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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혹시 몸캠 피싱이라도 당한 건가...?

심재온은 큰누나의 의미를 알 수 없다는 듯 물었다.

"하영 누나, 왜 그렇게 쳐다봐?"

심하영은 치솟아 오르는 슬픔을 억누르고 조용히 손을 뻗어, 약간 삐뚤어진 심재온의 넥타이를 정성스럽게 고쳐 맸다.

그리고 마음을 담아 말했다.

"재온아, 너는 심씨 집안에서 가장 큰 남자고, 우리 집에서 처음으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경찰이야. 오늘은 동생들을 대표해 문 앞에서 손님 맞는 거니까, 모범을 보여야 해."

"언행도 항상 조심하고. 손님들이 우리 심씨 집안이 예의도 교양도 없다고 생각하면 안 돼."

갑작스러운 칭찬과 관심에 심재온은 몸을 움직이지도 못하고 석상처럼 굳어졌다.

큰누나는 원래 집안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았고, 남동생들을 마주쳐도 가볍게 지나칠 뿐이었다.

그런 누나가 직접 넥타이를 매주다니… 기이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이리저리 생각하던 심재온은 조심스레 물었다.

"누나, 혹시… 돈이 필요한 거야?"

…응?

"많이 필요해?"

그는 허둥지둥 휴대폰을 꺼내 설명했다.

"내 적금 통장에 6천만 원 있거든. 얼마나 필요해? 먼저 좀 보내줄게."

"……"

심하영이 말이 없자, 심재온은 고개를 들어 누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 촉촉하게 맺힌 눈물을 보자, 그 자리에서 당황해 굳어버렸다.

"하영 누나… 설마 불법 대출 받은 건 아니지!?"

그는 순간, 젊은 여성이 대출을 받고 나체 사진을 찍으라는 몸캠 피싱 협박을 받았다는 뉴스 기사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 멍청하고 착한 녀석…

심하영은 고개를 돌려 눈물을 훔치고 마음을 가다듬은 뒤 말했다.

"불법 대출 같은 거 안 했어! 그리고 내 예금이 너보다 많아. 너는 아직 초봉 경찰인데 무슨 큰돈이 있겠니."

심씨 집안 여러 아이들은 모두 나라에 보탬 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연구를 하거나 공직에서 일하거나.

그중에서 회사로 독립해 있는 건 심하영뿐이었고, 경제적으로는 오히려 여유로운 편이었다.

"그럼 왜 울어?"

심재온은 이리저리 생각을 굴리더니, 마당에서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고 있는 최서휘 쪽을 바라봤다.

"하영 누나, 혹시 최서휘가 뭐라고 했어?"

표정은 씩씩하고 진지했으며, 금방이라도 팔을 걷어붙이고 달려갈 기세였다.

심하영은 황급히 해명했다.

"아냐! 그 사람이랑은 아무 상관 없어."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그냥 문득 깨달은 거야. 내가 예전엔 너무 엉망이었다는 걸. 부모님 문제 때문에 심씨 집안 모두에게 거리 두고 차갑게 굴었던 건 잘못이었지."

심하영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던 심재온은, 갑자기 환하게 웃으며 무척 흐뭇해했다.

심재온은 감격에 겨운 듯 말했다.

"할머니 말씀이 맞았어. 하영 누나는 그동안 막다른 골목에 갇혀 있었던 거고, 지금 생각이 트이니까 자연스럽게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은 거야."

"할머니가 그런 말을…?"

심하영은 놀라 눈을 깜빡였다.

그 할머니는 늘 그녀에게 무심했기 때문이다. 명절에 마주쳐도 서로 나누는 대화가 손에 꼽힐 정도였다.

그래서 심하영은 할머니가 자신을 싫어한다고만 생각해왔다.

그녀가 아무것도 모르는 걸 보고, 심재온은 한숨을 쉬듯 차분히 설명했다.

"할머니도 젊었을 때 건축 디자인 공부하셨어. 근데 외증조부님이 엄청 보수적이어서, 여자애는 회사 물려받을 수 없다고 못 박으셨대."

"그래서 평생 전업주부로만 지내셨지만… 큰누나가 창업한다니까 진짜 기뻐하셨어. 큰누나 스튜디오 첫 번째 큰 프로젝트도 사실 할머니가 소개해주신 거야."

건축 디자이너가 되지 못한 것은 조선옥에게 평생의 한이었다.

그리고 그 한을 풀어줄 수 있다고 믿은 사람이 바로 심하영이었다.

심하영은 멍하니 서 있었다.

전생에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선의를 보지도 못하고 흘려보낸 걸까?

"하영아."

