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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계약사항은 그를 제한하기 위한 것

그를 제한하려고 분명히 "일주일에 세 번"이라고 썼는데, 어떻게 그게 "일주일에 최소 세 번 이상"으로 바뀐 걸까?

이마리는 얼굴이 붉어지며 말했다.

"안 돼요. 이 계약은 무효예요."

하지만 고연우는 태연했다.

"난 괜찮은데. 당신 마음대로 해."

이런 일이...

이마리는 또다시 얼굴이 달아올랐다.

왜 자꾸만, 마치 자신이 이 부분에 굶주린 사람처럼 고연우에게 뭔가 요구하는 느낌이 드는 걸까?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애초에 왜 이런 계약서를 쓴 거지?

이 부끄러운 감정은 다음 날 아침까지 이어졌다.

고연우는 이미 출근한 상태였고, 테이블 위에는 두유와 계란, 그리고 모닝빵 한 접시가 놓여 있었다.

이마리는 아침을 먹은 뒤, 하이힐로 갈아신고 버스를 타고 출근할 생각이었다.

거울 앞에 선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안색을 살폈다.

검은색 정장은 화려하면서도 단정했고, 무표정한 얼굴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 사람들의 경외심을 자아내며 쉽게 다가오지 못하게 만드는 듯했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회사에 출근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나 있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녀가 다니는 회사는 바로 강지석이 설립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한때 그녀는 강지석과 함께 이 회사를 일구었고, 그 안엔 그녀의 수많은 노력과 시간이 담겨 있었다.

무수한 밤, 고객들과 취할 때까지 술을 마시며 강지석을 위해 프로젝트를 따내던 순간들이 있었다.

이제 그 회사는 곧 공식적으로 강씨 그룹 산하로 편입될 예정이다. 그리고 그녀는, 창립 멤버로서 조용히 사직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회사 건물 앞에 도착했을 때, 마침 한 여자 동료와 마주쳤다.

짧은 요염한 치마에, 굽이 아주 높은 하이힐을 신은 여성이었다.

그녀는 BMW에서 내려, 일부러 이마리 앞을 가로막듯 서더니 천박하게 웨이브진 머리카락을 넘기며 말을 걸었다.

"어머, 이 부장님 아니세요? 우리 사장님은 지금 부장님 상대할 시간 없어요. 지금 나리 씨랑 통화하느라 아주 바쁘시거든요."

김미연은 이마리의 얼굴을 보자, 눈에 짙은 질투가 스쳤다.

강지석과 이마리가 ‘또’ 헤어졌다는 소문은 이미 회사에 퍼져 있었다.

부서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마리가 두 달 안에 강 사장에게 사과하고 돌아갈 거라는 내기까지 있었을 정도였다.

그런데, 예상보다도 빠르게, 이제 겨우 한 달 만에 고개를 숙인 셈이 되었다.

이마리는 그저 담담하게 김미연을 바라봤다.

그녀는 강지석의 비서였다. 김미연은 오래전부터 강지석을 몰래 좋아해왔고, 강지석도 그녀의 마음을 모르는 척 하지 않았다.

이마리는 강지석의 약혼녀였고, 김미연은 그런 그녀를 누구보다 증오했다.

자신의 직책을 이용해 강지석과 은근히 가까운 분위기를 연출하거나, 애매한 상황을 만들어 일부러 자극하듯 행동했다. 공공연한 도발도 여러 번 있었다.

이마리는 예전에도 강지석에게 김미연을 다른 부서로 옮기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강지석은 그녀가 너무 예민하다고 했고, 김미연은 유능한 비서라 옮길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때 이마리는 조금 서운했지만, 자신이 괜히 트집을 잡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매번 양보하고 물러섰던 건 항상 자기 자신이었다.

강지석은 그녀를 위해 단 한 번도 뭔가를 해준 적이 없었다.

그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작은 일 하나하나에서, 자꾸만 증거처럼 드러났다.

사람 마음이란 그런 것이다. 모든 걸 꿰뚫어 보고 나면, 결국 실망하게 된다.

이마리의 무표정한 얼굴에 비웃음이 떠올랐다.

"김미연 씨, 뒤에서만 절 괴롭히는 게 무슨 실력이죠?

하지만 제가 강지석이랑 헤어졌다고 해서 그 자리를 당신이 차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시죠."

예전엔 김미연의 빈정거림과 조롱을 참고 넘겼던 것도 그저 강지석이 곤란해질까 봐서였다.

"뭐라고요...!?"

