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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가장 청순하고 사랑스러운 연금술사가 되자

심하영은 속으로는 이를 갈 정도로 미워하면서도, 겉으로는 차분한 어조를 유지했다.

"저혈당이 와서 좀 어지러웠어요. 큰 문제는 아니에요."

"정말…"

최서휘는 깊게 숨을 내쉬며 안도했다.

"저혈당이 있는데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앞으로 공복에 조깅하지 마. 물은 꼭 마시고, 아침은 꼭 챙기고…"

그는 마치 연애 초반의 다정한 남자처럼 이것저것 길게 당부를 늘어놓았고, 충분히 만족한 듯해서야 전화를 끊었다.

20분 뒤, 초인종이 울렸다.

배달원이 들고 온 것은 저혈당 환자에게 좋다는 보충제 세트 한 움큼과, 블랙 매직 장미 한 다발이었다.

블랙 매직 장미는 붉은빛이 감도는 짙은 보라색의 벨벳 꽃잎을 지닌 장미였다.

깊고 고귀한 영혼을 상징하는 꽃.

한눈에 보기만 해도 '최서휘의 취향'이었다.

그리고 그와 진나온의 사랑 같았다. 겉으로는 위대하고 깊어 보이지만, 속은 시커멓게 썩은.

저녁 6시, 최서휘가 아파트에 도착했다.

초인종을 누르고 문이 열리자마자 자연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심하영은 다리를 문틀에 고정시키고, 오른손을 쭉 뻗어 그의 앞을 막았다.

"밖에서 기다려요."

말투는 차갑고 단호했다.

최서휘는 그녀의 손을 보더니, 입가에 흥미로운 미소를 띠었다.

"오늘은 왜 그래? 안에서 쉬라고 안 해?"

심하영은 무표정하게 설명했다.

"남자랑 여자 둘이 집 안에 단둘이 있으면, 밖에서 보면 오해하잖아요."

최서휘가 자신에게 달콤한 말을 속삭이던 그 시기에, 뒤에서는 진나온과 몰래 만났다는 사실만 생각해도 심하영은 온몸이 울분으로 끓어올랐다.

그 더러운 놈이 자기 집에 들어온다는 상상만 해도 구역질났다.

하지만 최서휘는 이 상황을 새로운 연애 놀이로만 받아들였는지 문밖에 선 채 협조하듯 웃었다.

"그럼 빨리 해, 하영 아가씨."

그의 태도에서 드러나는 명문가의 공자 같은 기풍, 그러나 심하영에게는 오로지 위선으로만 보였다.

문을 냉정하게 닫아버린 뒤, 그녀는 부엌으로 가 미지근한 물을 한 컵 마시며 속의 역겨움을 씻어냈다.

그제야 하이힐로 갈아 신고 가방을 챙겨 최서휘와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지하 주차장까지 나란히 걸으면서, 심하영은 간간이 그를 올려다봤다.

그 작은 행동까지 놓치지 않은 최서휘는, 마치 여자친구의 애교를 받아주는 듯한 귀공자 같은 미소를 지었다.

"뭘 그렇게 봐?" 그가 물었다.

심하영은 가볍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당신이 얼마나 큰지 보고 있었어요."

"알잖아. 나 185."

올해 스물넷, 체격이 완전히 다 자란 성인 남성답게 그는 어깨가 넓었고 허리는 잘록하며 체형이 눈에 띄게 섹시했다.

잘생긴 얼굴, 큰 키, 좋은 집안. 최서휘는 여자를 매혹시키기엔 충분한 조건을 갖춘 남자였다.

심하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알았어요."

앞으로 그녀는 이 185cm를 기준으로 최서휘와 진나온을 위한 합장 관을 맞춤 제작할 생각이었다. 둘이 죽으면 관 뚜껑에는 직접 한 쌍의 만장을 써 붙일 것이다.

왼쪽에는 [하늘을 속이고, 땅을 속이고, 소꿉친구를 속이고], 오른쪽에는 [마음을 훔치고, 사랑을 훔치고, 남자를 훔치고], 그리고 가로에는 큼지막하게 [쓰레기 남녀]라고.

그들의 가슴 아픈 불륜사를 기념하려면, 좋은 시·좋은 문구·좋은 관이 있어야 격이 맞았다.

심씨 집안 차고에 도착한 후 차를 세운 최서휘가 물었다.

"삼촌 집 걔도 돌아왔어?"

삼촌 집 걔, 심구원. 심하영의 사촌 동생이자, 작년 대학수학능력시험 전국 수석. 현재 A대 약학과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아직 신입생임에도 불구하고, 두 달 전 약학과 학과장은 그를 예외적으로 마지막 제자로 받아들였다.

경호시립대 약학과 출신은 각 제약회사 연구실의 핵심 인재가 되는 게 통상인데, 학과장의 마지막 제자라면 그 앞날은 말 그대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밝았다.

