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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모레티 가문의 본가에 도착하자 주요 가문 인물들과 동맹들이 이미 전부 모여 있었고 수십 명이, 이 집안의 안주인인 내가 나서서 모든 걸 챙기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레티 가문은 전통과 규율을 유난히 중시했고 대부 카를로와 그의 아내는 특히 체면을 목숨처럼 여겼기에 나는 사람들 앞에서 완벽하고 순종적인 아내를 연기해야만 했다.

어차피 7일만 더 지나면 떠날 거니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연기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었다.

쓸데없는 인사치레는 줄이고 나는 몸에 맞는 예복으로 갈아입은 뒤 연회 준비 상황을 돌며 확인하기 시작했고 레오는 현관 쪽에서 나를 바라보다가 무슨 말을 하려는 듯했지만 끝내 입을 다물었다.

"레오, 이리 와서 페르난도 삼촌이랑 부두 새 사업 얘기나 해, 연회 준비는 여자들이 알아서 챙기면 돼, 거기서 뭐 하고 서 있어?"

그는 원래 나를 따라오려던 듯했지만 어머니의 부름에 미간을 찌푸린 채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

연회 총괄이 내게 길게 뽑힌 진행표를 건넸고 그건 대부 부인이 미리 정해 둔 내용으로, 복잡한 코스 요리와 값비싼 술, 밴드 공연, 하객 좌석 배치까지 하나하나가 빠짐없이 적혀 있었으며 전부 내가 감독하고 최종 확인해야 하는 항목들이었다.

결혼 초엔 이런 번잡한 격식을 몰랐고 레오는 가르쳐 줄 생각도 없어서 나는 그의 부모에게 줄곧 냉대를 받았다.

그들은 자기 아들이 겉만 번지르르한 장식품을 데려왔다고 생각했다.

"어느 집안 여자가 이런 것도 몰라?"

"여자는 격식도 세우고 집안일도 다 잡아야지."

"우리 아들이 가문 일로 종일 뛰는데, 돌아와서 네가 안주인 노릇하는 법까지 가르쳐야 해?"

"에휴, 며느리를 들인 건지 모셔 둬야 하는 도자기를 들인 건지."

……

사실 우리 집안에도 이런 일을 전담하는 팀이 있었다.

모레티 가문도 마찬가지라 서로 각자 영역을 맡고 살면 될 일이었는데 대부 부부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내게 '안주인의 의무'라는 이름으로 이런 것들을 억지로 배우게 했다.

동맹의 평화를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어 나는 이를 악물고 익혔고 수없이 가식적인 웃음을 받아내고 수없이 터지는 돌발 상황을 처리한 끝에 이제는 이런 연회를 능숙하게 치를 수 있게 됐지만 그들은 그걸 당연하게 여기며 매주 파티를 벌여 놓고는 내 이름을 콕 집어 내가 맡으라고 했다.

그럼에도 대부 부인은 연회가 시작되면 어디가 덜 호화로운지, 누가 홀대를 받았는지 꼬투리를 잡았고 그녀의 말은 유독 독해서 늘 나만 겨눴지만 상관없었다.

나는 곧 떠날 사람이니까.

연회장은 불빛이 눈부시게 번쩍였고 잔이 부딪히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뒤섞여 한껏 떠들썩했다.

"야, 레오! 내가 괜히 참견하는 건데 너랑 캐서린 결혼한 지도 꽤 됐잖아, 언제쯤 가문에 후계자 하나 보태려는 거야?"

"그러게, 요즘은 임신이 잘 안 되는 여자들도 많다던데 가문의 전담 주치의한테 한 번 검사받게 하는 게 어때?"

"후계자 문제는 빨리 정해 두는 게 좋지, 괜히 시간 끌다가 일 커지면 곤란하잖아!"

……

레오의 얼굴이 굳어졌고 그는 반사적으로 내가 있는 쪽을 바라봤지만 나는 아무것도 듣지 못한 것처럼 태연하게 굴었다.

연회가 절반쯤 진행됐을 때 초인종이 울렸고 나는 누가 왔는지 알았다.

이사벨라, 가문 전체가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떠받드는 그 소녀였다.

그녀는 내 집안에서 희생된 충성스러운 동료의 유가족이었고 이후 우리 집안이 모레티 가문과 동맹을 맺으면서 그녀는 내 곁을 따라 이곳에 자주 드나들었는데 나는 대부 부부의 눈에 들지 못했다.

반면 그녀는 늘 그들을 웃게 만들었으며 그렇게 몇 번 오가다 보니 그녀는 자연스럽게 모레티 가문에 입양돼 그들의 양녀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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