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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박연진, 당장 무릎 꿇어

"나... 내가 다시 살아났다고?"

박연진은 거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5년 전의 얼굴이었다.

조금은 앳되고 풋풋했지만, 미래의 눈부신 미모를 감추지는 못했다.

박연진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휴대폰에 표시된 날짜—2030년 10월 23일.

자신이 불길에 휩싸이기 꼭 5년 전!

박씨 집안에 돌아온 지 보름도 채 되지 않았을 때였다!

박연진은 자조적인 웃음을 터뜨렸다. "지난 생의 내가 하도 멍청해서, 하늘이 비웃으며 기회를 한 번 더 준 건가?"

어쨌든, 이번 생은 절대 남을 위해 살지 않겠어.

오직 나, 박연진만을 위해 살 거야!

익숙하면서도 낯선 방을 둘러본 박연진은 침착하게 잠옷을 갈아입었다.

흰색 티셔츠에 물 빠진 청바지.

깔끔한 단발머리가 시크하고 세련돼 보였다.

다시 한번 거울 앞을 바라보았다.

박연진은 박씨 집안에 올 때 단출한 짐가방 하나만 들고 왔었다.

미래의 행복한 삶, 친가족을 찾았으니 더는 외로움을 견디지 않아도 되리라는 희망에 부풀어서.

하지만 화려하기만 한 이 박씨 집안은 그녀에게 어떻게 했던가?

그녀를 고통스럽게 괴롭히다 결국 죽이고 버렸다!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쾅쾅.

문밖에서 격렬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거울 속 그녀의 눈빛이 순식간에 변했다.

얼마 남지 않았던 희미한 기대는 산산조각 났고, 그 자리에는 얼음장 같은 냉기만 남았다.

그녀는 무표정하게 문을 열었다.

"박연진, 아빠 엄마가 내려오래!"

눈앞에는 훤칠하고 잘생긴, 명품 옷을 입은 남자가 박연진을 못마땅한 듯 노려보고 있었다.

박연진과 피를 나눈 오빠.

박씨 가문 일곱째 아들—박진우였다.

박연진과 마찬가지로 서현시 오리카 대학교 재학 중이었다.

명문 대학이었다.

박진우는 3학년, 박연진은 2학년.

박하은은 올해 수능을 치고 막 입학한 1학년 신입생이었다.

"알았어."

박연진의 반응은 지극히 차가웠다.

그 모습에 박진우는 잠시 주춤했다.

기억 속의 박연진은 박씨 집안에 돌아온 이후로 줄곧 가족들의 비위를 맞추려 애썼다.

심지어 자존심도 없이 소처럼 일하며 주눅 든 모습을 보여, 박진우는 볼 때마다 짜증이 날 정도였다!

어렵게 되찾은 친동생이라는 걸 알면서도!

하지만 박진우에게는 이미 동생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 뼛속까지 아끼는 박하은 말이다!

눈앞의 이 여자는? 그저 갑자기 튀어나온, 말 한마디 크게 못 하는 짐 덩어리일 뿐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박진우는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박연진,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스스로 잘 알겠지. 내려가서 혼날 준비나 해!"

말을 마친 박진우는 뒤돌아 가버렸다.

무슨 짓...

박연진은 입꼬리를 비틀었다.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기억이 서서히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박연진은 오늘이 무슨 날인지 떠올렸다.

마침 잘됐다.

박연진이 주머니에 두 손을 꽂은 채 여유롭게 빌라 1층으로 내려갔다.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저것 보라지. 박연진의 친부모가 울고 있는 박하은을 품에 안고 부드럽게 달래고 있었다.

저 모습만 보면 누가 박연진이 박씨 가문의 진짜 딸이고 박하은이 입양된 딸이라고 생각하겠는가?

아마 신분이 뒤바뀌었다고 여길 것이다.

박연진의 마음이 여전히 조금 따끔거렸다.

그랬다. 수십 년을 갈망하며, 그걸 위해 자신의 능력과 신분을 숨기고, 땅바닥의 개미처럼 비굴하게 살았다.

그 모든 것이 이 어렵게 얻은 '가족애' 때문이었다!

다시 태어났다고 한들, 처음부터 이 감정을 완전히 끊어내기가 어찌 쉬울까?

하지만.

박연진은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박연진은 그렇게 차갑게 박영호와 백민정을 바라보았다.

마치 자신은 관객이고,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한 편의 연극을 감상하는 것처럼.

박진우가 아래층으로 내려와 박연진의 그런 모습을 보고는 버럭 화를 냈다.

"하은이가 저렇게 우는데 묻지도 않아? 박연진!"

"내가 울린 것도 아닌데, 뭘 물어봐?"

"너...?!"

박연진이 조금도 뉘우치는 기색 없이 오히려 모르는 척하자, 박진우는 박연진의 뺨이라도 한 대 세게 후려치고 싶었다.

절대 인정할 수 없었다! 이렇게 음흉하고 악독한 여자가 자신과 피를 나눈 친동생이라니!

박진우는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박연진을 바라보았다. 당장이라도 박연진이 죽어버렸으면 하는 눈빛이었다.

그래야 하은이가 저렇게 힘들어하지 않을 테니까!

박연진은 당연히 박진우의 시선을 느꼈다.

예전 같았으면 가슴이 찢어질 듯이, 죽을 것처럼 아팠을 것이다.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지? 왜 친오빠가 저런 눈으로 나를 보는 걸까?

박하은이 원하는 건, 단 한 번도 빼앗은 적이 없는데.

박연진은 언제나 양보하는 쪽이었다.

'가족'이라는 이 두 글자 때문에 이 정도로 했는데!

혈육으로 이어진 가족들이 자신을 한 번이라도 봐주길 바랐을 뿐이다.

박연진은 자신의 인생을 비굴하게 팔아넘겼다!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부족한가?

부족했다!

박씨 가문 사람들 눈에는 박하은이 가장 중요했다.

박연진은 있으나 마나 한 존재였다.

어쩌면 이 친딸이라는 여자는, 차라리 그때 정말 죽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박진우와 박연진의 다툼은 결국 박영호 쪽의 주의를 끌었다.

"민정, 당신이 하은이 좀 챙겨."

박영호는 백민정에게 당부하고는, 싸늘하게 굳은 얼굴로 일어나 박연진의 앞으로 다가왔다.

"박연진, 당장 무릎 꿇어!"

우렁차고 매서운 목소리가 박연진의 귓가를 울렸다.

박진우는 입가에 조롱하는 미소를 머금고 팔짱을 낀 채, 좋은 구경거리가 생겼다는 듯 기다렸다!

하은이를 저렇게 슬프게 했으니, 이번에 박연진은 죽지 않더라도 최소한 껍질은 벗겨질 것이다!

기억 속의 박연진은, 박영호가 저렇게 화를 내자, 겁에 질려 어쩔 줄 몰라 하며 순순히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박연진은 지극히 평온한 눈빛으로 박영호를 바라보았다.

"제가 왜 무릎을 꿇어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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