심구원이 조선옥 할머니 생신에 온다는 소식에, 여러 제약회사 대표들이 몸을 낮춰 심씨 집안에 인사하러 찾아올 정도였다.

전생에서의 심구원을 생각하니, 심하영의 가슴이 콕콕 찔렸다.

그렇게 재능 있고 국가 의약계를 이끌던 동생이 최서휘에게 누명까지 쓰고 죽다니...!

그 순간, 심하영의 최서휘에 대한 증오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치솟았다.

하지만, 그의 앞에서 이 증오를 들키는 순간 모든 것이 끝이다.

그녀는 환생한 사람이었다. 최서휘의 음모를 안다고 해서 당장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경찰서에 달려가 "이 남자가 미래에 우리를 죽일 거예요!"라고 외치기라도 할까?

경찰은 그녀를 정신 이상자로 취급할 것이다.

그 틈을 타 경계심만 더 커진 최서휘는 오히려 심씨 집안을 더 빠르게 쓸어버릴 것이다.

이번 생에서 심하영은 결심했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기로.

최서휘 곁에서 가장 청순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 연금술사'가 되어, 아무도 모르게 함정을 파고, 그가 걸음마다 빠져 허우적대게 만들 것이다.

최서휘를 가장 깊은 지옥으로 떨어뜨리고, 그의 명예도 인생도 산산조각 낼 것이다.

동시에, 심씨 집안의 맏딸로서 제대로 살아갈 것이다.

심구원과 나머지 동생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그들의 마음속에 부끄럽지 않은 누나가 될 것이다.

그때, 최서휘가 또다시 느슨하게 한마디를 던졌다.

"A대 약학과에서 최근 유전성 심장병 특효약 연구한다던데, 사실인지 모르겠네."

"만약 사실이라면, 그 심장병 환자들도 새로운 삶을 맞이하겠지."

연애 맹목을 벗고 나니, 그의 말 한마디에 얼마나 많은 함의가 담겨 있는지 선명하게 들렸다.

그는 '심구원에게 알아보라'고 돌려서 암시하고 있었다.

전생에 심하영은 정말 멍청하게도 최서휘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심구원에게 가서 물어봤었다.

심구원은 머리도 좋고 학문에는 더욱 엄격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사촌누나가 연구실 기밀을 캐묻는 듯한 행동을 하자, 그는 크게 실망했고 반감마저 품었다.

그 일은 결국 심구원이 그녀와 선을 긋는 결정적 도화선이 되었고, 그렇게 멀어진 관계는 끝내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이번 생에서 심하영이 다시 그런 바보 짓을 할 리 없었다.

심하영은 태연하게 모르는 척했다.

"나도 잘 모르는데. 삼촌 연락처 보내줄까요? 삼촌한테 직접 물어봐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최서휘의 웃음이 딱딱하게 굳었다.

오늘 심하영이 왜 이러지?

예전의 그녀는 그의 암시를 누구보다 빠르게 알아듣고, 마치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처럼 그의 일에 발 벗고 나서던 여자였다.

뼈다귀 하나만 던져줘도 감동해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던 순진한 모습이었는데.

최서휘는 답답함과 짜증이 올라왔지만, 지금은 심하영에게 화를 낼 처지가 아니었다.

진나온의 최근 건강 검진 수치가 좋지 않았고, 심하영의 심장은 여전히 매우 유용했다.

이 중요한 시점에 심하영을 자극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억지로 미소를 띠며 심하영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냥 아무렇게나 말해본 거야. 연구실 기밀인데 쉽게 물어볼 수 있겠어?"

심하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동의하는 척했다.

"물어볼 수 없는 걸 알면… 그럼 그냥 입 다무는 게 좋죠."

최서휘의 표정이 순간 어둡게 가라앉았다.

말문이 막힌 것이다.

두 사람은 말을 잃은 채 그대로 걸어 심씨 집안 대문 앞까지 올랐다.

심명수는 큰아들 심재온을 데리고 문 앞에서 손님을 맞고 있었다.

두 사람이 함께 오는 걸 보자, 심명수는 활짝 웃으며 반겼다.

"최 선생님, 오셨군요. 어서 안으로 드시죠."

그는 직접 최서휘를 안으로 안내했다.

심하영은 더 이상 그의 뒤를 좇아다니는 그림자가 되지 않았다.

계단에 홀로 서서 슬픈 눈빛으로 사촌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전생의 참혹한 장면이 머릿속에서 번개처럼 스쳤다.

컴컴한 지하 주차장. 기둥 사이로 비쳐드는 희미한 불빛. 코와 얼굴이 멍든 채 사지가 묶여 끌려가는 남자.

그리고… 아직 공사 중인 바닥에 그대로 밀쳐 넣어져 산 채로 시멘트에 묻혀가는 장면.

그것이 바로 심재온의 전생 결말이었다.

심하영은 열 손가락을 꽉 쥐었다.

손바닥이 아파올 정도로 힘을 주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 조용히 피눈물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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