심광섭의 목소리가 그녀의 생각을 끊었다.

고개를 들자, 마당에서 심광섭이 손짓하며 부르는 모습이 보였다.

그 옆에는 뛰어난 미모의 여자가 서 있었다.

보라색 벨벳 롱드레스를 입고, 이목구비는 심하영과 30% 정도 닮아 있었다.

그녀는 바로 심하영의 생모, 주이란. 낳아준 인연은 있으나 길러준 정은 단 한 톨도 없는 존재였다.

"재온아, 너 먼저 가서 일 봐. 나중에 얘기하자."

심재온의 팔을 가볍게 두드린 뒤, 심하영은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심광섭과 주이란 쪽으로 다가갔다.

심하영이 가까이 가기도 전에, 주이란은 버들잎처럼 가늘고 긴 눈썹을 찌푸리며 위아래로 그녀를 훑었다.

심하영이 선물도 없이 작은 손가방 하나만 들고 온 걸 보자, 바로 얼굴이 굳으며 책망하는 어조로 비난했다.

"빈손으로 온 거야? 할머니 생신 선물도 준비 안 했어?"

주이란은 옆에 서 있는 조카딸 임희영을 힐끔 보더니, 일부러 심하영을 더 크게 무안 주듯 말했다.

"네 언니는 일주일 전에 사람 시켜서 경매에서 희귀 도자기 세트를 구해왔어. 할머니 생신 축하하겠다고. 너는 심씨 집안의 맏딸인데, 어떻게 생신에 선물 하나 없이 와?"

주이란의 목소리는 시끄러울 만큼 선명했고, 심하영을 혼내는 말에 전혀 힘을 빼지 않았다.

순식간에 주변 손님들의 시선이 일제히 심하영 쪽으로 쏠렸다.

'이 아이가 심씨 집안 유일한 손녀라는 그 심하영?'

전설처럼 떠돌던, 눈만 높고 온갖 말썽을 피우는 불효녀 심하영.

그 소리가 또다시 나오자, 심하영은 오히려 한없이 차분했다.

심하영은 밝게 미소 지으며, 주이란과 사촌 언니 임희영을 보았다.

"엄마 말이 맞아요. 언니에 비하면 저는 양심도 없는 쓰레기죠."

주이란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철이 들었나 하고 의아해하는 순간, 심하영은 말을 이었다.

"언니는 어릴 때부터 엄마 곁에서 교육받고 자라서 똑똑하고 효심 깊고 당당하잖아요."

"그런데 저는요? 시골에서 자라 촌구석 초등학교 다니고, 구운 감자 먹으며 컸으니 예의범절을 어디서 배우겠어요?"

"제가 엄마 체면 다 깎아먹었죠."

"……"

주변 공기가 순식간에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심하영의 몇 마디 말에 주이란의 치부가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마당 구석에서 손님들이 하나둘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심하영이 진짜 심씨 집안에 버려져 자랐던 거구나. 친딸을 시골에 두고, 오히려 조카딸을 데려다 키웠다니… 심광섭 부부도 참."

"주이란은 왜 저래?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도 않더니, 이제 와서 예의가 없다며 타박을 하네."

"불효녀라고? 딸이 효도하려면 부모가 먼저 자애롭고 공정했어야지."

"그러게. 기가 막히네."

주이란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며 당황했고, 손님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는 걸 느끼자 다급하게 심하영에게 날카로운 목소리로 경고했다.

"하영아, 무슨 망발이니! 오늘 최씨 집안 친척들도 오는데, 정신 좀 차려!"

사촌 언니 임희영도 부드러운 척하며 중재했다.

"하영아, 힘들게 돌아왔는데 오자마자 이모랑 다투지 마. 이렇게 사람들 많은데… 웃음거리 되잖아."

웃음거리?

심하영은 고급 교육을 받고 늘 단정하게 예절 갖춘 척하는 이 사촌 언니를 차갑게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비웃듯 말했다.

"제가 어떻게 언니만큼 웃기겠어요?"

임희영은 그 장난기 섞인 시선에 오싹함을 느꼈다.

심하영은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듣자 하니, 언니 친할머니 생신 때는 5만 원짜리 봉투에 넣어드렸다고 하던데... 그런데 우리 할머니 생신에는 희귀 도자기 세트를 경매로 사 왔다면서요?"

"도시 사람들은 참 정성도 남달라요. 친할머니 생신은 적당히 넘기고, 남의 할머니 생신에는 그렇게 성대하게 챙기시다니."

"우리 시골에서는요, 이렇게 하면 마을 아주머니들한테 평생 씹혀요."

그 말을 듣는 순간, 하객들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일제히 임희영에게 시선이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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