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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한재희는 차준호의 얼굴에 떠오른 흠잡을 데 없는 걱정 어린 표정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자신이 청력을 되찾았다는 사실을 그에게 알리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한재희가 고개를 끄덕이자 차준호의 눈동자에 안도의 빛이 스쳤고, 다행히도 그녀는 듣지 못한다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는 곧바로 그녀의 손을 잡고 부회장실 앞에서 벗어나게 했는데, 마치 문 안에서 오갔던 더러운 말들이 그녀의 귀를 더럽히기라도 할 것처럼 보였다.

"재희, 우리 지금 바로 웨딩드레스 보러 가자."

그는 익숙한 손짓으로 수어를 이어 갔고, 눈빛은 여전히 다정했으며, 방금 전 비서를 상대로 농을 주고받던 남자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느껴졌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차준호는 습관처럼 그녀의 어깨를 감싸려 했지만, 한재희는 아무렇지 않은 척 몸을 틀어 그 손길을 피해 버렸고, 대신 머리를 정리하는 척 손을 들어 올렸다.

지금의 그의 접촉은 따뜻함이 아니라 서늘한 기운만을 안겨 주고 있었다.

"부회장님, 아직 서류가 남아 있습니다."

수석 비서 김서연이 서류 더미를 안은 채 차준호의 책상 옆에 우아한 자세로 서 있었다.

한재희를 보자 공손한 미소를 지었지만, 그 눈빛 깊숙한 곳에는 미묘한 도발이 스쳐 지나갔다.

"아… 그래."

차준호는 수어로 그렇게 전하더니, 곧바로 다시 손을 움직였다.

"재희, 잠깐만 기다려."

그는 다시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서류 몇 장에 서명한 뒤 곧 나올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유리창에 비친 희미한 반사 속에서, 김서연이 그의 곁을 지나며 손가락으로 그의 허리 뒤쪽을 따라 은근한 곡선을 그리는 장면이 한재희의 눈에 들어왔다.

차준호는 그 어떤 회피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한재희의 심장이 바늘에 찔린 듯 움찔하며 급격히 조여 들었다.

그녀는 억지로 시선을 돌려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진 창가로 걸어가 사무실을 등지고 섰다.

차준호가 밖으로 나오자 그는 뒤에서 그녀를 가볍게 안았고, 턱을 그녀의 정수리에 얹은 채 눈앞에서 수어를 이어 갔다.

"기다리느라 기분 상했어? 오늘 저녁은 뭐 먹고 싶어? 내가 레스토랑에 말해 둘게."

예전 같았으면 이런 다정함 하나로도 그녀의 불안은 말끔히 녹아내렸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온기 속에 다른 여자의 향수 냄새가 섞여 있어 속이 울렁거릴 지경이었다.

한재희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몸을 돌려, 최대한 피곤해 보이는 미소를 얼굴에 걸었다.

그리고 수어로 답했다.

"아니야. 그냥 좀 피곤해. 어제 잠을 잘 못 잤나 봐."

그녀는 배 쪽을 가리키며 다시 손을 움직였다.

"여기가 조금 불편해."

차준호의 얼굴이 즉각 굳어졌다.

"위 또 안 좋은 거 아니야? 지금 바로 의사 불러서 집으로 오게 할게."

그는 곧바로 내선 전화를 집어 들고 지시했다.

"서연, 오늘 오후 일정 전부 취소해. 그리고 이 원장님께 연락해서 지금 바로 빌라로 와 달라고 해."

명확하고 단호한 그의 말투에는 그녀를 향한 걱정이 가득 담겨 있었지만, 한재희에게는 그 모든 것이 비극적인 아이러니로만 느껴졌다.

이토록 세심한 배려가 이제 와서는 양심의 가책을 덜기 위한 연기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까지 안 해도 돼."

그녀는 수어로 천천히 전했다.

"집에 가서 조금 쉬면 괜찮아질 것 같아."

"안 돼. 반드시 진료 받아야 해."

차준호는 단호하게 말하며 재킷을 집어 들었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내가 집에 데려다줄게."

이번에는 한재희가 피하지 않았다.

지금은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평정을 유지해야 했다.

사무실을 나서자 김서연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차준호가 한재희를 감싸 안은 손을 바라보며 그녀의 눈빛이 잠시 어두워졌지만, 얼굴에는 여전히 완벽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부회장님, 차는 준비돼 있고요. 이 원장님 쪽도 연락 완료했습니다. 바로 이동하신다고 합니다."

"그래."

차준호는 짧게 답했을 뿐, 시선은 한 순간도 한재희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럼 오늘 밤은… 다음에 뵈어야겠네요. 준호 오빠."

김서연은 아무렇지 않은 듯 던졌고, 차준호는 그녀를 향해 경고하듯 시선을 보냈다.

그녀는 그제야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물러섰다.

한재희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어 버렸고, 떨림을 가까스로 억눌렀다.

차준호는 그녀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고 고개를 숙여 물었다.

"왜 그래? 추워?"

한재희는 고개를 저으며 일부러 몸의 긴장을 풀었다.

그리고 수어로 답했다.

"아니야. 그냥 좀 어지러워서. 이렇게 기대 있으니까 훨씬 괜찮아."

차준호는 그 말을 그대로 믿은 채 그녀를 더욱 꽉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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