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한국어
챕터
설정

제2화 나에게 빌면, 구해주지

남자는 갑자기 품 안으로 쓰러진 여자를 내려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의 눈가에는 방금까지 흘렸던 눈물 자국이 선명했고, 원래 깨끗했던 하얀 원피스는 낙엽과 흙으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

급하게 나오느라 신발도 신지 않은 채였다. 정말로 처참하고도 가련한 모습이었다.

그는 차가운 손으로 하윤아의 작고 창백한 얼굴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낮고 매혹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사람을 구하는 데는, 대가가 필요해.”

하윤아는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이 남자의 온몸에는 위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녀는 침을 삼키며 마음을 다잡았다. 뒤쫓아오는 놈들을 떠올리자, 갑자기 흔들리던 눈빛이 굳건하고 강렬하게 변했다.

“좋아요, 원하는 걸 드릴게요.”

하씨 집안의 장녀로서, 못 줄 것은 없었다.

“좋아.”

남자는 갑자기 그녀를 번쩍 들어 올리더니, 옆에 있는 사람을 향해 말했다.

“처리해.”

뒤에서 쫓아오던 누군가가 소리쳤다.

“그 여자, 당장 내려놔!”

하윤아는 본능적으로 남자의 품속에 몸을 움츠리고, 그의 옷깃을 꽉 잡았다.

그 순간, 쫓아오던 남자들 중 한 명이 갑자기 고통스럽게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곧이어 거친 타격음이 들려왔다.

남자는 그녀를 품에 안은 채 차로 걸어갔고, 운전기사는 급히 우산을 펼쳐 두 사람의 머리 위로 드리웠다.

차 안에서 하윤아는 숨이 점점 거칠어졌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이 남자에게서 멀어지고 싶었지만, 몸이 점점 더 말을 듣지 않았다.

그녀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이 남자가 자신을 어디로 데려가는지조차 모른 채, 그녀의 머릿속은 점점 더 흐릿해졌다.

그렇게 몽롱한 상태에서 차가 멈췄고, 남자는 그녀를 들어 올려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곧바로, 그녀를 킹 사이즈의 화려한 유럽풍 침대 위로 내던졌다.

하윤아는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랐고, 흐릿한 시야 너머로 침대 곁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검은 수트를 입은 그는 날카로운 이목구비에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고, 입가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는 마치 군왕처럼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붉어진 얼굴을 보며, 그는 단숨에 상황을 파악했다.

“너무 괴로워요... 의사 좀 불러줄 수 있나요?”

하윤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간절히 물었다.

남자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놈들을 다 처리했으니, 이젠 대가를 받아야지.”

그는 넥타이를 풀고, 상의를 벗어 던졌다.

하윤아는 그가 말하는 ‘대가’가 자신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한 번도 이런 일을 겪어본 적 없는 그녀는 겁에 질려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제가, 제가 돈 드릴 수 있어요. 원하는 만큼요.”

“내가 돈이 부족해 보여?”

남자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낮게 웃었다.

이 여자가 겁먹은 얼굴로 몸을 움츠리는 모습이 꽤 흥미롭군.

“저...”

하윤아는 두려움에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오늘이 성년식이라면서? 그렇다면, 진짜 어른이 되는 법을 가르쳐 줄게.”

남자는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가까이 대며 속삭였다.

그녀의 예민한 반응을 느낀 그는 피식하고 웃었다.

“너, 참 예민하구나.”

“그만해!!!”

하윤아는 마치 궁지에 몰린 어린 짐승처럼 날카롭게 소리쳤다.

“그쪽, 날 알아요?”

“뭘 그렇게 버티고 있어? 네 남자는 지금 다른 여자랑 즐기고 있고, 네 절친 남민희는 하예린과 손잡고 너를 함정에 빠뜨렸어. 네가 다른 남자와 침대에 있는 모습을 찍어 퍼뜨리려고 하고.”

“심지어 네 새엄마는 이미 여러 언론사랑 불러놓고 기다리고 있더라. 이제 너한테 남은 건 뭐겠어? 가문의 지분? 그딴 건 꿈도 꾸지 마. 넌 아마 앞으로 평범하게 사는 것조차 힘들 걸?”

남자의 가볍게 내뱉은 말들이 하윤아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아까 찍힌 사진이 떠올랐다. 비록 옷이 완전히 벗겨지진 않았지만, 만약 유포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스캔들이 될 만했다.

“당신 누구야? 어떻게 다 알고 있어?”

그녀는 차갑게 남자를 노려보았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는 마치 모든 걸 꿰뚫고 있는 듯했다.

"나? 그냥 지나가던 사람일 뿐이야. 근데 예쁜아,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

남자는 천천히 손을 뻗어 그녀의 뜨겁게 달아오른 뺨을 가볍게 쓸어내렸다.

“어떻게 해야 하냐고?”

하윤아의 몸이 점점 더 뜨거워졌고, 의식도 서서히 흐려지기 시작했다.

“그럼 나한테 빌어. 그러면 도와줄게.”

남자의 매혹적인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서 속삭였다.

“제발... 도와줘...”

하윤아는 더 이상 이성을 붙잡을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남자는 거칠고도 뜨겁게 키스하기 시작했다. 마치 폭풍처럼 그녀를 집어삼켰다.

약기운에 취한 하윤아는 점점 더 그의 키스에 빠져들었다.

이런 짜릿한 감각은 지금까지 그녀의 남자친구로부터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밤은 그녀의 인생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밤이 되었다.

이름조차 모르는 낯선 남자와 잤다니!

그녀는 해소되지 않는 욕망 속에서 그를 필요로 했고, 그는 끝도 없이 그녀를 탐하며 밤새도록 그녀를 휘어잡았다.

눈물이 베개를 적셨다. 그리고 그녀의 가슴속에는 하나둘 이름이 깊이 새겨졌다.

지금 앱을 다운로드하여 보상 수령하세요.
QR코드를 스캔하여 Hinovel 앱을 다운로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