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비서는 급히 보고했다.
"대표님, 사고 지점부터 하류까지 잠수부 수백 명, 선박 수천 척 동원해 샅샅이 수색했습니다. 하지만 사모님 흔적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노영찬의 굳어 있던 미간이 그제야 풀렸다.
의자에 몸을 기대며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내가 뭐랬어? 걔 연기 잘한다고 했지? 사람들 다 철수시켜. 더 찾을 필요도 없어."
비서는 여전히 불안한 기색이었다.
"자살이 아니라면 다행이지만, 아직 행방이 묘연합니다. 혹시라도…"
"어딘가 숨어서 삐져 있는 거야. 신경 쓰지 마. 성질 다 풀리면 알아서 돌아와."
전화를 끊은 뒤, 그는 책상 위 사진을 바라보았다.
열일곱 살의 나와 그의 사진이었다.
테니스를 치고 난 뒤, 햇살이 쏟아지던 오후.
나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의 눈에 스친 건 분명한 그리움이었다.
우습다.
그는 과거의 나를 그리워할 자격이 있을까.
내 웃음을 빼앗은 사람이 바로 그였다.
"오빠."
소정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문을 잠그고, 그대로 그의 무릎 위에 앉았다.
노영찬이 그녀를 밀어내려 했다.
"정은아, 그만해."
"어젯밤엔 나를 몇 번이나 안았으면서. 나 사랑한다는 거잖아. 이제 와서 무슨 점잖은 척이야?"
그녀는 그의 팔에 몸을 밀착시켰다. 귓가에 숨을 불어넣으며 속삭였다.
"여기, 언니가 살던 방이잖아. 더 짜릿하지 않아?"
나는 미친 듯이 소리쳤다.
"그만해! 나가!"
하지만 아무도 듣지 못했다.
노영찬의 눈에는 욕망 대신 경계가 스쳤다.
"정은아, 어젯밤 한 번뿐이야."
"걱정 마. 나 말 안 해. 손해 보는 건 아니잖아. 나 그냥 오빠가 보고 싶었어."
그녀는 그의 손을 잡아 자기 가슴 위로 가져갔다.
"봐, 심장 뛰는 거 느껴져?"
하지만 그는 어젯밤처럼 반응하지 않았다.
그녀를 밀어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처리할 일이 있어. 먼저 간다."
그가 방을 나서는 순간, 나 역시 강제로 끌려가듯 따라 나섰다.
문을 나서기 전,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소정은의 얼굴은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 표정은 나보다 더 악귀에 가까웠다.
그녀의 입술이 천천히 움직였다.
"오빠… 언니는 영영 못 돌아와."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나는 분명히 읽었다.
내 죽음은 소정은과 관련이 있다.
분명하다.
그녀가 나를 죽인 것이다.
나는 미친 듯이 달려들어 그녀의 목을 조르고 싶었지만 노영찬에게서 세 걸음 이상 떨어질 수 없었다.
그렇게 그녀의 얼굴이 점점 멀어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차가 출발했다.
나는 조수석에 앉아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혹시… 나를 죽인 자는 소정은이 고용한 사람일까.
아니.
얼굴은 가려져 있었지만, 그 눈빛은 낯익었다.
분명 어디선가 본 눈이었다.
어젯밤, 죽고 나서 의식이 빠져나오던 순간.
정체를 확인하기도 전에 나는 이미 노영찬 곁으로 끌려왔다.
그는 나를 죽인 뒤 웨딩드레스만 강에 버렸다.
그렇다면 내 시신은 어디에 있는 걸까.
단순히 살인 목적이었다면, 나와 드레스를 함께 처리했을 것이다.
돈 때문이라면, 수십억 원이 넘는 드레스를 그냥 버릴 이유가 없다.
다이아를 떼어 암시장에 팔 수도 있었을 텐데.
경찰이 보여준 사진 속 드레스는 칼자국만 있을 뿐, 훼손되지 않은 상태였다.
소정은은 무엇을 알고 있는 걸까.
나는 미칠 듯이 조급해졌다.
하지만 아무리 애써도, 이 세상에 내 목소리를 전할 방법은 없었다.