김미연은 늘 담담했던 이마리가 이렇게 독한 말을 내뱉으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

이마리는 더 이상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아무 말 없이 바로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

김미연은 그녀의 뒷모습을 독기 가득한 눈빛으로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

'지가 뭐가 그렇게 잘났다고? 늘 도도한 표정만 짓고, 동태 눈깔 같은 눈으로… 저러니까 좋아하는 남자 하나 제대로 못 잡는 거지!'

두고 보자. 이마리가 어떻게 고생하는지, 반드시 이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될 것이다.

사장실

"강 사장님."

문 밖에서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문이 살짝 열리더니, 직원 하나가 고개를 들이밀었다.

"이 부장님 오셨습니다."

강지석은 의자에 앉은 채, 싸늘한 표정으로 고개만 들었다.

얼굴빛은 굉장히 어두웠고 마치 누군가가 10억이라도 떼먹은 듯했다.

요즘 내내 그런 상태였다.

방금 전에도 회의석상에서 고위 간부들을 개처럼 몰아붙이며 분노를 쏟아냈다.

회사 전체가 그의 기분이 심상치 않다는 걸 알고 있었고, 누구 하나라도 실수해서 그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조심 또 조심했다.

그런 억압된 분위기는 이마리가 오늘 회사를 찾는다는 전화를 걸어오기 전까지 계속되었다.

그녀가 온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강지석은 그저 짧게 "어"라고만 대답했을 뿐이었다.

직원은 급히 나가, 이마리에게 말했다.

"부장님, 바로 들어가시죠. 사장님이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마리가 사장실에 들어서자, 강지석은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부장님, 오늘 지각하셨군요. 회사 규정과 기본적인 규율을 잊으신 겁니까?"

그 말이 떨어지자, 사무실 안은 찬물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주변에 앉아 있던 몇몇 고위 간부들이 눈빛을 교환하며 모두 속으로는 ‘너무 심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회사가 처음 생겼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마리가 단 하루라도 출근을 늦은 적이 있었던가?

누가 봐도 그녀는 회사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헌신해 왔다.

지금 그녀는 부장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부사장급 이상의 아주 중요한 존재였다.

설령 정말 몇 분 지각했다 하더라도, 이렇게 공개적으로 몰아붙일 일은 아니었다.

강 사장이 지금 이 부장를 괴롭히고 있다는 건 분명했고, 체면 같은 건 아예 생각조차 없는 듯했다.

약혼자라면 오히려 안부부터 묻는 게 도리 아닌가?

게다가 강지석은 그녀의 두 손이 텅 비어 있는 것을 보며 더더욱 언짢아졌다.

예전 같았으면 매일 아침, 그녀가 직접 만들어온 치즈 와플을 건네며 웃어줬을 텐데—

그 치즈 와플은 그가 먹어본 것 중 최고였다.

하지만 오늘은, 아무것도 없었고 강지석의 기분은 그 순간 확 무너졌다.

괜히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오랫동안 대답이 없자, 강지석의 목소리가 점점 거칠어졌다.

"어떻게 된 거죠, 이 부장? 지금 제 말을 전혀 들을 생각이 없는 겁니까?"

주변의 고위 간부들은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못했다.

팽팽한 긴장감이 사무실 안을 가득 메웠다.

그러나 이마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오늘, 저는 사표 내러 왔습니다."

강지석의 동공이 순간 움찔하며 수축됐다.

그녀 입에서 '사표'라는 말을 듣게 될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곧 그는 표정을 추스르며 평정을 되찾았다.

차갑게 말이 나왔다.

"감정을 일에 섞지 마시죠."

이마리는 그 말을 듣고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보나마나, 강지석은 여전히 자신이 단순히 삐쳐서 투정 부리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심지어 회사 일까지 이용해 사적인 감정을 풀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이마리는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사장님, 사직서는 이미 책상 위에 올려 뒀고 이메일로도 보냈습니다. 시간 되실 때 확인 부탁드립니다."

강지석의 얼굴은 완전히 굳어졌고, 고위 간부들을 향해 말했다.

"여러분은 먼저 나가세요."

지시가 떨어지자, 간부들은 빠르게 자리를 떴다.

그들 모두, 이 부장— 이마리가 먼저 자진해서 사직을 꺼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눈치였다.

보아하니, 회사에 무언가 큰 변화가 일어날 것 같았다.

사무실에 조용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강지석은 지친 듯한 표정으로 이마리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는 피로함과 함께, 마치 지금까지 이 여자를 전혀 몰랐던 사람처럼 멍한 기색이 섞여 있었다.

"이마리, 도대체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야?"

이마리는 여전히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당신은 약혼자라는 이름으로, 늘 내 여동생 편만 들었지. 지금 내가 사직서를 내는 것도, 결국 당신이 먼저 시작한 걸… 내가 받아들이는 것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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