데 확실히 어젯밤에 권유빈 씨가 당직이 맞았습니다. "

남도헌은 눈을 번쩍 들었다.

권유빈은 숨을 한 번 들이쉬었다. 이 사람, 천구 그룹 회장님 아닌가?

"어젯밤에 날 도와준 사람이 당신이야?"

남도헌은 의심의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권유빈은 곧바로 눈을 낮췄다. 그와 감히 눈을 맞추지 못했다.

"네, 저에요."

어젯밤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와 관계를 이루게 된다면 이득만 있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마침 지금 이 시기는 실습하러 우리병원으로 가는 시기와 겹쳤다.

비록 실습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가면 그냥 그곳에서 남게 될 거라는 건 다들 알고 있었다.

그곳의 인맥이나 기회는 지금 이곳보다는 훨씬 낫고 많기 때문이다.

남도헌의 도움만 받을 수 있다면 우리병원에 가는 건 그녀한테는 누워서 떡먹기다.

"뭐 필요한 거 있어? 원하는 거 다 줄게, 결혼도 포함해서."

남도헌의 표정은 담박했다. 어젯밤 일이 생각나자 차갑고 딱딱했던 얼굴에 부드러움이 조금 더해졌다.

"그게... 전..."

좋은 일이 너무 빨리 찾아와서 권유빈은 말을 잇지 못했다.

"생각 마치면 날 찾아와도 돼."

남도헌은 자리에서 일어나 비서에게 자신의 연락처를 알려주라고 지시했다.

"남도헌 회장님~"

원장은 직접 배웅하러 갔다.

"굳이 배웅까지 하시지 않도 됩니다."

남도헌의 얼굴은 다시 평소처럼 차가워졌고 뭔가 생각이 들었는지 발걸음을 잠시 멈췄다.

"병원에 근무하는데, 잘 부탁드릴게요."

"걱정 마세요, 잘 보살피겠습니다."

원장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회장님, 이미 결혼하셨 잖아요, 혼인 ..."

비서는 아무도 듣지 못하게 속삭였다.

권 아가씨한테는 결혼 약속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억지로 결혼하게 된 그 여자를 생각하니 남도헌의 얼굴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고 입꼬리는 차갑게 올라가 있었다.

"죽을래?"

비서는 움찔했다. 그가 말하는 것이 자신과 결혼한 그 여자인지, 아니면 이 일을 벌인 저 여자인지.. 누굴 말하는지 몰랐다.

* * *

송은하는 별장으로 돌아왔다. 이 곳은 그녀와 신혼 남편이 사는 거처이다.

"사모님."

그녀가 들어서자마자 오 이모가 맞이했다.

"밤새 어디 갔었어요?"

"교대 근무가 있어서요."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눈은 충혈되어 있었고 피곤해 보였다.

오 이모는 피곤해 보이는 그녀에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윗층으로 올라가 욕조에 몸을 담그고 어젯밤 일을 떠올리자 볼이 화끈거리는 것을 멈추지 못하고 팔꿈치를 안으로 머리를 파묻었다.

사실, 그녀의 마음은 엄청 복잡했다...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 채 그렇게 몸을 내어주다니...

게다가 그녀는 이미, 결혼했다.

신혼 남편인 남도헌한테도 뭔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샤워를 마친 그녀는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다시 외출하는 그녀를 본 오 이모가 다가와 말했다.

"또 외출 하시나요, 아침 안 드세요?"

"출근이 늦을 가봐요."

송은하는 시간을 한번 보더니 말했다.

오 이모는 그녀의 의직업 특성과 의사라는 직업이 사람들한테 존경받는다는 것을 알고 우유를 가져왔다.

"뜨거운 거예요. 먼저 마시고 나가요"

송은하는 오 이모의 걱정에 마음이 따뜻해진 느낌이 들었고 눈을 살며시 아래로 하고 낮게 말했다.

"고마워요."

"아이고, 뭘 고맙긴요."

오 이모의 동그란 얼굴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아주 친근하고 따뜻해 보였다.

송은하가 술을 다 마시고 밖으로 나오자 오 이모가 잔을 넘겨받았다.

그녀는 병원에 바로 출근하지 않았다. 입원실에 다녀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일찍 나온 것이다.

그녀의 엄마는 보호자실에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서 엄마의 상태를 확인해보니 그 어느 때보다도도 심각했다.

기분이 한없이 가라앉았다.

심장 기능 상실로 현재 말기인 어머니의 생명을 되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심장을 교체하는 것뿐이었고, 심장을 교체하려면 거액의 수술비용이 필요했던 것이었다.

그녀는 아빠와 남씨 가문으로 시집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지 않으면 아빠가 수술비용을 주지 않겠다고 협박했었다.

이제 제대로 된 심장만 찾으면 엄마를 살릴 수가 있다.

그녀는 낮고 애절한 목소리로 엄마를 바라보며 말했다.

"엄마, 내가 엄마를 반드시 낫게 할게."

엄마는 그녀한테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따르릉--

주머니 속 휴대폰이 울렸다.

"은하야, 부탁이 있어."

휴대폰 반대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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